오늘 출근길에 오른쪽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가 우산을 두고 내렸다.
빠르게 알아채지 못해서 아저씨한테 말을 못했고, 그 아저씨는 이미 내려버렸다. 아마 밖을 나온 순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짜증부터 나겠지.
다음 정거장은 내가 내릴 곳이었다. 일어서서 문쪽으로 가고 있는데, 내 왼쪽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내 우산인 줄 알고 소리쳤다.
아가씨, 우산가져가!
아, 제꺼 아니에요~
그 일이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 건너편에 앉아있던 30대쯤 되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서는 우산 가져가라고 했던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낸다.
제가 갈아타기 전에 우산을 두고 내렸는데, 이거라도 좀 가져가야겠네요.
그리고는 그 여자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그 우산을 가지고 양재역에서 함께 내렸다. 그 우산 당신꺼 아니지 않냐고 왜 가져가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 사람과 괜한 언쟁하다가 출근 늦을까봐, 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라서, 나도 그냥 내 갈 길 갔다.
고작 우산 하나 따위, 잃어버린 아저씨도 하나 사고 말 그 고작 작은 우산 하나.
지난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토요일 아침, 홍대의 한 매장에 들러 우산보관함에 우산을 두고 신발을 잠깐 구매했는데, 정말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누군가 그 우산을 가져가버렸던 일이 생각이 났다. 색깔도 독특한 색이라 일반적인 검정, 네이비 등의 우산과는 확연하게 달랐는데 왜 가져갔을지 의문이 들었다. 자기꺼랑 헷갈릴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다른 우산을 하나 가져가기엔, 또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을 반복할 것이 싫어 나와 남편은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다.
남편은 집에 우산 이미 많아서 하나 버렸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그다지 특별히 소중한 우산은 아니지만, 도둑맞은 기분이 들어 속이 뒤틀렸다. 왜 작은 것이라고 남의 것까지 소중히 하지 않는걸까.
과연 그게 비싸고 좋은 물건이었어도 사람들은 똑같이 그랬을까.
대학생 때, 방학 기간에 공부를 하러 학교 도서관에 갔다. 용돈이 다 떨어져나갈 때쯤이라, 교통비 빼고 밥먹을 돈 딱 5천원만 가지고 나갔었다. 그런데 그 날 하필 비가 왔다. 그것도 너무 많이 왔다. 비를 맞고 가더라도 밥을 먹을까, 우산을 사고 밥을 굶을까 내 나름의 큰 고민을 하다가 밥을 굶더라도 우산을 사기로 했다. 우산을 사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더니, 내 자리에 있던 우산은 누가 훔쳐가고 없었다. 그 순간은 정말 많이 비참했다.
다행히 누가 훔쳐간걸 목격한 다른 학우가 나에게 와서 훔쳐간 사람을 지목해줬고, 나는 가서 내 우산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가방뒤져보라며 오히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라. 사물함에 넣는것도 봤다고 이미 들었던터라, 나는 강제로 학생증을 뺏어 사물함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학교 사물함 시스템은 학생증을 찍으면 내가 사용하고 있던 사물함이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이라, 저 쪽 어딘가에 문이 열리면서 내가 밥대신 샀던 우산이 나오더라. 훔친게 확실해진 그 사람은 나에게 파워당당하게 아, 미안해요.
라고 하며 다시 자리에 갔다. (거기에 또 빡친 나는, 학교 게시판에 이런 일이 있었다며 신상 공개를 하고 제대로 사과를 받아냈다.)
우산 그거 뭐 대단한거라고 이렇게 고민할건가 싶겠지. 하지만 나는 사람들은 우산은 왜 다른 잣대를 두는 걸까 생각해본다. 이것도 구매 활동을 통해 산 엄연한 물건인데. 어렸을 때부터, 내 것이 아니면 건들지 않아야하는걸 배우지 않았던가.
누군가에게는 그 우산이 대단한 것일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