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오랫동안 알아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스팀잇에 영어로 포스팅을 해 왔습니다. 예상대로 보팅도 댓글도 제로에 가까웠죠. 그도 그럴것이, 어느 듣보잡이 어설픈 영어로 글을 적는데 누가 읽고 보팅을 해주겠습니까. 영어 글들을 읽다보면 저보다 훨씬 훌륭한 글들도 처참하게 묻히는 경우가 허다한데 말입니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어느정도 지지를 받게 되어 목소리가 조금 커진 시점에도, 외국 커뮤니티에 영어로 글을 적으면 내 서랍속 일기장에 글을 적은것만큼이나 조용히 묻혀가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옆동네 가서 개무시당하고 있는 저를 위해 "누가 내 동생 괴롭히냐!!" 하며 보팅을 해주신 큰형 같은 KR 유저분들 덕분에 면피 정도는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의 개발 프로젝트로 외국과 소통하고싶으나 글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상황은 항상 서글펐습니다. 가장 파워풀한 지원은 @clayop님의 리스팀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왠일로 댓글이 달렸네 싶으면 클레이옵님이 리스팀 해주신 경우더라구요. 그땐 그것도 모르고, 내가 좀더 팔로워가 생겼나보다 음홧홧 하고 또 영어로 글을 적으면 다시 시작되는 묵언수행... 슬펐습니다.
백업증인 활동을 시작한 마당에 언제까지 클레이옵님 우산 밑에서 짐이 될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확실한 사용자와 타겟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고 대화를 유도해보자 였습니다. 클레이옵님의 아이디어와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만든 Steemian Health Check가 그 첫 결과였고, @clayop님의 홍보와 @transisto 님의 엄청난 보팅봇 프로모션으로, KR 밖에서 최초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KR 안에서는 고등학생인데 KR 밖에만 가면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었는데.. 초등학생 쯤 된것 같았죠.
그리고 다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SteemPay 였습니다. 단순한 툴임에도 불구하고 KR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마치 뭔가 대단한거 만든것같은 착각에 빠져서 외국에서도 관심이 있겠거니 하고 야심차게 글을 올렸지요. Steemian Health Check 가 지지를 받은 기억과 함께.. 팔로워가 더 늘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으나....... 결국 또다시 우리 동네 큰형들만 고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_ㅜ
그후 야심차게 시작한 Witness Insight 프로젝트.. 지금도 가장 재밌게 하고있는 프로젝트인데 시간이 나지 않아서 진도가 안나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거대 투자자들과 상위 증인들의 심기를 조금 건드는 측면이 있어서 왕따가 되느냐 지지를 받느냐의 양날의 검 같은 프로젝트였지만, 커뮤니티 전반에서 증인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뭔가 의미있는 투명성을 만들어내고싶어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개발했습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것: 투명함은 누구를 비난하는데 사용될수도 있지만 무지로 인한 오해를 푸는데도 기여한다. 에 완벽히 부합하는 주제였기 때문이죠.
이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커넥션들이 생겼고.. 갑작스레 생긴 지지층으로부터 (호주/뉴질랜드) 증인투표도 꽤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글이 많이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고 찻잔속의 태풍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큰 진전이 없던 해외 커뮤니티와의 교류는, 점점 포기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커뮤니티에 글쓰고 한국 커뮤니티를 위한 툴을 만들면 다들 호응해주시고 보팅도 해주셔서 자존감 뿜뿜 상승하는데, 구태여 해외에 글을 적어서 자존감을 추락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요.
그러던 중, 스팀페이 영어 소개글을 처음 적었을 때 제게 댓글을 달아준 어떤 외국인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너의 다음 개발 목표에 USD 지원이 들어잇던데, USD 지원도 좋지만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통화를 추가해봐라. 상당한 임팩트가 있을것이다. 블라블라~~"
그래서 이번에 USD, JPY, GBP, EUR, CNY 를 추가하면서 함께 필리핀(PHP)과 말레이시아(MYR) 화폐를 추가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국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필리핀 대표 증인에게 도 컨택해볼까 고민을 하던차에 보팅봇이 떠올랐지요. 스팀페이의 존재가 어느정도까지 사용자들에게 알려지느냐가 프로젝트의 존폐여부가 결정된다는 생각이었고,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보팅봇을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저는 제 개발 컨텐츠에 자신이 있었지만, 보팅봇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있기때문에 혐오스럽지 않을 수준만큼만 사용하기기로 했지요. 보팅봇을 사용하면 소득도 손실도 없이 거의 퉁치는 수준인데, 그대신 컨텐츠가 좋으면 추가 보팅을 받을 수 있고 홍보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컨텐츠가 수준 미달이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다운보팅 대상이 되어 명성에 치명타를 입을수도 있고 적자를 면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350 SBD 정도를 맥시멈으로 잡고 보팅봇을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보팅봇이 아니었으면 스팀페이를 이정도까지 알리는것이 절대로 불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틀동안이나 스팀잇 전체 대세글(trending) 최 상단에 위치 해 있었고, 저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보팅과 댓글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4번째에 위치하고 있고, 계속 내려갈것이지만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350 SBD를 사용해서 보팅봇으로부터 받은 보팅은 $650 정도입니다. 실제로 payout 되는 양을 고려하면 다행이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70은 utopian-io 에서 $200, 다른 스티미언 분들이 $270을 보팅 해 주셨습니다. 늘 아낌없는 지지를 해주시는 kr 분들 덕분에 기죽지 않고 계속 도전했더니 조금씩 조금씩 인정받게 된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것은, 댓글을 통해서 스팀페이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고 더 큰 가능성을 본것, 그리고 스스로도 자극이 많이 되어 보다 크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것입니다. 또한 약간 더 증가한 존재감과 팔로워는 덤입니다. 증인보팅도 더 받았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왜 이렇게 스팀파워가 보팅봇으로 몰려들고, 보팅봇의 사용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지 한단계 더 투영해 볼 수 있는 눈이 생긴것 같습니다. 조만간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