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고싶은 동네의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 - 보팅풀과 셀프보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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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7년 살면서 이곳저곳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특히 총각때는 몇개월마다 집을 옮겨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 이사를 하려면, 주말마다 집보러 이동네 저동네 다니면서 동네를 관찰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범죄율이 높다던지 불량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를 피하는 것이지요. 특히 외국인으로써 사는 동네가 굉장히 중요하기 떄문에 더더욱 조심 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나쁜 동네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것들을 조사해보고 동네를 어슬렁 거려보고 해야 비로소 살면 안되는 동네다 라는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누가 봐도 나쁜동네는 바로 걸르면 됩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한 동네인데 이상하게 집값이 저렴하다면, 이런 저런 것들을 알아보면 결국 문제가 밝혀지더라구요. 해외에 살면서 항상 조심 또 조심하며 거주지를 선택하다보니, 눈치가 백단이 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정말 좋은 동네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도 그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서부터 압니다. 아 이동네는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고, 집을 보고 온 후에도 자꾸 그동네가 생각이 나는 동네가 있지요.

한번은 집을 보러 여기저기 다니다가 그날 마지막으로 보게 된 집이 있었는데, 빌리지 어귀에 운전하며 들어서는순간 동네 참 좋다 싶었습니다. 별로 부티나는 그런곳은 아니었지만, 길이나 집앞의 정돈된 모습들이라던지, 집들의 관리 상태, 잔디밭과 나무들의모습 등이 한눈에 봐도 맘에 쏙 들었습니다. 집 내부 상태도 괜찮았기에 바로 계약을 했고, 한달 후에 입주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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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년동안 살았던 빌리지입니다>

어느날 햇볓이 너무 좋아서 발코니에 빨래를 널고 개운한 마음으로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아랫집 사는 Pam할머니가 문앞에 서 계셨습니다. 이사오고나서 몇번 교류하면서 안면을 튼 사이였기에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나니 할머니가 본론을 꺼내셨습니다.

Pam: 너 발코니에 빨래 널었던데, 널지 않으면 안되겠니?
나: 왜요? 날씨도좋고 집에다 널면 집에 습기차니까 발코니에 널고싶은데..
Pam: 우리 빌리지 사람들은 발코니에 빨래를 널지 않거든. 보기 안좋기 때문에..
나: 발코니도있는데 꼭 집안에 널어야 하나요? 아니면 가끔 빨래 많을때라도 널면 안될까요?
Pam: 부탁인데 빨래는 밖에서 보이는곳에 널지 말아줬으면 해.

저는 좀 짜증이 났습니다. 발코니에 빨래좀 널수도 있지, 나도 집세 다 내고 발코니있는집에 사는데 활용도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평소와는 다르게 강한 어조로 부탁하길래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속으로는 불평 하면서 말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동네 집집마다 밖에다 빨래 너는집 없나 살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빨래를 바깥에 너는 집은 없더라구요. 아마도 할머니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잔소리해서 그런것일까 생각 하면서 참 피곤하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누군가 문을 두들겨서 열어보니, 옆집 아저씨였습니다. 제가 차를 주차하는 지정주차공간이 있었는데, 한 30cm정도 더 붙여서 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노인들이 타는 셔틀버스가 더 쉽게 지나다닐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 지정 주차공간이고 선 안에다가 대는건데 잔소리하는게 못마땅 했습니다. 이렇게 대도 셔틀버스는 지나 다닐 수 있는데 꼭 30cm 더 붙여 대려고 매번 노력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노인분들이 불편을 느끼시면 안되겠다 싶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몇개월 몇년을 살며 빌리지 곳곳을 좀더 관심있게 관찰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빨래를 밖에 널지 않는 각자의 작은 노력으로 빌리지가 깔끔하고 예쁜 모습을 유지 할 수 있는거구나. 다른동네와 다르게 주차를 가지런이 붙여서 하기때문에 주차공간도 넓고 큰 차들도 지나다닐수가 있구나. 내가 처음 이 빌리지를 왔을 때 느꼈던 그 좋은 이미지 쾌적한 기분은 이렇게 마을주민들 모두의 작은 노력이 모여서 생긴거구나. 집에 손님들이 놀러오면 주차할 공간이 항상 있어서 편리했고, 빌리지 중앙의 잔디밭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너무 깨끗하고 예뻤습니다. 간혹 동네에 술주정뱅이나 불량한 학생들이 지나다니면 주민들이 주의를 주니 항상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제가 살았던 그 빌리지는 빈집이 나오면 정말 빨리 나가고, 교통이 불편했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제가 처음에 빌리지와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했던 것 처럼, 제가 다른곳으로 이사가야 해서 집을 뺄때도 바로 다음 사람이 들어왔으니까요. 빌리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살고싶은곳"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지요. 누군가가 제가 살았던 지역으로 이사온다면 추천하고 싶은 동네입니다.

각자가 발코니에 빨래를 너는것을 포기하고, 마음대로 주차하는것을 자제하고, 쓰레기를 줍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을 막는것.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꼭 필요한 행동들입니다. 커뮤니티에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모두가 이것에 공감하고 협조할 때 커뮤니티는 비로소 유지 될 수 있고 발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빌리지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어땠을까요.

"나는 발코니가 있으니 빨래를 널꺼야. 남들이 안좋게 보아도 할수 없어. 내 빨래가 잘 마르는것이 중요하니까."
"그래? 그럼 나도 널겠어. 다들 하는데 나만 손해보고 참을 필요 없잖아."
"남들이야 알게 뭐야? 내가 대기쉽게 차를 댈꺼야. 선 안에는 대고 있잖아. 30cm나 더 붙이는노력을 내가 왜 매일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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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네에 살고싶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겁니다. 당장 빨래는 빨리 말릴 수 있겠지만 결국 동네 집값은 떨어지게 될것입니다.

지금의 스팀잇은 완벽하게 시스템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유기적인 커뮤니티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스팀잇 커뮤니티를 등지고 개인의 이득만을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제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빨래를 밖에 널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던 저의 아랫집 할머니 Pam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셔틀버스를위해 주차를 바짝 붙여 해달라고 한 아저씨처럼요. 공식적으로 스팀파워 임대를 하겠다고 발표한 BlockTrades에서도, 커뮤니티의 이익에 반하는 스팀파워 어뷰징을 할 경우 임대료 환불 없이 회수하겠다고 선언 했습니다. 커뮤니티의 권유를 무시하고 빨래를 끊임없이 발코니에 널고있는 사람에게 언제까지 웃으며 대할 수 있을까요.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화가난 나머지 발코니에 널린 빨래에 똥물을 뿌리고 간다면 그를 탓할 수 있을까요?

현실 사회에서의 우리는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하더라고 이해하며 협조하고 웃으며 살수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스팀잇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욕심을 조금 버리고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살고싶은 빌리지가 되면 집값은 반드시 오를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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