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지난 뉴비가 생각하는 스팀잇의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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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 한달간 느낀점을 통해, 뉴비가 왜 떠나는가, 그리고 우리가 할일은 무엇인가 짚어보고자 합니다.

뉴비가 떠나는 이유

1. 글이 읽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글을 적어도 아무도 읽지를 않아서, 정성것 적은 글이 묻힙니다. 제가 일전에 진행했던 "플랑크톤에게 희망을" 이벤트를 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성것 적은 글이 묻히면, 글에 정성을 들이기 두려워지고, 자연히 점차 시간이 조금 들고 단순한 글을 적으려 하게 됩니다. 구색만 갖춘 글을 적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2. 보상이 불공평하다

내가 심혈을 기울인 글은 읽히지 않지만, 저 옆에 "오늘 숨쉰이야기"에는 수많은 댓글과 보팅이 붙습니다. 글 저자와 인기도에 따라 보상이 책정되는것은 수요공급의 원칙상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걸 시장논리에 맞길수는 없듯이, 발전을 꾀한다면 가장 먼저 이부분이 재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숨쉰이야기"와, 노력과 정성 그리고 경험이 닮긴 독창적인 글의 보상이 같거나 역전되는것은 창작 욕구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물론 "오늘 숨쉰이야기"도 스팀잇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상이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3. 전문분야 글의 독자가 부족하다

각자 전문분야의 글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kr-dev에 주로 글을 씁니다. 처음에는 조금 더 테크니컬한 내용을 적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테크니컬한 포스팅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읽을 독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글을 적어 별다른 보상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독자가 있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것 같으면 적고싶은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분이 활동하고 있는 kr-dev에 조차, 그런류의 글이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내가 정성들여 적은 글이 보상도 없고 소통의 창구도 되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에 글 작성에 거부감이 드는것입니다. 비회원은 댓글이 불가능한 스팀잇의 특성상, 글이 구글을 통해 검색되어 읽혀지더라도 댓글 하나 없는 죽은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팀잇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글이 꼭 필요하지만, 창작욕구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4. 절대적 보상이 적다

활동하신지 오래 되신 고래분들이나 중견 어류분들은 체감 하실런지 모르겠으나, 따로 스팀을 사서 투자하지 않는 이상에는 노력과 시간대비 보상이 심각하게 낮습니다. "오늘 숨쉰이야기" 보다 열배이상 가치있는 글임에도 $1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글이 부지기수입니다. 플랑크톤끼리 친해져서 아무리 풀보팅을 서로 주고받아봐야 $1 넘기기가 어렵거든요. 이게 스팀가격의 하락때문인것 같은데, 결국 악순환입니다.

5. 일주일이 지나면 더이상 보상이 없다

만약 스팀잇이 일주일이 지나도 보상을 계속 받을 수 있다면, 양질의 컨텐츠의 양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입니다. 글 하나를 적더라도 의미있고 가치있고 정성스럽게 적으려고 할것입니다. 하지만 일주일후에는 죽은글이 된다는것이 뉴비에게는 몹시 뼈아픕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가진 이야기 보따리중에 가장 재밌는것부터 풀어놓고 싶은게 인지 상정인데, 그런 보물같은 이야기가 보상도 받지 못하고 읽히지도 못하고, 일주일 후에는 프리징되어 지우지도 못합니다. 허무하죠. 나의 최강의 전설의 무기를 꺼내 들었는데, 적이 없습니다. 일주일후 무기가 녹아서 사라지니 적이 쨘 나타나죠.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문제지만,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글쓴지 1주일 안에 한두번 이라도 더 읽힐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3일후 4일후에라도 리플이 달리고, 보팅이 들어오고, 보상이 올라간다는 믿음이 있다면, 더 용기를 갖고 글을 쓸 수가 있지 않을까요? 이건 봇으로하든 이벤트로 하든, 우리가 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새로운글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위기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묻힌 글들에 가치를 부여해 줍시다.

스팀잇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을 받으며 평범한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분들 만으로는 힘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팀잇의 궁극적인 팽창은 리퍼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팅파워를 가진 분들이 조금더 선별적으로 보팅을 함으로써 고급/완성도 높은 글의 생산을 촉진하고 검색엔진을 통한 노출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프로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고래들이 모든 분야의 글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어느정도 식견이 있는 분들이 리딩을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r-dev 에서는 그런것들이 가능할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데서 검색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 스팀잇에 많이 존재해야만 스팀잇이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스팀잇이 구글 검색을 통해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저자와의 소통을 위해 스팀잇에 가입하고 길게는 활동을 시작하는 유저들이 늘어날것입니다. 그 시작은 가상화폐 관련 정보였고, 이제는 개발, 예술, 시사, 정치, 문학으로 확장 되어 가야 합니다.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높은 글에 보팅이 많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티스토리에서 스팀잇으로 옮겨 오면서, 첫째는 해외취업 멘토링 둘째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어드바이싱에 촛점을 두었습니다. 해외 취업한 개발자가 흔하긴 하지만, 직접 소통하려고 찾으면 또 그렇게 흔하지가 않습니다. Amazon에 입사하고싶은 분이 구글에서 "Amazon 취업 후기"를 치면 저의 스팀잇 글이 5번째에 검색됩니다. 만약 이 글을 검색하신 분이 저에게 더 자세한 조언을 구하려면 스팀잇에 가입하게 될거라고 기대합니다. 한가지 예일 뿐이지만, 각자가 자기 전문 분야에서 이런 방식으로 스팀잇 노출에 일조하고, 가입을 유도한다면 스팀잇 커뮤니티가 더욱더 풍성해 질거라고 생각 합니다. 꼭 직장인일 필요 없습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들도, 자기 또래가 원하는 컨텐츠중에 어떤것이 희귀하고 가치가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다른 어떤 전문가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또래의 유입을 촉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래들이 그런 컨텐츠에 보팅을 해주면, 금상첨화죠.

글의 가치에 차등을 두지 말자는 말에는 저는 반대입니다. 5분동안 적은 글과, 2시간동안 적은 글의 보상이 역전되는현상이 자주 목격된다면, 2시간짜리 글을 적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오늘 숨쉰이야기" 와 "지리산 천왕봉에 등반기"는 엄연히 다른 가치를 부여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가치에 차등을 두어야 계속해서 고급 컨텐츠가 생산됩니다. 고급 컨텐츠만이 스팀잇의 외부 노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늘 숨쉰 이야기"가 구글에서 검색될 일은 없으며, 설사 검색되더라도 스팀잇이 그중에 눈에 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늘 숨쉰 이야기"는 그 가치대로 보팅을 받으면 되는것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 집단을 불러오고, 잡아두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상 현재의 보상 양으로는 전문가 집단을 불러모으기도, 잡아두기도 쉽지 않을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글에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숨쉰이야기"를 가치없는 글이라고 치부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늘 숨쉰이야기"로 스팀잇이 가득차는것을 방지하기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치있는 글에 보팅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란 꼭 "전문적인 직업" 일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전교1등을 하는 고등학생이, 자신의 공부비법을 정성들여 공유한다면, 그학생이 바로 전문가입니다.

돈에 억매이지않더라도, 같은 분야 혹은 관심있는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소통하고싶어 머물고 계시는 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집단이 점점 줄어든다면 더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지므로 발길이 뜸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고급 컨텐츠의 생산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저또한 스팀잇에서 비슷한 같은일을 하시는 좋은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아마 접었을게 분명합니다. 따라서 고래들의 보팅을 떠나서, 비슷한 관심분야의 사람들끼리 더 깊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방도가 강구 되었으면 합니다.

첨언으로, 오프라인을 통한 프로모션으로 신규유저를 모집하려는 움직임은 좋습니다. 하지만 있던 유저도 떠나고, 있는 글도 묻히는 마당에 신규유저 유입은 밑빠진 독에 물붇기 아닐까요?

밤이라서 눈이 감겨서 그만 마무리 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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