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2003년, 팀 버튼)
- 이동진의 한줄 평 : "왜 판타지인가"에 대해 팀 버튼은 이렇게 답한다.
영화 속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는 많이 닮았습니다. 그들의 허황된 이야기에 지쳐서 짜증을 내는 아들의 모습 또한 서로 닮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젊었을 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일이 잘못 꼬여서 남산에 끌려갔다 온 이후 사람이 변하셨다고 합니다. 고문의 트라우마와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할 정도로 피폐해지셨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의 방해 때문인지 하시는 일마다 거덜 내기 일쑤였습니다. 선친은 철저한 패배자였습니다.
그래도 선친은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셨습니다. 그것이 대박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린 나에게 설명하시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박은 여지없이 쪽박이 되어 돌아왔고 집안은 점점 궁핍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선친이 무슨 말을 하여도 나는 믿으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던 때에도 선친은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1년여의 암 투병으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선친의 마지막 아이템은 끝내 빛을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시작도 하지 않아서 쪽박은 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선친의 가장 성공적인 사업이 된 셈입니다.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에서, 대박의 꿈으로 반짝이던 선친의 눈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