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유 #6] 리스본 해양 박물관: 성공한 덕후의 꿈의 장소

어릴때 집에 아부지의 컬러풀한 마크의 애플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컴퓨터는 뭔지 몰라도 그 안에서 돌아가던 게임들은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그 후로 PC 게임 덕후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게임 중의 하나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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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게임을 좋아했을까요!? 힌트 사진임! (마리나 해양 박물관의 오래된 지구본)

"대항해시대" 입니다. 너무 어릴때 나와서 못해본 1과 내 로망을 짓밟고 웹게임으로 출시된, 게다가그림 스타일까지 마음에 안드는 5를 제외하고 2, 3, 4에 파워업키트, 온라인까지 정말 열심히 했었죠. 첫사랑인 에르네스트 로페즈만 커플 엔딩으로 끝나는 씁쓸했던 기억까지... 어린 마음이지만 에르네스트 로페즈와 원주민 소녀의 사랑을 응원하던 가식적인 기억이 납니다. ㅠㅠ

2005년에는 온라인판이 출시되었습니다. 저는 "대항해시대라면 역시 포르투갈이지!"라며 포르투갈 국적의 모험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 캐릭터가 지금 무려 12살이군요 후덜덜; 어쨌든, 지금은 볼품없는 회사원이지만 그런 저에게도 밤잠을 설쳐가며 친구들과 오락을 하던 호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쭉 해온 이 게임 덕에 저는 현재까지도 모든 항구도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18세기의 특산품도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지명이 바뀐 도시나 현대의 명물은 전혀 모르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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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이유 : 18세기 포항

오락 이야기로 포스팅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제가 포르투갈로 휴가를 간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병신같지만 멋있어....!! 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게임속에서는 한양에서 리스본까지 1시간 반인데(오락을 자주 안하다보니 아직도 쪼렙이라... ㅠㅠ), 현실에서는 18시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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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 de Marinha 해양박물관

그런 연유로, 자연스럽게 리스본 머스트 액션 아이템은 "해양박물관"이 되었습니다. 빠밤. 바로 옆에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있었는데, 리스본 최고의 명물 관광지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과감히 패스하고, 해양박물관에 모든 시간을 몰빵했습니다. 이 박물관도 동시대(=포르투갈 영광의 시절의 끝물이자 대항해시대 단물이 떨어져가는 시기)의 지어져서, 건물이 아주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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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 홀

일요일에는 무료이지 뭡니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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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Conquest"라는 단어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사실 저는 대항해시대란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게 잔혹하고 가혹한 일들이 벌어진 시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이 시기의 유럽인들은 전인류 역사상 농축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지구의 다른 모든 곳을 '정복'한다고 믿으며 만행을 저질렀죠. 재화를 훔치고, 예술 작품을 파괴하고 강탈하고 심지어 사람을 거래했습니다. 그것도 양심의 가책 없이요.

하지만 반면 인간의 호기심과 지성이 폭발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상상을 초월하는 부의 축적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현대 사회로의 진입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죠. 피와 영광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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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홀의 세계지도

오래된 지도를 볼때면 심장이 뛰어요. 처음 인류의 지도는 사방이 꽉 차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곳,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걸 넘어서, 내가 아는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의 지도에는 채워진 부분보다 여백이 많죠. 그 미지의 곳을 채운 '지구의 약간의 발견한 부분'은 묘한 흥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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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락(나오)를 보고 행복한 이유 ㅋㅋ

이 박물관에서 가장 흥분했던 순간은 바로 이 나오(카락)을 발견한 순간입니다! 표정보소 ㅋㅋ 스페인 포르투갈 서유럽에서 만들어진 카락을 나오(포르투갈 발음으로는 나우)라고 부릅니다. 이 배가 특별한 이유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처음 인도 해역이 열렸을 때 이 배를 타고 후추 무역해서 거상이 되겠다며 친구들과 인도에 뽈뽈뽈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창밖으로 날이 밝아오던 기억이 나네요. 하, 호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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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PC 버전에서 갤리온은 SHIP으로 가는 길목의 꿈의 전함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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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m 두께의 강철 장갑을 뚫고 들어온 포탄

해상 전투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유물입니다. 누군가 배 안에서 포탄이 굳게 믿던 철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걸 봤다면 대체 어떤 심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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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많은 배가 전시된 커다란 홀이 있어서 해피 해피 했습니다. 사실 저는 딱 대항해시대 시절까지의 배를 좋아해서, 증기선 등 현대의 배로 넘어오고 나서는 흥미가 급격히 감소해서 보는둥 마는둥 ㅋㅋ


오랜만에 다시 배 사진을 보니까 그 때 기억도 나고 좋네요. ㅎㅎ 언젠가 크루즈 투어를 해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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