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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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ookkeeper에요. 하루종일 아이들 따라다니다 보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많아요. 운전하는 중에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오늘은 제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방송을 소개해 드릴께요. 정기적으로 다운받아 듣는 프로가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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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게 한 2-3년 전 부터였던것 같아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치열했던 그 시간들이 썰물처럼 내 일상에서 빠져나가면서 느낀 공허감 같은 것이 제게 찾아올 시점이었어요.

그 전부터 듣고 있던 프로그램이 많이 있긴 했어도 본격적으로 제가 골라 듣게 되고, ‘책’이라는 카테고리를 찾아 들어가 만나게 된 김영하 작가님의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은 석사 학위를 따고 난 이후 젖어든, 큰 산을 넘고 나서 가볍게 오를 산이 없어 당혹해 하던 저에게는, 우리동네에 나만 몰랐던 멋진 산책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등산객의 마음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2010년 첫번째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2017년 6월까지 67번 째의 에피소드에 멈춰 있는데요. 처음에는 한달에 한 번, 한달에 두세번도 업로드 되다가, 어느 시점에서 두 달에 한 번, 심지어는 6개월 만에 업로드 된 에피소드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작년 6월에 업로드한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지 않고 있네요. 그래도 뭐,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시는 많은 분들이 처음 가볍게 접하시며 그 목마름을 해소 하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해요.

네, 그냥 산책하는 마음으로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각 에피소드는, 그날의 책 속에 포함된 몇 단락, 혹은, 단편 소설 집의 한 작품을 읽어주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의 스토리에 이미 리뷰 된, 김영하 작가 본인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은희경’ 작가의 [태연한 인생],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 등등의 국내 작가부터, 역시 제가 리뷰한 ‘빌 브라이슨’ 의 [발칙한 유럽산책],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등 국 내외 우리가 알거나 알지 못하는 유수한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역시 ‘훌륭한’ 작가님께서 읽어주시는 목소리에 배어서 때로는 조곤조곤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서럽게 전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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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독자로서 얼마나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지는 제가 쓴 글에서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저 스스로 김영하 작가님께 매료되는 지점은, 물론 작가로서의 훌륭함이 먼저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 그리고 그 세계관을 너무도 단호한 목소리와 화법으로 전달하는 그 자체의 인간적인 성숙함에 있습니다. 그의 유려한 화술과 충만한 지식은 이미 한 예능프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긴 했지만, 입으로 오부작 오부작 전달만 하는 작가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감성적으로 통찰력을 가진 작가인지, 그 스스로 작가로서 가지는 권위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을 통해 나타납니다.

‘권위’라는 말이 ‘권위적’이라는 말로 쓰여질 때는 부정적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나이가 차고 사회적으로 위치가 되면 한 인간으로서의 ‘권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권위는 사람을 누르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닌, 연예인들이 자주 쓰면서 의미가 퇴색된 ‘공인’으로서의 권위입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내가 책임지는 권위, 그것들의 파장을 나 스스로 감당하는 권위, 감당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그런 권위입니다. 때로는 권위적인 사람이 사회에 득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 매는 우리들에게 ‘자, 우리는 바로 저 곳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권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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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김영하 작가는 서론을 붙입니다. 그 책에 대한 간단한 정리일 때도 있고, 작가로서 한 작가를 바라보는 통찰일 때도 있고, 심지어는 사적으로 어떤 자리에서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의 후일담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마치, 내가 문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에피소드는 아직 듣지도 않았고, 어떤 에피소드는 듣고 또 들어서 다 외울 지경인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운전할때, 예상치 못하게 오래 걸어야 할 때, gym에서 운동할 때 들어보세요. 책을 좋아하고, 아직은 그러하지 못하지만 책을 읽고싶은 분들이라면 진입장벽이 낮아 아주 좋으실거예요. 언젠가는 작가님이 다시 방송을 재개해 주시리라 믿으며 항상 체크해 봅니다만ㅜㅜ

문득, 김영하 작가님이 하루종일 내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서, 책 이야기, 작가들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어느덧 1월의 끝을 향해 가는, 새해의 어느날 밤에 잠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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