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인 "K-Pop 세계를 홀리다"는 출판사의 권유로 '주어진' 제목이라는 작가의 변처럼, 이 책은, 최근 국제적으로 명명되는 K-Pop, 즉 최근의 가요계 주류에 대한 책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책의 부제인 "People who make K-Pop",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대중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더 명확하게 이 책을 설명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장대하게 다룬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 든다. 최근 개봉작이었던 영화 "쎄시봉"을 통해 알게된 1970년대 뮤지션들의 음악부터, 가요계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던 80-90년대와, 시대가 변했음을 최종적으로 예고하는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최근, SM, YG, JYP라는 삼대 기획사를 필두로 하는 아이돌 열풍을 만든 현재의 가요시장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흔히 알고 있으나 자세히 몰랐던 뮤지션들과 그의 음악들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해박한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나와 같은 비전문가들도 쏙쏙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씌어졌다.(저자 김학선의 '명강'으로, 반세기 동안의 한국 대중가요계가, 두루마리처럼 쭈~욱 정리된다 실제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결코, 현재 한류라 불리는, 아이돌들이 대중가요계를 재패한 현재 K-pop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는 책의 후반부에, 대표적인 아이돌을 한팀씩 거론하며 아주 짧게 설명되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철저히 기획사에 의해 트레이닝되고 만들어진 상품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말할꺼리"가 없다. 그들을 거론하며 설명되어지는 부분은, 그 시대의 현상이나 분위기, 그리고 그들을 만들어낸 기획사나 세계적인 흐름 등등에 관한 것들이다. 그들을 한 챕터로 때어내서 설명하기에 그들이 가진 음악성은 아예 없거나, 거론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몇 아이돌(인피니트, 빅뱅, 2NE1등등)에 대한 음악성은 인정하며 비중있게 다루기도 한다.
보통 음악을 주제로 한 책의 경우, 그 음악도 같이 들을 수 있는 CD가 부록으로 된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 스마트폰의 공급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쉬워진 요즘 사정에 맞게, 이 책의 독자들을 위해 개설한 블로그 http://19702010.tistory.com 을 통해, 책 속에서 언급한 곡들중에 선별된 곡을 독자들이 직접 들을 수 있게 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음악들, 쎄시봉의 송창식 윤형주를 시작으로, 이장희, 사랑과 평화, 이정선, 신중현, 한대수, 산울림 등등! 잘 알지는 못해도 들어보면 좋았던 곡들에 대한 기억들이, 자세한 저자의 설명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 단순한 추억 속 인물 혹은 음악이었던 것들이 뮤지션이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난다.
내 나이 또래가 본격적으로 "대중"이 되어갔던 80년대 90년대부터는 드디어 나의 십대를, 이십대를 함께했던 음악들과 가수들에 대한 챕터가 나올 때면, 추억에 젖기도 하고ㅋ
70년대 유신정권 속의 대마초 파동과 가요 정화 운동에 대한 여파로, 당시 가요계에서 빛나던 수많은 별들이 줄줄이 활동정지를 당하고, 한국을 떠나거나 아예 음악을 떠나야 했던 과거사나, 사전 심의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난도질 당했던 수많은 명곡들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가슴팍이 퐝퐝해지기도 하고...(이해할 수 없는 음악은 금지하던 시대였다ㅜ)
너무도 해박한 작가가, 쭈욱 써내려간 우리 음악역사에, 그리고 그가 말하는 명반, 명가수들에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 푸른하늘과 이승환은 빠져있는 것인가?
조용필이 등장했을 때 일인자인 그를 올리며 그의 챕터에서, 경쟁자격이던 전영록이나 이용 등등은 짦게나마 거론은 하는데, 왜 그 전설과도 같았던 이오공감의 앨범이나, 이승환이라는 뮤지션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을까. 그리고 푸른하늘을 듣지 않고 십대와 이십대를 보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인데, 그리고 그 음악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데 왜 언급조차 하지 않았는지 의아함이 남는다.
물론 전문가의 책이라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어, 약간 심하다 싶을 정도일 경우가 눈이 띄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성모에 대한 평가는 백프로 인정 하지만, 제아무리 평단에서 호평받았다고는 하나 대중으로부터는 외면당했던 인디밴드의 앨범을 최고의 명반이라고 할 때는 저자의 뚝심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왠지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는 없다.
우리 대중가요가 지금처럼 천편 일률적으로 흐르기 전, 그룹사운드가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고, 천재 뮤지션들이 각광받고 평단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크게 인기있었던 시대를 회상하며 저자가 인상적인 말을 했는데,
"요즘과는 다르게, 그때는 실력있는 뮤지션과 그들의 훌륭한 곡들이 인기를 얻고, 앨범 판매량도 높던 시절이었다...."
요즘 대중가요계를 비틀어서 잘도 표현한 말같아서, 이시대의 한 대중으로서, 씁쓸하기도 하다.
정말로, 읽고 나서 누군가와 막~ 이야기 하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글로 적자면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이쯤해서 추천하는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