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일들이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변화 속 인간이란 한 개체가 움직이는 일은 지극히 작음에도 다른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대하기 그지 없습니다.
좋은 만남과 아쉬운 만남은 늘 교차합니다.
탈중앙화의 개념은 생각보다 가혹합니다.
스팀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최강자 유튜브와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유튜브의 월간 이용자 수는 18억입니다.
네. 18'억' 명 입니다.
스팀잇 월간 이용자 수는 tool.steem.world 에서 봤을 때 일간 15000명이 글을 쓰는데 이를 월 로그인 이용자로 아주 거칠게 환산해 보면 15000*30 = 45만명 정도로 해봅시다. (이정도만 해도 전체 스팀잇 계정인 106만의 거의 절반 정도니 상당히 과대 평가한 수치일 겁니다.)
4000배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시총을 비교해 봅시다.
유튜브는 상장된 회사가 아니니 2017년 예측치를 보면 75조 정도이고.
현재 스팀의 시총은 coinmarketcap.com을 보면 4000억 정도 됩니다.
실제 사용자 수에 비하면 미미한 차이네요.
200배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죠.
그리고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타는 LG 유플러스 후원을 받았으며 3000명 입장하고 20000원이 입장료 였습니다.
대략 입장료 수익 및 후원을 따졌을 때 1억짜리 행사라고 해봅시다.
그럼 이 유튜브 팬페스타를 스팀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
사용자 수로 비교해 보면 1억/4000 = 25000원
시총으로 비교해 보면 1억/200 = 5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행사를 열어야 맞습니다.
물론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더 낮아야 맞지만요.
시총이나, 사람의 수로만 뭔가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주체가 짊어지는 의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유튜브는 구글이라는 엄청난 조직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전세계적 규정에 대응하고, 최근 논란이 되었던 영화 짜깁기 영상을 파악하며 및 수익을 차단하고, GDPR이라는 사상 초유의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법에 대해 대응하고, 전 세계적인 CDN을 구축하고, AI를 통해 영상을 추천하고, 광고 회사와 연결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등등
개인이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더 좋은 컨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최근 후원기능도 더해졌습니다.
이를 탈 중앙화 한다고 하는 디튜브는 어떻습니까.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스팀을 구리다고만 말하고, 네드는 일을 안하네, 중앙 집권적이네, 하는 말을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중앙화는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고, 더 많은 것을 개인에게 요구합니다.
스팀에서의 활동만을 예로 들자면,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은 오직 개인이 해야 합니다.
대형 거래소 Bitfinex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여러가지 근거로 시세조작이라고 주장했던 medium.com 의 bitfinex'ed 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은 bitfinex 에게 고소를 당하고 소송비를 후원받고자 글을 올리고.... 하는 소란이 난 바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보려고 방문했더니 twitter가 닫혀 있네요.)
그 사람이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언론인들은 이러한 명예훼손 관련한 문제가 터질 때 회사차원에서 대응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법무 팀도 있고, 수많은 검토를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해주는 지는 다 다르겠지만)
탈중앙화는 다릅니다.
오직 개인이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똑같은 경우가 바로 지갑을 다루는 문제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개인키는 오직 개인의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제 컴에 이상한 프로그램을 깔아 빼내어도 다시 찾을 방법도 없고, 예금자 보호법 따위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기에 잃어버리면 그만입니다. 해킹을 당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은행은 최소한 자신들이 잘못해서 사라진 경우는 책임을 지지만,
해킹당한 거래소 어디 한 군데에서도 제대로 보상해주는 곳 보신적 없으실 겁니다.
탈중앙화는 권리만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의무도 같이 돌려줍니다.
훨씬 가혹하고 어려운 길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입니다.
(좋은 예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더리움의 DAO 사태와, 그 전의 스타더스트님 사태를 생각해 보십시오.
혹은 이번에 발생했던 EOS의 계정 정지 사태를 생각해 보십시오.
혹은 최근에 있었던 스팀의 노드 정지와 관련되어 발생한 증인의 급격한 순위 변동을 보며, 그리고 반면에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는 EOS BP의 순위나 지지도는 오히려 올라가는 모습을 보십시오. (@acroeos/acroeos-bp)
구성원 하나하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현재의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투표 한 두번만 하고 욕을 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촛불혁명은 많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단순히 투표만 하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고,
더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수많은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의 성격이 상당히 혼재되고 있습니다.
Glocalization이라는 말을 되씹어 봅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가는 상황에서 일거수 일투족의 행동을 알게되는
옛날의 '마을공동체'가 훨씬 더 거대하게 온라인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찬사의 강도, 비난의 강도가 마을에 있을 때에 비해서 훨씬 강력해 지고,
한 사람을 퇴출시키는 일의 파장은 한 사람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말은, 우리 한명한명이 의무를 나누어 갖겠다는 말과 동의어 입니다.
역중앙화라는 말은 그런 면에서 비겁합니다.
탈중앙화 플랫폼을 쓰면서 의무를 나눠 가질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회사라는 집단도 아닌 연약한 개인에게 전체 의무를 전가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그럴거면 조직을 무엇하러 만드는 것인가요?
수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고 조직을 만드는 것인가요?
아닐 겁니다.
그 어떤 조직도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지도, 질 수도 없습니다.
회사도 유한회사가 있는 것 처럼요.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모두가 지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 입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상태 변화가 일어나고, 가격이 요동치면서 나오는 진통은 괴롭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책임을 나누고,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탈중앙화로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을 중앙화 하는, 그 스펙트럼 속의 조화를 꿈꿉니다.
중앙화-탈중앙화의 범위는 이렇게나 다양할 겁니다. 그리고, 가시광선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영역도 참 많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