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보팅과 스팀의 보상구조

이곳저곳 댓글로는 생각을 적었지만 그래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정리하는게 유익할 것 같아서 따로 포스팅으로 적습니다.

여타 코인들이 채굴기와 전기요금(POW) 혹은 지분보유(POS)에 비례해서 돈을 주는 것과는 달리 스팀의 기본 정신은 "스팀의 성장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스팀에서 보상을 주겠다" 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가 돈을 버는 구조이죠.

이제 문제는 이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스팀은 스팀파워를 가진 주주들에게 그 평가를 맡겼습니다. 그 근저에는 지분이 많을수록 스팀의 성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고 그렇기에 스팀의 이익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논리가 있고,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하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스팀의 보상풀은 인플레이션, 혹은 스팀을 액면분할함으로써 충당됩니다. 즉, 기존 보유자들의 지분비율을 희석해서 스팀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죠. 이 보상풀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연 10% 인플레이션)누군가가 보상을 가져가면 다른 사람은 조금 덜 가져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논란이 된 셀프보팅은 왜 문제가 되었을까요?

첫째로 셀프보팅이 스팀의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한다든지, 의미있는 정보제공이나 감정표현을 하는 등의 행위는 어느 정도는 감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달 전 본인의 포스팅에 오늘도 댓글알바 고고고고!!! 라든지 열개째 ㅡㅡ! 같은 댓글을 하루에 십수개씩 달고 셀프보팅 하는 것은 스팀의 성장과 연관이 없고 오히려 스팀의 자원들(네트워크 대역폭, 저장소, 메모리 등)을 낭비하는 행위입니다.

둘째로 평가자로서 불공정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팀파워 보유자는 기여도를 평가하는 심판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셀프보팅이 보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본인/타인에 대한 이중잣대를 의미합니다. 즉, 본인의 글은 무슨 내용이든 10점 만점이고, 타인의 글은 무슨 내용이든 0~1점이라는 식이죠. 이런 불공정함은 오히려 다른 노력하는 기여자의 의욕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연관되어 셀프보팅은 다른 사람의 보상마저 감소시킵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초대형 고래가 셀프보팅을 통해 하루에 2만불씩 가져간다면 당장 모든 다른 글의 보상은 절반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셀프보팅을 받은 글이 실제로 기여가 없을 경우 스팀이라는 회사의 한정된 예산이 의미없는 곳에 쓰인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반박하는 논리로 스팀을 보유하는 것이 기여가 아니냐고 하는데 스팀매수나 보유는 성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을 얘기할 때 주가가 두 배 올랐다고 페이스북이 성장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용자수나 활동지표가 증가했을 때 성장했다고 얘기합니다. 셀프보팅이 만연하게 된다면 스팀은 실제로 스팀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보상을 받는 장소로 바뀔 것입니다. 왠지 익숙하죠?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적폐사회의 모습 아닌가요?

저는 우리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또다른 부조리한 사회를 만드는데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비단 셀프보팅뿐만 아니라 표절, 담합보팅 등의 문제에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진통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해가는 스팀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이는 분명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관심으로 이루어진 것이겠지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희망적인 공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셀프보팅과 보상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한가지 추가합니다.

셀프보팅이 용인되어서 모두가 최대한으로 셀프보팅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때 각 개인이 1년간 받는 보상은 스팀의 인플레이션률과 동일한 10%가 됩니다. 근데 모두가 10%씩 받았으므로 지분비율은 동일합니다. 쉽게 말해 스팀이 1000개였다가 1100개가 되었는데 총발행량이 10억개였다가 11억개가 된거죠. 조삼모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스팀 가격은 어떨까요? SNS라고 하면서 다들 의미없는 글에 셀프보팅만 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투자자와 사용자가 얼마나 들어올까요? 추가적인 투자가 없고 매도도 없다면 이론적으로 스팀 가격은 1년에 11% 정도씩 하락합니다. 현실에서는 기대감 등이 사라지면 훨씬 더 하락이 크겠죠. 과연 셀프보팅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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