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후보의 당락과는 별개로, 나는 선거 때마다 한편으로는 실망을 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60.2%. 이번 지방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다. 지난 총선이나 대선 역시 많이 나와 봐야 70%수준인데, 그렇다면 매번 30-40%의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실망을 하거나 의아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투표 참여는 당연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의식의 성숙도 역시 포함된다고 보는데, 그런 것은 학력이나 생활수준으로 결정되는 것 같지 않다. 그 옛날 평균 학력이 낮을 때가 오히려 투표율은 높았다. 교육 수준과 경제 수준이 높아졌는데도 정치참여도는 낮아지고 있다. 이게 과연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혹은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건 아닌건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실 나도 이해는 간다. 나는 물론 성인이 된 이후로 단 한 차례도 투표에 불참한 적이 없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퇴사하기 전까지 정치라는 것에 대해 크게 관심도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딱히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내 예상이지만 아마 전체 투표권을 가진 국민 중에 여당, 야당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꽤나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에 지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일이란 마치 자신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방관자라기보다는 투표에 참여해도 뭐 하나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 역시 정치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하릴 없이 뉴스만 보면서 이 사회 돌아가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부터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30-40%라는 숫자는 좀 너무한 것 같다. 5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이 된다고 할 때, 결국 전체의 1/3정도의 지지라는 것만으로 당선이 된다는 뜻이고, 만일 당선인이 정치를 잘못하게 된다면 투표 불참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나머지 참여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저기 어디 140% 투표율이 나오는 나라(;;)처럼,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선진국이라거나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투표율이 높은 나라는 선진국이고 잘 사는 나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투표 참여율은 국가 수준에 못 미친다는 느낌인데, 나는 그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30-40%의 사람들을 면밀히 조사해서, 어떤 연령층인지, 어떤 생활수준인지, 어떤 성향인지, 왜 투표에 참여 안하는지를 조사해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데, 낮은 투표율에 대한 성토만 있지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분석만 있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별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국가 수준이 더 높아졌을 때, 민주국가에서 이런 정치 무관심은 반드시 발목을 잡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투표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직에 의해, 학연에 의해, 혹은 종교 단체의 강요나 세뇌에 의해 참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친구들의 정치 참여 의식이 높아지는 것이 뉴스에 자주 나오는 걸 볼 때 점점 나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