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그리고 잠 못 이루던 밤들
우연히 강남 교보 문고를 들리게 되었습니다. 추억이 있는 곳이라 매번 이곳을 갈 때 마다 추억의 장소를 가보게 됩니다. 물론 그 자리엔 다른 연인들이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 물론 건전한 추억입니다. 설마 그런 공공 장소에서;;;). 이 곳에서 작게 시작한 인연이 삶을 행복하게도 만들었고 슬프게도 만들었습니다.
그런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우연히 책을 한 권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한병철교수님의 책들을 사려고 온 것인데 지나가던 길에 매대 그것도 뒤쪽에 놓여있는 책
너와 그리고 잠 못 이루던 밤들
제목만 보고 선뜻 집어 들었습니다. 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작가 장샤오시엔
https://en.wikipedia.org/wiki/Amy_Cheung_(writer)
홍콩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누군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어떤 책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와 그리고 잠못 이루던 밤들은 에세이 집으로 읽기 아주 편합니다. 한 편 한 편이 매우 짧습니다.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연인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줍니다. 서로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되살아 나게 해줍니다. 아니 반대로 헤어진 후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에게도 단순히 과거가 아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글 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랑을 잃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 해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이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노크를 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마음을 가라앉혀 줍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게, 슬픈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그리고 당신에게는 사랑을……이렇게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행복감으로 잠 못 이루던 밤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투던 일들로 잠을 못 이루던 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후에는 슬픔과 그리워하는 일로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집니다. 사랑을 하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집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네요……
여자가 말한다. “그 사람을 위해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이는 결코 책임질 수 없는 말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바꿀 수 없다.
한 사람을 위해 바꾸겠다는 말은 가슴 깊이 감동을 주는 약속이 아니라 달콤함 속삭임에 불고 하다.
사랑하게 됐다고 바꿀 수 있다면 그 수많은 연인이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바뀔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다.
한 남자와 사랑하게 되면 그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그를 사랑하기에 당신의 인생관과 행동, 습관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당신은 그를 통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본다 (89).
당신은 그에게서 보내 자신에게는 없던 성품을 배우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며, 다른 이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다. 또한 당신은 그를 통해 더 많은 걸 알고, 더 멀리 나아가며,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대신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된다.
하나의 빈 잔이었던 당신은 이제 반쯤 채워져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다시 말해 당신의 가치관과 사람을 대하는 법, 지혜도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신은 바꾼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하나의 잔이며 물이 채워졌을 뿐이다.
당신은 그를 위해 특별히 바꾸려고 바꿨다기보다 저절로 성장한 것이다. 성장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바뀌어갈 뿐, 당신은 누구를 위해 바꿀 수 없다 (90).
사람이 가장 쓸쓸하고 바보 같이 느껴질 때는 사랑하는 것을 잃어버린 순간이 아니라 이미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희망을 잔뜩 품고 기다리고 있을 때다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