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신화와 고대한국

민속원에서 출간한 일본신화와 고대한국은 일본 신화 속에 숨겨져 있는 고대한국을 볼 수 있게 하여주는 책입니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두 권의 역사서가 있는데 고사기와 일본서기 입니다. 이 두 권의 책만 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책들과 설화들이 있는데 일본의 천황의 권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고사기와 일본서기가 편찬됩니다. 그래서 다른 역사서들과 달리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정치적 색을 많이 띠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일본신화와 고대한국을 읽다 보면 일본신화에 한국이 얼마나 많이 관여를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많은 신화들이 한국에 있는 신화들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왕권에 관련된 신화는 대체적으로 ‘천손강림신화’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해모수의 아들인 고주몽.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 제주도의 삼성혈 그리고 가야의 구지가 등을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특정인이 왕권을 지니게 됩니다.

저자에 의하면 일본 역시 한국과 같은 천손강림신화를 사용합니다. 많은 작은 부족국가의 왕권은 천손강림신화만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황가는 천손강림신화와 함께 한 가지 신화를 더 사용합니다. 바로 타계 방문 신화라고 합니다. 천황가가 다른 초기 왕국들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천손강림신화에 등장하는 천손은 아마도 고대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지역의 사람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 지역 사람들과 혼인을 통해서 결속력을 다졌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계 쪽은 천손강림신화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천손강림신화는 한국형 신화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초기 국가들의 신화는 천손강림신화만이 존재하지만 천황가의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모계 관련 특별한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타계 방문 신화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을 처음 만들어낸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신화에서도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요미노쿠니, 저승을 다녀오는 신화입니다. 저승을 다녀온 후 일본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삼신(아마테라스, 스사노오, 스미요시)를 남깁니다. 그리고 한국에 잘 알려진 신공황후(진구황후)의 이야기도 타계방문의 이야기를 띄고 있습니다. 여기서 타계가 바로 신라입니다. 신공황후는 응신천황 (오진천황)의 어머니로 실질적인 야마토, 일본의 시조의 어머니입니다. 천손강림의 부계와 타계를 다녀온 신공황후의 후광을 천황가에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타계가 신라인데 실제로 다녀왔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천황가의 정통성을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신공황후 하면 칠지도가 생각납니다.

일본 하면 천황가뿐만 아니라 실력자의 집안이 천황을 섬기면서 다스리는 것이 유명합니다. 이러한 실력자 집안들도 신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신화는 천손강림이 아니라 타계방문 신화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초기의 왕가는 고대한국과 비슷한 천손강림의 신화만을 가지고 있고 천황가가 만들어진 후에 실력가들의 집안은 타계방문의 신화만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천황가만이 천손강림신화와 타계방문신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했다고 합니다.

고대한국과 일본역사에 관심이 많이 있으시다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출판된 책 치고는 오자와 잘못 정리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신의 이름 또는 지명 이름이 같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기재된 부분도 있고 어순이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게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책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정말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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