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개 접두사 사용법 (욕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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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커텐 뒤에 한 녀석이 숨어 있습니다. 방문 앞에 응가를 해놓고는 얼른 꼬리만 남겨둔 채 커튼 뒤에서 제 몸을 은닉했다고 믿는 녀석. 개입니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녀석입니다.

녀석의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뽀뽀해서 깨우기, 가족들 아침 식사동안 흘리는것 있나 매의 눈 개의 눈으로 감시하기, 가족들 출근길 뽀뽀하며 배웅해주기, 현관문 닫히자마자 후다닥 뛰어가 잠자기입니다. 잠자는 일과는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데요. 물론 중간에 짧은 산책과 밥먹기와 장난감에 침바르기 등을 잠깐씩 하지만요. 이렇게 종일 자는것 같은데도 왜 이리 늘 졸립기만 한지 하품을 달고 삽니다. 그럴때마다 제가 그러지요.
-개피곤해?
-개졸려?
녀석은 들은 척도 안합니다.
-개무시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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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우리집에 온 첫날, 2016.10.03)

문득 개 접두사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조사해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의 개 접두사에 대한 설명입니다.

개-

「접사」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금/개꿀/개떡/ /개살구/개철쭉.
  2. ((일부 명사 앞 붙어))‘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3.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망나니/개잡놈.

이것이 개 접두사에 대한 표준어 사용법이라고 합니다. 비슷한것, 쓸데없는것, 정도가 심한것 정도에 개를 붙여 쓸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두고 부정적인 뜻을 더하기 위한 접두사로 쓰인다니 이해가 안되는군요. 제가 사용한 "개피곤하다"나 "개졸리다"에서의 개는 접두사로서의 쓰임은 아닙니다. 개가 피곤하다, 개가 졸립다처럼 주어라고 보시면 무방하겠네요. 접두사라고 우겨도 할말은 없습니다.

개새끼

최근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개새끼’의 어원이 강아지가 아니고 ‘가짜 새끼’라는 뜻으로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만든 자식을 뜻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는데요. 이 설을 제기한 김재기 교수는 아래와 같은 근거로 이야기합니다.

son of a bitch’의 bitch가 사전에는 암캐라고 나오지만 실제로 외국에서는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욕할 때 많이 씁니다. 즉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가 낳은 아버지가 불확실한 아이를 뜻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혈통을 공인 받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모욕적인 일인 것이죠. 욕에 대한 공식적 문헌이 없기 때문에 그 어원은 여러 맥락에서 분석해야 합니다. 외국 문화까지 고려해 추정해 보면, 그 ‘개’가 동물 개와 관련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어학자들은 그 어원이 동물 ‘개’보다는 ‘성적인 것’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 경성대학교 철학과 김재기 교수)

오호! 이거 재밌는 설인데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네요. 그래서 우리 이쁜 강아지는 아직도 개새끼라는 욕설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개억울합니다!

개이득, 개좋다, 개설렘, 개웃김, 개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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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초등학생 조카가 "개이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아이 부모가 제지하는 걸 봤습니다. 경박해 보인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개좋다, 개설렘, 개웃김, 개득템" 이라는 긍정적인 표현 또한 사실상 표준어로서의 쓰임은 아닐 뿐더러 누군가에게는 눈쌀을 찌푸릴 만한 말이 될수도 있습니다.

요즘 10대들이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 가리지 않고 "개"를 붙여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개대박, 개좋아, 개짱, 개맛있어, 개이뻐"라는 말 표현 뿐만 아니라 "개구리다, 개멍청하다, 개싫다"처럼 부정적인 데서는 물론이고 "개부럽다, 개여신, 개재미있다"처럼 긍정적인 표현에까지도 가리지 않고 쓴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 추억속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은어였지요. 무엇이 있었는지 돌이켜보면 킹, 왕, 짱, 캡, 따봉 등이 있네요. 너무 올드합니다. 당시에도 어른들은 그런말 싫어하셨어요. 개-, 캐- 이런말들은 어쩌면 구닥다리 은어가 사라지고 새로운 은어들이 나온것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불편하게 들리는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겠지요.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개가 경박함을 더해 주는데에는 사용되는 것은 여전히 기분이 "개나쁨"입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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