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Feel通 -일상의 안단테]

기본 탬플릿 (16).jpg


"나에게 행복이란?" 


내가 진행하는 스피치 수업의 2회차 단골 질문이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탁월한 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 질문을 (스스로) 처음으로 하게 된 건 26살쯤이다. 

집에 빚이 생겨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고 마이너스였던 통장이 '0' 이 되었을 때. 

모든 고됨이 다 끝났는데도 예전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더이상 스산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되고, 조각 잠에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빚의 그늘에서 벗어났는데도. 매일같이 '행복해지고 싶다'를 주문처럼 외우던 내게 '행복 = 빚에서의 자유' 였지만 막상 주어졌을 땐 그것이 아니었다. 목표가 분명했던 지난날이 오히려 더 행복한 것 같았다. 


답을 찾아야 했다. 

엄마가 '잘 들고 있으라 ' 던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그때의 나는 절박했다. 




시작은 도서관이었다. 

심리 관련 책들로 출발해서 '이렇게 살아라'를 외치는 자기개발서. 흔히 '성공'했다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구마구 읽었다.

우연히 읽게 된 어떤 책에서는 행복해지려면 과거와 화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길로 고르고 또 골라 맘에 드는 빨간색 노트를 샀다. 그 속에 슬프고 외로웠던 경험을 모두 적었다.
기억도 잘 안 나는 흐릿한 일들도 기어코 꺼내 꾹꾹 토해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엔 각인돼 행복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적고 또 적다 보면 왠지 아무렇지 않은 것도 같았다.

또 어디선가는 꿈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꿈 리스트를 적었다.
꿈인지 결핍의 반어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꿈의 항목을 늘릴수록 행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같아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스키 타고 최상급 코스에서 점프하기' 같은 것도 그저 열심히 적었다.
(가장 싫어하는 것이 추위인 녀석이 스키점프가 꿈이라니)

그 뒤로 오랫동안,
초 재벌이 되면 행복할까?
'극강 미녀가 되면 행복할까?'
'과거로 돌아가면 행복할까?' 의 '만약에' 놀이를 하며 행복을 정의를 찾아 헤맸다.


늘 들르던 국립중앙 도서관의 여름과 겨울




생각이 바뀐 건 푸켓 길거리에 앉아 팔찌를 팔던 친구를 통해서다. 그 친구는 엄청나게 예쁜 그림을 직접 새겨 넣은 팔찌를 팔고 있었다. 예술 작품이라 여겨지는 아름다운 팔찌의 가격은 우리나라 돈 300원 남짓.
땅바닥에 앉아서 변변찮은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괜스레 안타까웠다.

'홍대에 데려가 팔찌를 팔게 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저렇게 멋진 작품을 만드는데 신발 한 짝이 없잖아. 불쌍해.'

하지만 주문한 'love my self'라는 글자를 다 새겼다며 올려다보는 그의 미소는 내 생각과 달랐다. 적어도 내일 서울로 돌아갈 생각에 괴로운 나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그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정의 내리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 였다. 



아직도 팔찌를 찰때마다 그소년의 미소가 떠오른다.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했다 자부하지만, 아직도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렵다. 막연하게 행복은 '방향'이라는 관념이 있을 뿐이다.
온 세상이 핑크빛이던 한때도 시간이 흘러 잿빛으로 변할 수 있고, 고통의 날도 지나면 애틋 할 수 있다. 행복은 그저 마음의 추가 기우는 방향에 있는 듯하다. 

오늘 수업하신 분 중 한 분은 행복을 '똑같이 누워있는 아이와 남편의 모습'이라고 말 하셨다. '초등학교 때 가족들과 함께 간 에버랜드'라 말씀하신 분도 있었고, '남자친구와 결혼'이라 하신 분도 있었다. 다 좋았다. 마음 향하는 모든 것이 분명한 '행복'이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지만 정작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제 더이상 행복의 정의를 찾아 헤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저 내 행복 나무에 걸터앉아 남의 행복 나무를 구경하는것이 즐거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묻는다.
'당신의 행복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그 대답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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