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아픔으로, 누군가에게는 원망과 미움으로 남아있는 그 이름.... 그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싫으신 분들은 답글로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영화 내용은 알려진 바와 같아요. 안희정, 강원국, 이광재, 유시민 등 노무현의 참모, 그리고 노무현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던 39명의 증언과 그의 선거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입니다. 익히 알려졌지만 영상으로 보면 새로운 내용입니다. 계속해서 좌절하던 그의 정치인생, 그리고 도무지 기적이라고 말할수밖에 없는 2002년의 대선 승리. 그리고 그의 죽음.
그분이 돌아가신 날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토요일은 투자동아리 세션일입니다. 그때 소녀시대의 Gee가 2일 전에 발표되서 멍하니 그 속에 빠져들어가 있던 그때, 인터넷에 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이라는 말이 떴습니다. 처음엔 멍했습니다. 한창 뇌물 관련 사건으로 시끄럽던 때라 노빠로서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끼던 때라서요. 그런데 그날 오후부터 내가 의심했구나... 확정했구나... 단정지어버렸구나라면서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많이 울었습니다. 왜 나는 언론만을 믿고 그분을 의심했던 걸까요?
2002년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선거권은 없지만 저희집은 민주당 전북지역경선 대의원 투표권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이인제를 찍으라는 것을 제가 한나라당 철새는 안된다고 부모님을 강권하여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결국 그 분은 대통령까지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조중동한경오라는 언론의 공작에 놀아나 그분을 버렸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후회를 했습니다. 내가 이 영화를 왜 보러 왔을까라며 말입니다. 다시 배신의 기억을 떠올리는게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스크린속의 그는 자신의 아내를 어떻게 버리냐며 그 따위 경선을 할 바에야 사퇴한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옆자리 분들께 방해가 될까봐 참으려 했는데 계속 울었습니다. 소리를 죽이고 계속 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지난 겨울을 떠올렸습니다.
새시대의 첫차가 되고싶다던 그는 이제야 새시대의 첫차로 인정받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그립습니다.
꼭 한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스크린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 상영중입니다. 울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울면서 보셔도 됩니다. 맨 마지막에 정말 섭외가 안되는 분도 한분 나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슬프면서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