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심폐소생술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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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아까 오전에 있었던 일을 포스팅 해 보고자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데 기여한 저의 이야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올리고 쓰담쓰담 태그를 달아 놓은 것을 안 좋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 제가 이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해 두었으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오전에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러닝 머신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께서 "119! 119! 빨리 빨리!! 사람 사람" 이런 소리를 지르시길래 그 순간 재빨리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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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 가 보니 어떤 아저씨께서 바닥에 쓰러져 있으셨습니다. 바닥에는 뭔지 모를 액체가 흥건했고요. 그때도 119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쓰러진 아저씨가 아직 숨을 쉬시길래 "숨을 쉬고 있는데도 심폐소생술을 해야 됩니까?" 물었습니다. 그러니 숨을 쉬고 있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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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저씨가 때마침 숨을 안 쉬십니다. 놀라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심폐소생술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데 그때 실습에 열심히 참여했던 것이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 열 번쯤 가슴을 압박하니 아저씨가 기침을 하면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시길래 괜찮구나 싶었더니 또 조금 있다가 숨을 안 쉬십니다. 저는 또 놀라서 가슴을 압박합니다. 이번에는 입에서 진한 거품 같은 침을 그렁그렁 대시면서 몸을 이리저리 꼬시는게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숨을 쉬었다 안 쉬었다 반복하는 중에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이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정말 부끄럽지만 "이러다 아저씨가 잘못되면 나한테 피해가 오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원망(?)스럽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야속(?)하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행동으로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게 그리 좋게는 안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119가 빨리 안 오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났습니다. 119안전센터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근처에 있는 이 헬스장에 오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기도 했고요. 이 부분은 제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고 아저씨가 잘못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누구라도 제 상황이었다면 느긋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119가 도착할 때도 저는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구조대가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비켜드렸습니다. 전문가가 왔는데 제가 거기에 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될테니까요.

그렇게 좀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AED라고 하죠? 심장에 전기로 충격을 주는 기계까지 들고 와서 쓰고 링거 같은 것을 꽂기도 하고 입에 큰 풍선 같은 것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주고 하면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이어 나가고 있으시더라고요.

AED가 등장했을 때는 정말 아찔하더군요.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 잘못하다가는 저 아저씨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본인이 방금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 봐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으신지요? 상상만 해도 아찔하시겠지요?ㅠㅠ

다행히 맥박이 돌아오고 들것에 실려 근처 대학 병원으로 이송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구급 대원 한 분이 다시 오셔서 이송 중에 의식을 되찾으셨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아저씨가 잘못되셨다면 글을 올리지 못했겠죠.

그렇게 일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람이 느껴지면서도 뭔가 허무하더군요. 분명 큰 일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잘했다고 큰 일 했다고 말씀해주신 것을 빼고는 다들 자기 운동을 하기에 바쁘시더라고요. 큰 칭찬을 바란 것도 아니지만 제가 짧은 시간 동안 감당해야 했던 부담에 비해서 뭔가 허무하다고 해야할까요? 뭐라고 설명하긴 힘든데 어쨌든 그랬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경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과정을 겪에 되는지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가 있다면 꼭 배워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배워 놓으면 한 번은 쓸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자신의 가족이든 다른 사람이든 나의 작은 용기가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고, 만약에 주변에서 용기있게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이 있다면 큰 칭찬과 박수를 보내주시는 것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글을 쓰고 나니 떨리는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신 아저씨께서 큰 후유증이 없이 무사히 건강하게 퇴원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년 12월 14일 내용 추가 오늘 헬스장에 갔더니 아저씨께서 이제 거의 괜찮아지셨다는군요. 어제 저녁에 헬스장에 아저씨 형님께서 왔다 가셨다고 합니다. 건강해진 모습을 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지셨다니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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