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의 생리적 역할을 마감하며

써 놓고 보니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여자들은 갱년기가 오면서 한달에 한번 하던것이 끊어질 때 여자로서의 기능을 영원히 상실한 것 같아 우울감에 빠진다고들 한다. 나이들어 가면서 필요없는 기능은 퇴화되는 것이 이치상으로는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성성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늙어가나 싶기도 할테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아이를 낳았다고 직장을 그만 둘 자신도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외벌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첫째가 정확히 4개월이 되었을 때 시댁으로 보내며 단유를 했다. 요즘 분유가좋다 좋다하지만 그래도 아이한테는 모유가 더 좋다는 말에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물리고 싶은 엄마마음에 내가 끼고 있으면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긴 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그에 비해 둘째는 둘째까지만 낳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9개월을 휴직해서 11개월 정도 모유를 먹였다.

그런데다 첫째는 37주 5일만을 채우고 나와서 그런지 골골 할 때가 많다. 남자 아이라 키도 작고 호흡기 기능이 약해 감기를 달고 산다. 그런 큰아이를 볼 때면 모유 수유를 제대로 해 주질 못해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모유 한방울 안 먹고 자란 아이도 잘 자란다는 걸 잘 알면서도 엄마 마음이란게 그런게 아니어서 셋째는 무던히도 미련하게 모유 수유를 고집했던 것 같다. 출장 갈 때마다 유축기 가방이며 아이스박스까지 짐보따리 몇개씩을 챙겨다니고, 주말마다 유축해서 얼려놓은 모유가 조금이라도 녹을까봐 종종 걸음을 치면서 날라대며 지금까지 왔으니 말이다. 셋째가 다음달 20일이면 벌써 돌이니 만으로는 10개월을 물렸다. 물론 6개월째 들어서면서 부터는 분유와 혼합수유를 했고 요근래는 거의 하루에 한번 정도의 양도 못 먹였지만 말이다.

지난주말에 셋째에게 마지막 젖을 물렸다. 이제 나오지는 않는 엄마젖이지만 그래도 물리면 잠이 든다. 엄마 젖을 물고는 곤히 잠든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 때만큼은 아무런 잡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아이의 천사같은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아이는 열달을 배속에 있으면서 태줄로 연결되어 엄마의 영양분을 먹고 자랐다. 그렇게 또 10달을 모유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엄마의 영양분을 먹고 자랐다. 하지만 이제 단유는 더이상 엄마와 생리적으로는 연결된 끈이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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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젖물림이라고 생각하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둘째를 낳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않았음에도 둘째때는 이렇게까지 서운하지도 이런 생각을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사람 감정이라는 것이 나이를 먹을 수록 변하나 보다.

아이를 낳고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데 밤중마다 세시간 간격으로 깨는 아이에게 눈 비비가며 간신히 일어나 젖을 물렸던 그때는 아이가 빨리 커서 온전히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만 한다면 다 좋을 것 같았는데, 그런 날이 왔음에도 서운한 마음이 드니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다.

그리고는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 이때가 지나면 이제는 하고 싶어도, 주고 싶어도 할 수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효도 하고 싶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듯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마음껏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크고 나면 후회가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엄마로서의 생리적 임무는 끝났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 내품을 떠날 때까지는 아직도 남은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 다짐도 하게 된다. 오늘은 그동안 그렇게 귀찮았던 유축하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아도 되건만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나한테 그동안 수고했다고 이제 더이상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제 그만 했으면 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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