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 어용사전

book1.jpg

지은이 : 박 남일
출판사 : 서해문집
초판 : 2014년 5월1일

표지의 글인 "국민과 인민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철학적 인민 실용사전" 이라는 글에서 보듯이 우리가 살면서 주입되어온 단어들이 얼마나 지배자 또는 자본주의의 사용자에 맞게 기억되어 왔는지 쉽게 해설하여 놓은 사전입니다.
총 215개의 단어를 싣고 있는 “어용사전”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얼마나 잘못 사용 되어지고 있는지 또는 우리가 어찌 교육받아왔는지 설명 하여 놓았습니다. . 판단은 독자제위들께서 알아서 하셔야 하지만 아마도 여러번 무릎을 내리치게 될것입니다 . “어용”의 사전적 의미는 "왕이 사용하거나 부리는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뜻한다고 합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어용학자” 또는 “어용언론” 등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루트비히 비트켄슈타인.<논리-철학 논고>

참고로 한 단어의 설명으로 "어용사전"의 전체를 댜변하겠습니다.

교복 (校服)

교복은 학생에게는 굴레이고 부모에게는 헛돈이며 자본가에게는 돈줄이다.

입학할 때는 비용과 디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치마 길이나 바지통 줄이는데 사활을 건다. 졸업식 날에는 찢는 데 자존심을 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교복은 줄일 때와 찢을 때 비로소 의미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지배 언론은 덩달아 호들갑을 떨고, 경찰은 아이들의 ‘교복 찢기’를 방해한다. 그러나 “우리 돈으로 산 교복 찢는데 뭔 상관이야?” 라는 질문에는 모두 입을 닫고 만다.

경찰 제복이나 군복은 나라에서 사준다. 죄수복도 나라에서 사준다. 노동자들 작업복은 회사에서 사준다. 스님들 승복은 절에서 사준다(옮긴이 주1). 그런데 교복은 나라에서 안 사준다. 부모 돈으로 산다.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교복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교복을 줄이든 늘리는 찢든 말든, 공권력이 나서서 탓할 일은 아니다. 그것을 말리거나 묵인할 권리는 교복 값을 지불한 부모에게 있다.

과거에 전두환 정권은 피 묻은 학살자의 이미지를 탈색하려는 ‘빅쇼’의 일환으로 교복을 폐지했다. 그러나 몇 해도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교복을 부활했다. “사복은 옷값이 많이 들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거나 “교복을 입어야 학생 다워 보인다”는 따위의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교복을 입어도 사복 수요는 줄지 않았다. 교복으로 이른바 ‘명문학교’와 ‘똥통학교’ 학생이 구별되어 위화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지금 아이들은 학생다워 보이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교복이 부활된 건 교복 시장의 엄청난 매출 때문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에 교복은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다수 인민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개천에서 지렁이도 살기 힘든 요즘에 교복은, 학생에게는 굴레이고 부모에게는 헛돈이며 자본가들에겐 돈줄이고 국가에는 통제수단이다. 교복은 아이들의 옷 입을 자유를 박탈한다.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나름 공부깨나 하는 아이들 조차 뭐라는지 아세요? 이렇게 된 바에야, 매일 입고 다니는 교복이 자색과 비색, 청색, 황색으로 철저하게 구분됐던 과거 신라시대 골품제도 복장과 뭐가 다르냐며 씁쓸하게 웃어요. 교복을 입으면 애교심이 생긴다는 그런 헛소리, 개나 주라고 하더군요.”
오마이 뉴스,<’똥통학교’라는 낙인, 체벌을 부른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