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야. 미안해..

임신 7주 +6일

어제 병원에서 유산 판정을 받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다친상태이지만 이 또한 저의 소중한 기록이기에 조심스럽게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고자 합니다.

어제는 드디어 아기를 만나볼 수 있을거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병원을 향했고, 여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굴욕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다시 질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대뜸
"혼자 오셨어요?" 하고 묻습니다.

불안감이 언습해왔습니다.

아기집이 18mm 이상 컸는데 난황과 아기는 여전히 없었고, 빈 아기집은 찌글찌글 모양이 불안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빈아기집을 엄마 뱃속에 오래두면 좋을게 없다며 다음주 월요일에 빈 아기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고 진료실에서 나오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임신확인진단서를 받았습니다.

자라날 태아의 동영상 촬영비는 아니더라도
유산 수술을 하는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50만원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수술하고 남은 비용으로는 꼭 보약이라도 지어 몸을 조리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수술에는 마취가 필요해서 수술 전 주의사항을 듣고 회사로 복귀하였습니다.

어제 하루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엄마인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 자궁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기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구나..
죄책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기에 앞서 이제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몸과 마음을 잘 조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네요.

그리고 저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들 유빈이가 있어서 큰 위안이 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기야.. 정말 미안해...

엄마는 늘 죄인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심장소리도 듣지 못한 아기에게 죄인이 되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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