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을 위해 쓰는 편지 19.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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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공은 재무/회계이다. 이 전공과목을 공부하던 중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진리를 하나 깨쳤다.

회계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실질내용이다. 회계장부는 수익, 비용,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는다. 기업이 어떤 명칭을 붙이더라도 결과적 수익이면 수익인 것이고, 비용이면 비용인 것이다. 명목상의 명칭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실도 명목보다 실질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새로운 시야가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은 조금 달랐다. 가끔, 생각보다 자주, 사람들은 실질내용보다 형식을 따진다. 차례상에 올라갈 생선머리 방향만 생각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격한 차례상보다는 가족들이 편안한 마음에서 만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생선머리가 반대로 가있더라도 가족이 행복해하면 조상님은 기뻐할 것이다. 차례상을 안차려 주더라도 가족이 행복하면 조상님은 만족할 것이다. 조상님역시 누군가의 부모였다. 어느 부모가 차례상 때문에 골머리 썩이는 자식을 보며 기뻐할까?

문화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면 그것은 인습이다.

어머니, 아버지 명절 끝나고나 가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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