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과 거리가 멀다. 아니 대중의 기준에서 본 예술자체와 거리가 멀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예술활동의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는 사람들이 예술 활동이라고 부르는 무언가를 했다는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예술. 비생산적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암묵적 약속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들의 가치를 따지기 위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스팀잇의 글들과 일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산이 아닌 소비가 목적이라는 점.
소비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
좋은 작품/글이 높은 보상을 받는 다는 점.
차이라고 하면 그림은 ‘나는 저 작가가 좋아.’ 혹은 ‘남이 뭐라고 하건 나는 저 그림이 좋아.’라는 이유로 아무리 비싼 값을 주고 그림을 사더라도 욕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정한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이 있는듯 하다. 다들 고상한척 이런 저런 말로 둘러대지만, 나 역시 대놓고 ‘네 안목은 쓰레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니 참 아쉬울 따름이다. 뭐 변명할 것도 없다. 그동안 국가에 봉사하느냐 내가 하루에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었다. 스팀까지 접속하는데 10분, 내 글을 옮겨 적는데 40분이 걸리니, 남은 시간은 10분인데, 그 시간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이 그림을 489억원에 사갔다.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는 이 그림을 910억원에 사갔다.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든 생각은 ‘음…... 나중에 그림을 그린다면 검정색으로 그려야겠다.’이거 하나다. 미대를 다니는 학생 및 현직 예술가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왜 파란색은 489억원이고, 검정색은 910억원임을 설명해 내 생각을 바꾸려 할까? 아니면 '그러게 말이다. 바넷 뉴먼이 그린 작품이고, 검정색이 더 좋아 보였나봐.'라며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할까? (고등학교 2년을 예체능반에 있었는데, 이런 거 물어보면 욕부터 하다 결국에는 부럽다는 결론을 내린다.)
정밀묘사. 극사실주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매우 대단하다. 사람의 손으로 실물과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정밀하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카메라와 구글이 있다.
글은 문자로 표현된 예술품이다. 누군가는 극사실주의를 추구하겠지만, 누군가는 초현실주의를 추구하기도 한다.
생산이 목적이 아니다. 소비가 목적이다. 얼마나 잘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소비하냐가 핵심이며, 생산이라 생각하던 활동이 소비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소비에서의 가치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좋으면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