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노무섀키'씨(이하 일본 '고'씨) 좀 언급해 볼까 합니다. 첫 단추를 잘 못 꿰신 '고'씨 덕분에 여지껏 이 개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대체 고씨의 '첫 단추'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영어라는 언어 구조를 조각 조각 내버린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에 대한 파악부터 잘 못 되었다는 얘기죠.
자, 학창시절에 배운 영어 문법론을 한 번 되짚어봅시다. 주어, 동사, 목적어... 그러다가 목적어가 다시 세분화 됩니다. 직접목적어, 간접목적어... 그러더니 목적어를 부연설명하기 위한 목적보어라는 것까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미국 엄마들은 주어부터 목적보어까지 다 알아야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나봅니다.
왜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법 설명이 지속되었을까요? 바로 첫단추를 잘 못 끼웠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통찰이 부족한 상황에 한 두가지 눈에 보인 현상을 원칙으로 만들어가다보니 빈 자리를 계속 메워가게 된 것입니다. 자꾸 합당한 설명이 부족해지면서 새로운 문법 용어를 만들며 메우기에 급급했겠지요. 이게 화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살짝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중국어는 기저에 존재와 행동의 순서를 따르는 규칙이 깔려 있습니다. '밥 먹으러 가자'가 아니라 '가서 밥먹자'라고 말합니다. 뭐.. 이를 테면 그렇다는거죠.
그렇다면 영어는 대체 어떤 구조를 기본으로 합니까?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전 언어학자도 아닙니다. 그냥.. 한 5분간 째려보고 내린 결론입니다만, 바로 영어는 관계 지향적인 성격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뭐랑 뭐가 관계합니까? 바로 주체와 객체입니다. 딱히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주체/객체란 용어를 따오긴 했는데,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자면 외부로 힘과 영향력을 발산해가는 쪽과 외부로부터 힘이나 영향력을 수렴하는, 또는 노출되어 있는 대상을 구별하고 그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형식이 잘 구성되어 있는게 바로 영어란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헌데 이런 관계가 자주 눈에 띄다 보니 능동태니 수동태니 하는 고씨의 문법론도 탄생했을겁니다. 그럼 고씨의 능동태 수동태를 한 번 얘기해 볼까요?
고씨가 능동형 문장을 이해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주어가 있습니다. 주어가 어떤 행동을 합니다. 동사가 오겠네요. 근데 그 행동에는 어떤 대상이 있곤 합니다. 그래서 그 대상을 행동의 목적이 된다하여 목적어라 이름 붙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예를 들어 '주다'라는 동사에 따른 대상으로서 어떤 것은 직접적인 대상(예: 연필)이 되고, 어떤 것은 간접(?)적인 대상(예: 친구)이 됩니다. 그래서 각각 직접목적어와 간접목적어라 이름을 붙입니다. 근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넘의 to라는 전치사가 어떨 때는 붙어, 어떨 때는 안 붙더랍니다. 젠장.. 규칙을 좀 찾아봐야 겠습니다. 마침내 give라는 동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발견하였습니다.
(1) 주어 + give + 간접목적어 + 직접목적어 : I give her a pencil.
(2) 주어 + give + 직접목적어 + to + 간접목적어 : I give a pencil to her.
뭐.. 이유는 잘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쓰니까 공식만 잘 찾아내면 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리고 give와 비슷한 성격을 동사들이 보이길래, 그냥 한데 묶어서 '수여동사'라는 걸쭉한 이름을 붙여줍니다. 근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I give her a pencil.외에도 다른 스타일이 있던 것입니다.
(1) I give her a pencil.
(2) She is given a pencil by me.
그리고 멋지게 한 컷 더 마무리 합니다. by me 이하는 생략하기도 하더라.. 하고는 She is given a pencil (by me). 이 얼마나 깔끔합니까? 음.. 그러니까 고노무섀키씨군요. 나쁜넘..
이제 다시 원론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봅시다. 뭐, 언어란게 어떻게 규칙이 생겼는지 알 수는 없으니 우리가 한 번 일반적인 규칙론을 정한다 생각하고 시작하죠. 먼저, 주요 단어들은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주체
(2) 객체
다행히 대부분의 단어들은 표면적으로 주체/객체 구별하지 않고 같은 스펠링으로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apple의 (1)주체/(2)객체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pple
(2) apple
이게 뭔 소립니까? 그냥 같다는 겁니다. 구별 안하겠다는거죠. 그냥 문장 안에서 그 성격으로만 판별하겠다는 겁니다. 반면에, 나/너/그/그녀/그들 등은 구별을 좀 하겠다고 합니다. 각각 주체/객체 표현은 다음과 같겠습니다.
(1) I / me
(2) you / you
(3) he / him
(4) she / her
(5) they / them
아직도 우측의 me, you, him, her, them을 보면 '목적격'이 떠오르십니까? 그리고 그 앞에 달라붙어 있을 '동사'가 아른거리나요? 다 잊어버리시고, 제가 여러분께 바라는 바는 왼쪽과 오른쪽을 대등한 관계로 보자는 겁니다. I 와 ME 는 그냥 성격이 좀 다를 뿐 대등한 관계입니다. 둘 다 '나'인거죠. 다만 '나'를 주체적으로 쓰면 I, 객체적으로 쓰면 ME일 뿐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라는 존재가 외부로 영향력을 뻗고 있으면 I를 골라쓰고, 반대로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으면 ME를 골라쓸 뿐입니다. 날씨가 더우면 반바지 입고, 추우면 긴바지 입을 뿐입니다. 다 같은 바지일 뿐이에요.
자, 그럼 이렇게 주체/객체 단어를 왜 얘기한걸까요? 어떤 분들은 전치사를 공부하면서 눈치채셨겠지만 영어는 두 대상이 관계를 이룰 때 그 관계가 어느쪽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그 관계가 아주 찐득한지 아니면 약한지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영어의 기본적인 원칙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칙2)라고 할까요?
(원칙2) 주체와 객체를 각각 먼저 설정하고나서 그 관계를 잇는다.(순서 상관 없음)
비유하자면, 양쪽에 전봇대 기둥 두 개 박고나서 전선 연결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야 전기가 흐를 수 있다고 보는거죠. 자, 그럼 다음 설명을 쭉 눈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양쪽에 전봇대 두 개를 박아봅시다.
(2) I ................ she : 전봇대 두 개를 박았습니다. 헌데, 우린 주체와 객체를 박으려합니다. I 에서부터 작용이 시작되는 문장형태를 만들어 보려하니.. 우선 뒤에 있는 she를 객체형으로 바꿔봅시다.
(3) I ................ her : 짜잔~ 주체와 객체로 역할이 다른 전봇대 두 개를 박았습니다. 이 상태가 되면 이미 전기는 흐를 수 있습니다. 물론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어떤 역할이나 작용을 한다는 것의 비유적 표현입니다. 이게 '준다'는 내용이면? 바로 Give로 바꿔줄 수 있겠군요. (give를 '준다'가 아닌 다른뜻으로 배우는 것은 나중에)
(4) I ... give ... her : 두 전봇대를 완성하니 그 사이에 작용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다만 give라는 작용을 원했기에 give를 넣어두었을 뿐입니다. 비유하자면 전기는 이미 이때부터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디서 어디까지? 왼쪽 전봇대부터 오른쪽 전봇대까지... give라는 전선이 있으니까요.
(5)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이미 문장 내에서 작용은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린 give라는 전선을 타고 있는 것을 좀 더 알고자 합니다. 그럼 그걸 그냥 바꿔주고 문장 뒤에 붙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영어에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걸 뒤에 주렁주렁 늘어놓는 습관이 있거든요.
(6) I... give.. her ... a pencil. : I와 her이란 두 전봇대가 완성되어 give라는 작용이 일어나고, 그 작용에 대한 부가적 내용으로서 a pencil을 문장 뒤로 붙여 두었을 뿐입니다.
자, 그럼 이 문장을 다시 훑어볼까요?
I give her a pencil.
아직도 주어 + 동사 + 간적목적어 + 직접목적어 가 떠오르십니까? 아니면 두 대상 사이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그 작용이 일어나는 흐름에 맞춰 보다 세부적인 대상물을 그냥 좀 더 써둔 것으로 보이나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원칙을 기억하시겠습니까? 자, 어쨌든, 이번엔 위 문장을 살짝 한 번 비틀어 볼까요?
(1) I ...... : 한 세트로 작용할 두 전봇대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한쪽 전봇대만 있군요.
(2) I ... give ... : I는 영향력을 외부로 영향력을 발산하려 합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영향은 give란 행위이고요.
(3) I ... give ... a pencil ... : give란 영향력을 발산하는데 좀 더 부가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a pencil이 걸쳐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영향력을 어디까지 지속시킬지 그 대상은 없습니다.
(4) I ... give ...a pencil... to .. : 계속 특정한 대상 없이 발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to를 이용하여 이 힘을 어느 한쪽으로 쭈~욱 끌고 가려 합니다.
(4) I ... give ... a pencil... to ... her. : 마침내 그 대상, 즉 영향력을 주고 받을 나머지 전봇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찾았죠? 그 전에 a pencil이란 세부 내용도 파악해 버렸고, to라는 전치사까지 끌여들여 그 힘을 끌고 나왔습니다.
자, 이제 이 문장을 다시 한 번 훑어볼까요?
I give a pencil to her.
아직도 주어 + 동사 + 직접목적어 + 전치사(to) + 간접목적어.. 라는 공식으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두 전봇대가 좀 늦게 세워져서 그 사이에 세부내용이 먼저 파악되고 마침내 대상물을 찾은 다소 안타까운 문장으로 보이십니까?
이런 방식이 좀 조잡해보일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전 이 방식으로 이런저런 문법적 내용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문법 규칙이 많아지는게 아니라 줄어드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특수해가 아닌 일반해를, 어딘가 구멍난 설명이 아니라 그런대로 다 적용할만한 보편적인 언어적 습관을 파악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흐름, 이런 구조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수동태/능동태, 무슨 사역동사 수여동사 .. 등등의 쓰잘떼기 없는 문법적 지식들을 많이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장을 심플하고 직접적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고, 반대로 더 쉽고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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