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들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자,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어휘력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단어를 많이 알고 풍부한 표현력을 익혀나갈수록 잘 쓰고, 잘 읽고, 잘 듣고, 잘 말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엔 의심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분명 있겠죠?
한국어를 거의 완벽하게 하는 중국인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한국어 단어를 익힐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냐?"
"나야 중국인이니까 한자로 된 어휘일수록 쉽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자로 된 어휘가 더 어렵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러니 내게 쉬운 단어들은 한참 뒤에 가서야 익힐 수 있었다. 일상에서 익히는 단어들엔 순수한 한국어 단어나 우리가 잘 쓰지않는 한자어로 된 단어들이 많아서 오히려 어렵다."
오웃, 듣고 보니 그럴듯한 얘기였습니다. 실제로 이 친구의 말에 따르면 기초적인 어휘를 익히고 나니 점점 더 한국어 단어들이 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초적인 단어들을 비교해 보자면, 한국에서 쓰는 한자어와 중국에서 쓰는 한자어는 꽤 다른 것이 많습니다. 여기엔 여러 사회적, 역사적 이유들이 있는데, 한국에서 쓰는 한자어는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 일본식 한자 표현, 중국의 옛 어휘 그대로 지키고 있는 표현 등등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한자어는 여전히 중국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한국어 교육과 관련하여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쓴 논문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유학온 여러나라 유학생들이 한국어 어휘를 익히는 과정에 대하여 여러 조사를 한 것이 있더군요. 한 가지 특이한 결과는, 중국 학생들이 초반에 한국어 단어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반면, 나중에 고급어휘에 들어갈수록 그 어떤 나라 유학생들보다 빨리 어휘를 흡수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마도 제 중국인 친구가 말해준 내용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한국식 영어교육 과정을 밟았다는 가정하에 한국인이 영어 어휘력을 키우는데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일까요? 저는 기초적인 단어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어쨌거나 이렇게 기초가 허술한 상태에서 진도를 나가봐야 그 결과는 뻔합니다. 우리는 반쪽짜리 영어를 배우게 된 셈이지요. 읽는건 그런대로 하겠는데 쓰지를 못하고, 듣는건 그런대로 하겠는데(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말하는건 더욱 어렵죠. 그렇지 않던가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더욱 이상한(?) 어휘에 집착하게 됩니다. 영어권 친구들 입장에선 어려운 단어, 상황에 잘 어울리지 않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단어를 많이 쓰는거죠. 제 표현에 의하면 '특수해'를 고집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몇 만이나 되는 단어장을 다 외우면 뭐합니까? 약 1,000~1,500개에 해당하는 기초단어조차 잘 활용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http://abc-cast.blog.me/220801596056
위 단어장을 한번 소개해 봅니다. 몇 달 전에 이 단어장이 나오자마자 구매해 보았습니다. 사실 아직 공부는 안했고요. 어쨌거나 컨셉이 참으로 맘에 들어서 두 권을 질러봤는데, 대략 훑어본 바로는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데는 5,000단어로 충분하겠다는 겁니다. 3,000단어면 어지간한 대화는 가능할거 같고.. VOA나 글로비쉬(globish)에서 추구하는 단어가 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락 1,500 전후의 단어를 표방하는 것으로 압니다.
이 연재에 대한 저의 1차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에 약 100회의 연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1) 기본 전치사 10개 익히기
(2) 기본 동사 10개 익히기
(3) 이론상.. 기본 전치사와 기본 동사의 조합으로 100가지(?) 표현 익히기
(4) 조금만 활용하면 문장의 맛을 살리는 쉬운 단어들 익히기(부사 등)
(5) 영어 문법에 대한 요상한(?) 지식을 최대한 제거하기
(5)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기초적 표현들(숙어)을 익히기
그리고 나서 2차 목표는다음과 같습니다. 최근들어 영어 유료 프로그램으로 많이들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 되겠습니다.
(6) 영어권 사람들이 자주 사용한다는 일상적인 표현법 익히기
하지만 전 제 1차 목표에 대한 내용이 기초로 깔리지 않은 상태에선 일상적인 표현을 익혀봐야 별반 효과가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이서진 오라버니께서 선전하시는 '스피킹맥스'같은 프로그램 말입니다. 하지만 기초동사와 기초 전치사, 기본적인 문법만 잘 요리해 놓으면 '스피킹맥스'같은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영어에 대한 날개(자신감)를 달아주는데 매우 효과적인 상품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영어를 안 배운게 아닙니다. 다만 좀 잘 못 배운게 탈이죠. 조금만 고쳐쓰면 됩니다. 무엇을 고치냐? 기초적인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초적인 부분은 어휘력과 관련있습니다. 단어장에서 너무 쉬운 관계로 제껴놨던 것들, 그것들을 빨리 다시 익히는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면 제 중국인 친구가 경험한 것처럼, 기초에 대해 한고비 넘긴 후 점점 더 특수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어휘들을 익혀가면서 표현력은 풍부하게 키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p.s. 저 단어장에 대해 좀 말씀드리자면... 에피소드인데.. 제 미국인 친구가 많이 쓰이는 단어 순서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더라구요. 몇 몇 단어에 대해 10년에 한 번 들어볼까 말까 한 단어가 수시로 사용하는 어휘보다 순위가 높다며 전체적인 내용을 의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설령 그런 결과가 간혹 끼어있다 하더라도 매우 좋은 컨셉으로 잘 만든 단어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께도 추천할 만 합니다. 다만 단어에 대한 순서만 의미가 있을 뿐, 단어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