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추억

막걸리 하면 어렸을 적 엄마께서
손수 만드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농번기에는 자주 만드셨고 일꾼들 새참으로 노란 주전자에 넣어서 자주 내가시곤 했었다

원래 집집마다 필요한 술은 직접 빚어서 먹던 한국의 가양주 문화가 급속도로 사라진 건 일제가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집에서 술을 빚는 걸 금지하고 모든 술에 세금을 매기는 주세법을 만들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해방이 되고 정권이 여러차례 바뀌면서도 그 주세법을 그대로 둔 탓에 5공화국까지도 집에서 술을 빚는것이 처벌 대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릴적 기억에 가끔씩 집집마다
조사를 나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그런 날이면 엄마는 집에있는 독이란 독은
모두 깨끗한 물로 분주하게 씻으셨던 기억이난다

내 기억으로 남아있는 막걸리 제조법이 이랬다

고슬밥을 지어서 그늘에 펴서 어느정도 꾸덕꾸덕하게 말려주고 누룩을 고루 섞어서
항아리에 담아 물을넣고 보재기로 덥고 뚜껑을 닫아 놓으셨다

따듯한 사랑방에 놓아두시고 가끔씩 저어 주셨고 날이 지날수록 사랑방 가득 막거리의 시큼한 냄새가 베어 나왔다

가끔 뚜껑을 열어보면 뽀글거리며 기포가 생겨 올라오는 모양새를 볼수가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두고 가끔 저어주는
작업이 반복되곤 했었는데
어느 정도의 발효과정을 끝내고 효모가
알콜생성을 마치고 막걸리가 맛있게
만들어지면 술과 지게미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면된다

집에 막걸리가 없는 날 손님이라도 방문을 하면 엄마 심부름으로 노란주전자를 들고 가게빵으로 막걸리를 사러가곤 했었다

누구나 쉽게 마실수 있는 막걸리

어린 나이에 막걸리는 마실수 없는것이였지만 나는 가끔 눈치보면서 설탕은 듬뿍넣어서 달콤한 막걸리를 맛보고 했었다

어느날인가
부모님이 부재중인날 작은 오빠가
나에게 발칙한 제안을 해왔다
설탕을 넣어 달콤한 막걸리를 만들고
한잔을 마실때마다 50원을 주겠다고 했다

어린 나는 그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네잔의 막걸리를 마시고 200원을 받아냈다

그시절 시골에 특별히 맛난 간식거리가 없을때라 나는 200원을 들고 가게빵으로 과자를 사러 달려나갔다

그런데 차츰 취기가 올랐는지
손에 과자를 들고 집으로 걸어가던 나는 비틀비틀거리며 술에 취한 술꾼이 되어 있었다

늘 짖궂은 장난을 일삼던 오빠와의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할것이다

지금도 오빠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배꼽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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