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의 시대는 끝났다


ⓒkim the writer






  1. 어뷰징 문제로 포스팅 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메타 컨텐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페북에서 페북 얘기하고 트위터에서 트위터 얘기하고 인스타에서 인스타 얘기하고... 계속 그랬다면 그 플랫폼들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이상적인 스팀잇의 모습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단 직접 보여 주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뉴비가 닥치고 눈팅 3일만 하면 알 수 있게. 어떻게? 자신의 블로그를 그렇게 꾸려 가면 된다. 솔선수범이려나.

  2.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스팀잇은 브런치나 구글 블로거처럼 약간 전문성을 띤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처럼 시의성이 더해진 모습이다. 시스템적으로도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현재는 블로그+레딧으로 커뮤니티 기능이 좀 더 강조되어 있다. 일단 스팀잇 자체도 "커뮤니티에 어서 오세요."를 표방하니까. 그래서 가입자는 누구나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나도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말이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게 부담스러우면 나가면 된다. 들어오라고 강제한 사람은 없으니까.

  3. 커뮤니티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공동체 의식이다. 너도 그리고 나도 한배를 탔으니 서로 협력해서 목적지까지 잘 가 보자는 것이다. 이 배의 순탄한 항해는 구성원 각각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자의 생각과 개성은 존중하되 그것이 항해를 방해할 정도가 되면 뿅망치를 휘두를 수밖에 없다. 목마른 건 다 똑같은데 더 큰 물통을 사 왔다는 이유로 하는 일 없이 남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축내면, 배를 움직이기 위해 기껏 갑판을 뛰어다니고 돛을 펼치고 나침반과 함해도를 놓고 씨름하던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름다운 불꽃쇼를 보여주겠다며 돛을 태워 버리려는 예술가가 있다면 놔둬야 할까?

  4. 이 배에는 선장이 없다. 배를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있는데, 배가 어떻게 해야 돌아가는지만 알려 주고 나머지는 커뮤니티가 알아서 하라며 방에 틀어박혔다. 그래서 불만인 분들이 있다. 선장이 선상 규칙을 하나하나 정해 주고, 키를 잡고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 정해진 규칙이 있으면 잘 따를 텐데 하면서. 이렇게 불평하는 분들이 하는 다른 주장은 이곳이 탈중앙이 아니라는 거다. 어느 장단에 맞춰 줘야 할지 모르겠다.

  5. 자율이 어색하죠? 요즘은 자동차들도 알아서 주행하는 시대인데...
    어색할 거다. 태어날 때부터 학교와 공부 방법과 진로와 직장과 결혼하고 애 낳고 죽는 과정까지 모든 걸 정해 주는 인생을 살아왔으니 많이 당황스러울 거다. 정치적으로도 쭉 독재자 밑에 살다가 한 10년 민주주의 잠깐 맛보고, 다시 10년 가까이 두 명의 가카를 모셔야 했으니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6. 아쉽다. 바깥세상에서 늘 법이 x 같다고, 법 만드는 놈들이 x 같다고 욕해 왔으면서 정작 스스로 법을 만들 위치가 되니 되려 불만을 느끼는 목소리가.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라. 지금껏 국내에 존재한 커뮤니티들이 가진 고유의 정서와 규칙은 대부분 유저들의 손으로 만든 것이다. 운영자의 기본 방침이 있더라도 그것에 문제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해 바꿔 왔고, 시스템의 개선 사항도 유저들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성원의 합의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운영자 일방인 경우는 유저들에게 욕 한 사발 먹고 대거 이탈이라는 수모를 겪는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대형 커뮤니티들이 그런 과정으로 몰락했다.

  7. kr은 갈라파고스화됐다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명화다. 이곳에서 우린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고, 그게 나머지 언어권의 커뮤니티들을 선도할 수도 있다. 맨날 김치나 케이팝 타령만 하지 말고 이런 걸로 글로벌 리더 좀 돼 보자. 행운을 기원하며 7번에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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