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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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KR 태그에 하루동안 올라온 글을 모조리 읽었다. 글은 늘어났지만, 정독할 글은 줄어서 시간이 특별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내가 특별히 글을 많이 걸러서 읽지는 않았다. 내가 즐겨 읽는 글은 스팩트럼이 넓다. 진지한 글만 읽고 일상적인 글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식상하지 않은 글, 글쓴이를 식별할 수 있을 독창성을 가진 글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글은 줄었다. 내가 정확히 통계를 내지 않아서 절대적인 수가 줄었는지, 상대적인 수가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수가 줄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 없다. 읽기 싫은 글이 늘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우선 이벤트가 참 많았다. 팔로워 이벤트를 통해 팔로워를 모으고, 그래서 또 다시 다음 팔로워 이벤트를 한다. 대부분의 이벤트는 단순히 추첨에 지나지 않는데, 이벤트에 조금이라도 과정이 필요하면 참가하지 않는다. 나는 180 STEEM을 걸고 이벤트를 해보았는데, 참가자는 8명이었다. 반면 추첨을 통해 보상을 분배하는 이벤트에는 참가자가 쉽게 모인다. 이벤트 주최자는 이벤트를 미끼로 팔로워를 늘리고, 이벤트 참가자는 단순히 댓글 하나로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에서 보상을 얻는다. 그래서 즐길만한 이벤트는 없었다. 최소한 이벤트 주최자가 순수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면 다행인데, 이벤트 글을 통해 발생한 저자 보상의 일부를 나누겠다는 글들이 참 많았다. 이는 얼핏 보면 손해 보는 사람 없는 나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리워드풀은 한정되어 있다.

'뉴비 가이드'류의 글을 인용하는 신규회원도 정말로 많았다. 그리고 가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규회원이 또 하나의 '뉴비 가이드'를 발행하고 있었다. 그 글들은 일관적으로 팔로워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이벤트들을 주최하고, 참여하여 보상을 얻으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활동이 궁극적인 정착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자는 내 기호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스팀잇이 내건 슬로건을 되새겨 볼 시간이다.

생각의 가치
당신의 생각과 글은 소중합니다. 스팀잇은 고급 컨텐츠 생산자들과 큐레이터들에게 투명한 금전적 보상을 지원합니다. 지금 참여하세요.

우리는 생각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회원들을 모았다. 소외된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회원들을 모았다. 스팀잇의 공식적인 입장 뿐 아니라, 스팀잇 사용자들이 외부에 자발적으로 홍보할 때도 그리 전한다. 기사 등에서 보도될 때도 기존에 중계업자 내지는 플랫폼 운영측이 가져가던 보상의 몫이 창작자에게 오롯이 전달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처럼 생각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당신의 창작물에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인맥에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실에서와 같이 창작자가 창작에 전념하지 못 하고 인맥을 쌓는 것에 시간을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나누는 것과 단순히 인맥을 쌓기 위한 시간 낭비는 다르다.

물론 아직까지 KR 커뮤니티는 완벽하지 않다. 인맥이 없으면 발굴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친한 사람에게만 보팅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당신의 계속해서 인맥을 쌓아야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타협이, 당신 곁에 있는 컨텐츠 생산자와 당신의 컨텐츠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는걸 알아야 한다. 피상적으로 쌓은 팔로워들은 당신의 컨텐츠에는 관심이 없음을, 당신에게 돌려 받을 보팅에만 관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이제는 창작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자. 당신은 팔로워가 적으니까, 당신은 팔로워를 늘리려는 노력이 부족했으니까, 그저 좋은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들이 보상 받아 마땅한 컨텐츠를 생산했음에도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창작자의 인맥을 쌓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게 아니라 창작자를 발굴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는 커뮤니티는 우리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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