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해진님을 둘러싼 논란에서 해진님의 지지자들은 나를 포함한 KR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다운보팅을 했다. 나는 아는게 없어 해진님 사태와 관련한 글에 단 한건도 보팅을 하지 않았으며, 단 한건도 댓글을 달지 않았음에도 그들에게 다운보팅을 당했다. 스팀파워가 낮은 계정들이라서 타격은 없었지만 통제되지 않은 분노와 광기의 무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분쟁이 힘겨루기로 나아가면 굉장히 많은 부수적 피해가 발생한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해도 모자란데 양측이 모조리 감정적으로 나선다. "쟤가 먼저 때렸어."는 초등학교에서도 먹히지 않는 변명이라는건 금새 잊는다. 그렇게 복수는 복수를 낳고 전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전쟁에는 부수적 피해라는 이름의 민간피해가 따른다. 직접적으로는 다운보팅 테러에 휘말릴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창작물에 향할 보팅파워가 전쟁에 동원되어 마땅히 커뮤니티가 보상해야 할 창작물에 보상하지 못 한다. 그래서 나는 전쟁이 싫다.
나는 꾸준히 커뮤니티의 모순을 지적하며 커뮤니티가 누군가를 비판할 고결함을 갖추었는가를 끊임 없이 물었다. 폐쇄적인 보팅풀은 도처에 널려있다. 환급성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환급성 서비스가 보팅풀과 유사한 역할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타칭 플랑크톤들도 이에 합류하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누구를 비판할 수 있을까? 다운보팅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다운보팅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조롱한 커뮤니티가, 다운보팅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만약 커뮤니티가 모순적이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비판은 하더라도 비난 할 자격은 없다. 누군가는 이런 입장을 취하는 나를 회피성 중립을 취하는 계산적인 위선자로 볼 것이다. 그리고 회피성 중립을 취하는 계산적인 위선자도 함무라비식 복수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으로 글이 블라인드 되는 경험을 했다.
그렇다고 전쟁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히어로는 절대 부수적 피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악당을 처단하는 것보다 겁에 질린 시민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안심시키는걸 우선시하는게 히어로다. 나는 히어로와 같은 고결함을 지녀서가 아니라 이기적이라서 전쟁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기 보다는 내 주변의 작은 평화를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