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it story] 먼 마을 이웃 마을; 수태미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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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스팀잇 정착 1주일과 팔로우 100명 돌파 기념으로 한 주동안 스팀잇에 대해 보고 느낀 바를 르포 기사 형태로 제작한 글입니다.

프롤로그

나복 씨는 얼마 전 살던 도시를 떠나 수태미 언덕 아래 동네에 작은 생필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수태미 언덕 아래 동네엔 나복 씨의 가게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생필품부터 예술가들까지 저마다의 물건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합니다.

본지 기자 소울메이트는 독특한 생활양식과 운영 방식을 가진 수태미 마을을 새 정착민인 나복 씨와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수태미 마을의 독특한 생활양식

수태미 마을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다양한 가게를 운영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이웃이자 서로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도 일반적인 마을과는 다릅니다. 옆집에 사는 이웃도 모른 채 살아가는 도시의 각박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고 티격대는 가족처럼 지내는 시골의 이웃 같지도 않습니다.

수태미 사람들은 서로 윈-윈 하지 않으면 이 마을에서 도태된다는 일종의 연대 의식이 있습니다. 또 서로가 소비자가 되어 서로의 사업을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의 독특한 생리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가게를 운영하는 운영자의 마인드로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더 끌기 위해 새로운 제품 진열과 홍보에도 열심을 냅니다.

수태미 마을은 경제적 공동체임과 동시에 삶의 터전입니다. 이웃이자 소비자인 마을 사람들은 연대감과 비즈니스적인 친절함이 섞인 태도로 서로를 대하였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악의적인 소문이나 질 나쁜 경쟁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람들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들 가게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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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을 분위기에 대한 나복 씨의 생각은 어떨까요.

"도시에서 살다온 저는 처음 여기 왔을 때 동네 사람들이 보이는 친절에 조금 어리둥절했어요. 나쁘진 않았지만 그 친절이 진심일까 의구심이 들었던 적도 있어요. 다 자기 가게를 운영하며 생긴 습관적인 친절이라고 여겼죠. 조금 지내다 보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서로 가게에 들러 격려하고 물건도 팔아주면서 묘한 정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판촉 마인드로 접근했는데, 점차 단골도 생기고 자주 대화를 주고 보니까 이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모두 가게도 잘되고 마을에서 오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수태미 마을의 경제적 구조는 한정된 재화를 더 가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자생존 방식이 아니라, 이웃이 성장해야 내 가게의 매출도 증대되는 공존의 생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을 경제의 원천인 수태미 광산과 상인협회 고사장

수태미 마을은 1인 1 가게를 갖고 있는 독특한 생계 형태를 가지는데, 마을로 자본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가게들의 성장이나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태미 마을이 외부인의 관광에 의존하는 구조도 아닙니다. 가게들을 유지하는 경제적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마을 북쪽에 자리 잡은 수태미 광산에 있습니다. 수태미가 뭐냐고요? 쌀의 한 종류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수태미 광산에서 채굴되는 '수태미'는 이 마을에서 유통되는 화폐이자 광물입니다. 가게 주인들은 수태미로 물건 값을 받고, 이 수태미는 외부에서 일정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수태미 광산에는 '고사장'이라고 불리는 상인협회 간부급인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그들은 수태미를 분배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태미 광산 코퍼레이션에선, 광산에서 나는 수태미를 고사장들에게 등급별로 위임하고 이를 수태미 마을의 가게들에서 소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사장들은 위임받은 수태미들을 갖고 가게들을 다니면서 물건을 팔아주기도 하고 신규 입주자들의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고사장들도 손님이 많은 대형 점포를 가지고 있는 이 마을의 구성원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교류도 하고 점포 운영의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나복 씨는 고사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실 가게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갖다 놔도 어느 정도는 팔아야 이문이 남지요. 고사장이 한 번 다녀가면 대량으로 물건을 사 가니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 이윤으로 또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거나 좋은 제품에 대해 연구할 수 있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자기 가게에 고사장이 오기를 기다리지요. 요즘은 고사장들이 새로운 정착민들을 우선 지원해주는 일들을 많이 벌여서 초기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수태미 마을과 르네상스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으로 퍼진 르네상스는 새 문화를 창출해내려는 문예부흥 운동입니다. 르네상스는 고대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하여 이를 부흥시키려는 운동으로 미술, 사상, 문학,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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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역사 강의냐고요? 수태미 마을의 모습을 보면 이 르네상스 시기에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양태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말이 필요 없는 미술계의 거장으로 이 시기에 활약했던 예술가들입니다. 이들은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렌체에서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메디치 가문은 예술, 학문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피렌체의 귀족들에 대항하고 평민들을 옹호하여 대중적인 지지도 받았던 가문이죠.

이 가문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근대의 정신이 시작된 르네상스를 촉발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죠. 이들이 자신들의 일, 즉 금융업으로 부를 쌓는 것에만 그쳤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겁니다.

수태미 마을의 여러 고사장들을 비롯한 많은 구성원들은 자기 분야의 일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다른 분야 즉, 예술과 문학, 학문 등에 뜻을 둔 사람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려 합니다. 그것이 수태미 마을을 발전시키고 공존하는 길이라 믿고 행동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가 전 유럽을 뒤덮었듯이 어쩌면, 수태미 마을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이 새로운 시대의 문예 부흥을 주도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취재에 동행해준 나복(NewBie)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집필 후기>

스팀잇의 다빈치와 마키아벨리를 볼 날이 오길 희망합니다. 사람들의 정신을 풍성하게 만드는 예술과 글의 부흥이 이곳에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스팀잇의 유력자들이 메디치 가문이 되고, 수혜를 받은 수많은 숨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역전의 스토리를 남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그 긴 대열에 서서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2017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모두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새해에도 스팀잇에서 꿈을 이루어가며 모두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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