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많은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글을 써 왔지만 스팀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대로 기능을 하는 블록체인이 스팀밖에 없으니까요.
스팀잇을 6개월간 지켜보면서 이해가지 않는 점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이렇게 획기적인 스팀잇을 왜 아직도 베타로 두고 자꾸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가 입니다.
스팀잇은 아직 제대로된 SNS 나 블로그 서비스로 보기에는 부족한게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생각보다 이걸 고치는 것이 SMT를 개발해 내는 것 보다 더 힘들어보이지 않는데..
스팀은 이미 가입자가 100만명이 넘었다고 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중입니다. 그러나 잠재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큰 위협은 경쟁자의 등장입니다.
좋은 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봉구스밥버거를 생각해 봅시다. 밥을 햄버거형태로 만들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크게 성공했습니다. 어찌보면 삼각김밥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버거 같기도한 다양한 메뉴로 한국인의 취향저격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모델은 따라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반짝였지만 후발주자들이 따라하는 것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SNS 서비스도 어떤 면에서는 봉구스밥버거입니다. 흉내내기 너무 쉽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반도체생산같은 노하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강력한 저작권의 보호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SNS 서비스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시장지배자가 되는 것, 단 한가지 뿐입니다.
SNS와 포탈서비스의 경쟁력은 가입자와 가입자의 활동량 뿐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다른 서비스가 있어도 그쪽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경쟁자에 충분한 가입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SNS 서비스가 하는 일은 경쟁자의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입니다. 한국의 포털서비스는 그런 식으로 야후에서 다음으로 다음에서 네이버로 시장지배자가 바뀌어 왔습니다.
스팀잇을 SWOT 로 간단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완전히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스팀잇의 S(strength, 강점)은 글을 올리거나 글에 따봉을 눌러서 투명한 절차에 의해 실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알기로 이전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스팀잇의 W(weakness, 약점)은 번거로운 가입절차와 불편한 사용방법, 기존 SNS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입니다.
스팀잇의 O(opportunity, 기회)는 가입과 활동을 더 직관적으로 만들고 압도적인 활동량을 기반으로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서 다른 서비스가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시장지배자가 되는 것입니다.
스팀잇의 T(threat, 위협)은 경쟁자의 등장입니다. 여기서 경쟁자라 함은 포스팅을 올리거나 따봉을 눌러서 실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다른 SNS서비스의 등장입니다.
스팀잇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려면 장점을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해서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약점을 없에는 것 뿐입니다. 그 다음 일은 결국 운에 달린겁니다.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 이런 뜻인것 같습니다.
스팀잇이 앞으로도 번창하려면 다른 SNS나 포탈 사용자를 끌어오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려면 스팀잇 사용이 더 편리하고 직관적이 되야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스팀잇의 약점을 다시 보겠습니다.
스팀잇의 W(weakness, 약점)은 번거로운 가입절차와 불편한 사용방법, 기존 SNS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입니다.
가입이 일주일 정도 걸리고 비밀번호가 비직관적이라 따로 저장해 놔야 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고 칩시다. 사용이 너무 불편한 점은 빨리 수정되야합니다. 다른 포털서비스와 SNS 서비스정도로 사용이 편리해야 합니다.
우선 글을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태그를 사용하는 것은 불편합니다. 자신이 글을 쓸 때 최소한의 카테고리는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 여행, 암호화폐, 정치, 연예.... 등...
그래야 암호화폐와 일상글 말고 다양한 글들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포탈서비스의 카페와 비슷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특정 관심사별로 가입과 활동이 촉진됩니다. 그래야 새로 들어온 분들이 제대로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개, 비공개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기존 포털 사용자가 이주해 옵니다.
그렇게 되야 어떤 임계점을 넘게 됩니다. 그 임계점을 넘어야 스팀잇을 거의 모든사람이 알고 너도나도 가입하려고 할겁니다. 절대적인 활동자의 수가 많아져야 특정 관심사가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래야스팀잇에서 더 다양한 관심과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사용자가 많아지고 사용자가 사용자를 불러오는 선순환이 사작하려면 매니악한 사용법을 기존 SNS와 포탈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스팀개발자들의 목표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드는 위 글에서 2018년 스팀의 우선순위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Right now, our top priorities are blockchain scalability (AppBase), Communities (Hivemind), effortless onboarding (sign up + Hardfork 20), and Smart Media Tokens (SMTs). So much progress has already been made, and we are working around the clock to deliver them as soon as we can.
현재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는 블록체인의 확장성(AppBase), 커뮤니티스(Hivemind), 손쉬운 온보딩(가입 + 하드포크 20) 및 스마트 미디어 토큰 (SMT)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미 많은 진전이 이뤄졌으며 가능한 한 빨리 실현하기 위해 24 시간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요약하자면
- 디튜브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확장성을 늘리겠다는 것
- 커뮤니티스와 손쉬운 가입절차 같은 사용편의성을 개선하겠다는 것
- SMT 토큰을 만들겠다는 것
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특히 두번째 커뮤니티스와 사용자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말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첫번째와 세번째 계획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다양한 앱을 구동할 수 있게 확장성을 넓히겠다는 말과 SMT 토큰을 만들겠다는 말은 스팀잇 외에 스팀 블록체인의 사용처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제가 볼 때, 스팀잇이 똑바로 돌아가지 않는 한 SMT도 디튜브같은 다른 스팀서비스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겁니다.
예를 들어 디튜브를 봅시다. 디튜브에 컨텐츠제작자가 몰려오려면 디튜브에 업보트를 눌러주는 컨텐츠 소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디튜브에서 컨텐츠를 보는 것은 공짜인데 디튜브 사용자가 굳이 디튜브에서 업보트를 누르려고 스팀을 살까요?
결국 당분간 디튜브 사용자는 스팀잇 사용자에서 유입될겁니다. 스팀잇 사용자가 디튜브에도 업보트를 눌러주는 방식일겁니다. 다른 스팀앱도 마찬가지일겁니다.
SMT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팀이 암호화폐로써 강력한 인지도가 있어야 SMT도 활성화됩니다. 이더리움이 플랫폼을 거의 독점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처리속도인가요? 편리성인가요?
결국 스팀의 킬러앱은 스팀잇입니다. 스팀잇이 있기 때문에 스팀가격이 이나마 유지되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스팀 개발자들이 이 사실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강력한 스팀잇의 경쟁자가 나타나서 스팀잇이 펴보기도 전에 위축된다면 스팀은 끝입니다. 그때는 디튜브같은 다른 스팀기반 서비스도 사라집니다. SMT를 런칭해봐야 큰 감흥이 안올겁니다.
스팀잇을 잡아놓은 고기이고 성공한 프로젝트라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러니 스팀잇은 그냥 베타로 달아놓고 자꾸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스팀잇은 아직 성공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일단 성공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앞으로 극복해야할 많은 난관이 있을겁니다.
트위터 가입자가 9억명입니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20억명입니다. 인스타그램 가입자는 7억명입니다. 물론 직접 밝힌 수라 과장과 허수가 있을것이긴 합니다. 스팀잇 가입자 100만명에도그런 허수가 있습니다.
스팀잇은 아직 SNS 서비스로 꼬꼬마 단계입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사용을 더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해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사용자를 꼬셔오는 겁니다. 사용도 불편한 것이 없는데 보상까지 있다면 스팀잇이 대세가 되는 날이 옵니다.
스팀잇에 커뮤니티 서비스와 다양한 카테고리, 쉬운 가입절차를 실현하는게 어떤 다른 프로젝트에 우선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스팀잇 가입자가 천만 ~ 일억을 넘어 계속 증가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젝트도 흐지부지 될겁니다.
안그러면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다른 블록체인기반 SNS에 추월당합니다. 페이스북이 보기에 가입자 100만명이나 0명이나 비슷한겁니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우선 걱정되는 것이 EOS 기반 SNS 서비스입니다. 네드한테 다운보트당하고 라리머가 암호화폐로 보상받는 이오스 기반 SNS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지요.
이것 말고도 블록체인 시장의 특성상 탁월한 SNS가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스팀 개발진들은 SMT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팀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볼 때 스팀잇이라는 스팀기반 킬러앱을 방치해 두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두마리 토끼를 쫒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다 둘 다 놓칠겁니다. 스팀잇이 성공하지 못하면 스팀블록체인도 그냥 서서히 쇠퇴해 가는 다른 블록체인의 하나가 될 겁니다. 그 전에 다른일 보다 빨리 스팀잇좀 개선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