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일기] 고래 싸움에 화난 어느 새우 이야기



  안녕하세요. 법을 공부하는 새우, 로맨스입니다. 오늘은 무거운 글 대신 커뮤니티에 관한 개인적인 소회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요즘 저의 유일한 낙은 자기 전 커뮤니티에 새로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며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글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스팀잇은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입니다.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예술가들, 각종 전문 분야에 관한 지식을 먹기 좋게 잘라주는 지식인들의 글을 읽으며 저의 생각도 쑥쑥 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꽤 애정을 갖게 되었지요. 


  사람들의 정성 어린 글을 보며 저의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유익할 수 있는 글을 남겨보고 싶었어요. 보상에도 욕심이 났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논술문제를 풀어본 이후로 저의 생각을 글로 써 볼 일이 많지 않았거든요. 사실 쓸만한 콘텐츠도 별로 없었어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무식자요, 맛집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니었고,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서 쉴 때마다 틈틈이 글감을 생각했습니다. 떠오르는 글감이라고 해봤자 제가 좋아하는 영화, 노래, 그리고 하나도 재미없는 공부했던 내용뿐이었습니다. 어쩌다 썩 괜찮은 글감이 떠올라도 글로 옮기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하나의 글을 쓸 때는 제법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자기 전에 조금씩 써두면서 완성시키곤 했습니다. 다 써놓고도 포스팅을 할지 말지 망설인 적도 있습니다. 막상 써놓은 것을 보면 모자란 점투성이였어요. 혹시 틀린 부분은 없는지, 서툰 표현은 없는지 몇번을 되돌아보고서야 글을 선보였습니다. 아마 저처럼 글짓기에 익숙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새우들이 스팀잇을 즐기는 방법일 겁니다. 


  보상이 얼마가 주어지든 상관없이 이렇게 어렵게 쓴 글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면 참 흐뭇했습니다. (아직 미혼입니다만) 제가 낳은 자식들이 곤히 잠든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어쩌다 친절한 분들이 허접한 글을 읽고서 좋은 평가를 남겨주면, 아들이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온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고래가 되는 길은 한참 멀었지만, 이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고, 공부하고, 실력을 쌓다 보면 먼 훗날 스팀잇이 크게 성장했을 때 저같은 새우도 빛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제는 부족한 실력으로 어렵사리 쓴 글을 포스팅한 날이었습니다. 보람찬 마음으로 다른 분들의 글을 구경하려고 'new' 버튼을 눌렀는데, 표절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는 좀 났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다른 고래 분들의 자정노력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번 사건처럼 표절에 연루된 분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부당하게 취한 이익을 다운보팅으로 회수하면 마무리될 거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marginshort님께서 상세히 알려왔기 때문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순간 고래들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새우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같은 의견을 가진 고래들 등 뒤에 숨어 가끔 한마디씩 구시렁거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많이 화가 났습니다. 평범한 새우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나누기 위해 어렵게 글을 쓰는데, 어떤 고래는 남의 생각을 자기 것처럼 베껴 참 쉽게 글을 쓰고도 새우들이 100번 글을 써야 한번 받아볼까 말까 한 보상을 받아가는 현실. 



  주제넘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하는 스팀잇은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입니다. 그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돈의 힘으로 게임의 규칙을 파괴하는 순간 커뮤니티는 존속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의 존속은 평범한 새우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성장에 달려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을 파괴한 표절 글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보면서 평범한 새우들은 무엇을 느낄까요? 앞으로도 순수하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이 커뮤니티에 온전히 투자할 수 있을까요? 표절 및 저작권 침해를 통한 사익추구는 평범한 새우들의 의욕을 꺾음으로써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이지요. 


  한편, 표절이 설령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생각과 표현을 가져와서 마음대로 칼질하는 것은 그 어떠한 이유를 붙이더라도 비난받을만한 일입니다. 단 한 번이라도 자기 생각을 공들여서 글이나 그림, 음악으로 표현해보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표절로써 어떤 형태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도둑질입니다. 절대, 절대, 절대 시도하지 마시길.   


  저는 @marginshort님께서 말씀하신 '행동하는 지성인'이 아닙니다. 지극히 이기적인 한 마리의 새우일 뿐입니다. 저에게는 공익을 위하여 거사를 도모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없습니다. 그냥 공정한 게임의 규칙 아래에서 사익을 추구하며 놀고 싶습니다. 저만의 쉼터를 망가뜨리려는 사람들에게 분노하였기에 이기적인 동기로 @marginshort님의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 것입니다. 내일은 부디 사태가 잘 마무리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저작권 침해 및 표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이 커뮤니티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법적인 대응 이전에 자정노력만으로도 저작권 침해 및 표절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가 썩 괜찮아보이는 이 커뮤니티에서 좀 오래 글을 써보고 싶네요. 


  이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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