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저작권 침해
스팀잇이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때론 사진 한 장이 열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해주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이용할 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을 내가 마음대로 써도 될까? 혹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도용했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합의금 사냥꾼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부햄 사건
소위 '남부햄 사건'에서 이 사진저작물이 문제되었습니다. 사진 작가 A씨가 피고회사 의뢰로 제품 카탈로그에 실을 남부햄사진을 찍어 제공했는데, 피고회사에서 이를 백화점의 상품 가이드북에까지 이용하자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입니다. 과연 A씨가 찍은 햄사진도 저작물로 보호될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하여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바,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 (…) 비록 위 제품사진에 원고의 창작이 전혀 개재되어 있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창작의 정도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할 만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결국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는 사진만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데, 햄은 햄일 뿐 햄을 찍은 사진에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외에도 상점의 실내 등을 찍어 광고 전단지를 만들었던 사안에서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되어 누가 찍어도 동일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을 때에는 그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진저작물성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결국 우리가 인터넷에서 남이 찍은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더라도 그 사진에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법원 역시 상점의 실내를 찍은 사진의 창작성은 부정했지만, 같은 사안에서 모텔 내부 전경 사진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창작성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상세업소명 생략)텔’ 내부 전경 사진은 목욕을 즐기면서 해운대의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 (상세업소명 생략)텔’ 업소만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하여 피해자 소속 촬영담당자가 유리창을 통하여 저녁 해와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시간대와 각도를 선택하여 촬영하고 그 옆에 편한 자세로 찜질방에 눕거나 앉아 있는 손님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배치함으로써 해운대 바닷가를 조망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창출시키기 위한 촬영자의 창작적인 고려가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 (상세업소명 생략)텔’의 내부공간은 어떤 부분을 어떤 각도에서 촬영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누가 촬영하여도 같거나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보기 어렵다.
사진을 이용하는 안전한 방법
결국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i) 촬영자에게 연락하여 이용 허락을 받거나 ii) 촬영자가 이미 그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텐데요. 이 가운데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무료 이미지(이른바 'CC0' 이미지)를 찾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구글 이미지(http://image.google.com/)
제가 즐겨찾는 방법입니다(맨 위에 있는 정의의 여신 사진도 여기서 구했어요). 이미지 검색 후 '도구' > '사용권한' 에서 '수정후 재사용 가능' 내지 '재사용 가능'에 체크하시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이미지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진을 클릭해보면, 다음과 같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 가능하며,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CC0 태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경우에 따라 출처를 밝혀야 사용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Pixabay는 저작권이 없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백만개가 넘는 이미지와 동영상이 있고, 대부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합니다.
- 프리큐레이션 (http://www.freeqration.com/)
여기엔 250만 장 이상의 사진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한 줄 요약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는 사진만이 저작권법상 사진저작물로 보호됩니다만,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무료 이미지(CC0)를 활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