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농부의 고추 농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농사일을 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면서도.....나는 농사일을 모르는 허접대기 농부다.
"너는 나처럼 농사 지으며 살지 말아라"라는 말씀을 가끔 내게 하곤 하셨던 나의 아버지는 내게 농사일을 가르쳐 주시질 않았다. 가르쳐 주시질 않는 것을 넘어 아예 농기구조차도 다루지 못하게 하셨다.
농사일을 배우면 농사를 지으며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농사일을 배우지 않는것만이 후대가 농업에 종사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하셨다.
얼마나 농사일이 힘드셨으면 그것을 자식은 더이상 하지 않기를 바라신걸까?
그러시던 나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내게 약간의 농토를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나는 이 농토를 가꾸면서 과거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어제는
금년도 고추농사를 시작한 날이다.

종묘상에 들러 고추묘를 샀다. 과거 나의 아버지는 이른 봄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곳에서 직접 고추묘를 생산하셨었다. 나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고 종묘상에서 사다가 심는다.
고추묘목의 값은 1주당 200원 정도 한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70원에서 250원 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골에서 종묘상은 꽤나 돈을 잘 버는 업종이다. 자본이 있고 농업대학을 졸업했다면 시골에 와서 종묘상을 창업해 보는 것이 도시에서 커피집이나 치킨집을 하는것 보다는 월등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

내가 오늘 심을 고추 묘목이다. 총 230개(김장용 고추 210개, 오이고추 20개)다. 봄 가뭄이 심하다. 땅은 바짝 말라 있다. 물을 퍼날라다가 물을 주면서 심어야 한다.

고추는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작물이다. 그래서 노지 재배 보다는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어 재배하는것이 좀 더 수확을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고추는 높은 습도에 약하고 비를 직접 맞는 것을 싫어 한다. 습도가 높거나 비를 직접 맞으면 쉽게 병에 걸린다. 고추는 토마토와 함께 대표적인 비가림 시설이 있으면 좋은 작물이다.
나는 허접대기 초보 농부라서 비가림 시설을 하지 않고 고추농사를 짖는다. 그러다 보니 농사는 어렵고 수확은 적다. 하우스를 설치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나는 하우스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투자금을 생각하면 소출이 조금 많아져도 손해다)

물을 주고 고추를 약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는다.

고추는 한 그루에 워낙 많이 열리기 때문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묶어 주지 않으면 쓰러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 고추가 자라면 지지대에 묶어주는 일을 해야하고 수확기가 되면 하나 하나 손으로 수확하여 물로 깨끗이 씻은 후 건조를 해야 한다. 요즘은 건조기가 있어 나의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실 때 보다는 고추 농사가 수월해진 편이다.

농사중에 힘든 농사가 고추 농사이다. 손도 많이 가고 노동력도 많이 든다.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만나는 모든 농산물은 아침의 이슬만큼 아름다운 농부의 땀방울과 거친손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다는 것도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짖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씨앗을 뿌리고 몇 일 뒤 수확하는 작물이 없듯이....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몇 일 뒤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닌거 같다. 적어도 1년은 공을 들여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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