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을 비롯해 이름 있는 알트코인들이 선전하는 모습이네요. 채권 연재로 무얼 쓸까 생각하다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관련하여 잠시 스친 생각이 있어 스팀잇과 연관 짓는 외도를 해봅니다. "전환사채"개념을 간단히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투자자들이 스팀잇을 바라보는 약간의 차이를 비교해 보려 합니다. 어떠한 분란의 의도도 없는 짧은 사견이며, 그저 스팀잇, 그 오묘한 세계를 바라보는 이해도를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전환사채 개념 정리
전환사채는 주식으로의 전환권(=콜옵션)을 가진 사채를 의미합니다. 전환사채를 매입한 경우 약간의 이자를 받고 지내다가, 주가가 "전환가격"이상으로 오를 경우 주식으로 바꿔서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한 만기보장수익률을 얻게 됩니다.
손익구조(Pay off)를 간략히 한번 볼까요?
보시다시피, (주황색으로 표시된) 주식은 매수가를 기준으로 양(+)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고, 음(-)의 수익률로 떨어질 수도 있는 직선 형태를 띱니다. (녹색으로 표시된) 일반 채권(Straight Bond)의 경우 주가와는 무관하게 정해진 금리만큼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게 됩니다.
단, (하늘색으로 표시된) 전환사채의 경우는 주가가 "전환가격"이하일 때는 일반 채권보다는 조금 낮지만 안정적 수익을 얻다가, 주가가 "전환가격"을 상회할 경우 추가적으로 주식 상승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지요.
전환사채는 신용위험이 다소 높은 기업들이 일반채권금리보다 꽤 저금리로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외적 상황들도 있습니다만, 이 글의 이해를 위한 사전 정리로는 큰 틀에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작가/투자자가 바라보는 스팀잇 손익구조 비교
다소 극단적인 작가/투자자 관점을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작가"분들은 스팀잇 손익구조를 (주황색) 주식의 형태로 보는 듯 합니다.
'스팀잇은 고급 생각의 가치에 보상하는 곳이기에, 멋지고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들어와야 발전하고 가치도 올라간다. 스팀도 결국 코인이고 스팀잇은 스팀코인의 채굴장이니까 스팀파워 차이는 마치 채굴자마다 해시파워가 다른 것처럼 성능이 다른 채굴기를 가진 걸로 인정해야 한다는투자가의 관점은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읽을만한 글을 많이 쓰는 작가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스팀잇은 기능을 못하게 되어 스팀코인은 큰 가치를 못 얻게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스팀 투자자는 작가의 유입을 도우며 그에 기인한 장기적 스팀가격 상승으로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 역할을 못해낸다면,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대략 이런 관점인 것이지요. 충분한 논리가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은 대체로 (하늘색) 전환사채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장기적 스팀 가격 상승으로만 벌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내 자금은 단/중/장기적인 자금이 섞여 있다. 장기자금이라 하더라도, 아직 안정화되지 않아 가격 변동성도 매우 높고, 사업위험이 크기에 좀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고 진입해야 하는 암호화폐 시장이다. 더하여 암호화폐는 아직 법정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정화폐와의 교환가치가 수시로 변동하므로 그 부분을 고려하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게 적절하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현실의 일반적인 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을 훨씬 상회하는 기대수익률을 주어야 맞다. 현재까지는 코인시장의 인기로 인한 가격급등으로 이것이 맞아서 코인투자가 많았었다. 그러나 채굴난이도 상승, 채굴자 과잉 및 알트코인 옥석가리기 등에 돌입하면서 코인시장도 이제 고수익을 기대하기가 쉽진 않다. 그럼에도 스팀은 글을 쓰고 셀봇 및 보팅받기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안전마진(?) 개념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스팀가격이 오르면 주가상승처럼 추가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또한, 상당히 높은 기대수익률을 요구하는 시장이기에 스팀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익모델들이 많아지면서, 가능한 안전마진 개념의 수익률을 더 높이는 게 좋다.'
대략 이런 생각으로 보는 것이지요. 위 그림에서처럼 글을 쓰고 스스로도 보팅을 하고, 타인들에게도 많이 받아서 가능한 안전마진 수익률을 화살표처럼 점점 높이려는 욕구를 가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 역시 나름 충분한 논리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같은 곳에 투자하면서 전환사채 등을 발행할 경우에는 안정된 상장기업 대비 가능한 고금리, 낮은 전환가격 등 좀 더 많은 옵션을 걸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결국 둘은 만난다.
극단적 작가 시각에서는, 결국은 작가들이 스파를 쌓아서 성장하는 스팀잇을 원합니다. (그림 좌 상단)
반대로 극단적 투자자 시각에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져서 성장하는 스팀잇을 생각하겠지요. (그림 좌 하단)
그러나, 스팀잇에서 완전한 작가/투자자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대부분은 결국 스팀파워 보유 정도에 차이를 보일 뿐, 작가이면서 투자자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순수 작가를 지양했다가도, 스파업을 하시는 분들도 꽤 있고, 그냥 코인 매매하다가 어쩌다 투자를 했지만, 글을 쓰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다른 코인의 변동성에 지쳐, 스파업을 하고 좀 더 편히 스팀잇을 즐기는 투자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요새처럼 횡보장인 경우 특히 그러하죠.(거래소보다 스팀잇 접속이 많습니다. ㅎㅎ)
결국 둘은 만나며, 각자의 방식대로 스팀잇을 즐기는 과정에서 스팀은 절대적 확장 규모가 더 큰 모양새가 될 것입니다.(위 그림 우측)
둘이 겹치는 녹색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결국 중산층을 두텁게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노랑은 스팀개발진, 증인들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첫번째 필요한 건 서로 이해하며 성장하는 것
앞으로도 스팀가격이 오를 수록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좀 유사한 이 논쟁은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 쪽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면, 현재 이 오묘한 스팀잇 세계가 위 그림의 자동차처럼 마치 거꾸로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번의 작은 논쟁들 속에 KR이 조금씩 성숙, 성장해가는 느낌이 듭니다. 사용자들의 이해도도 올라가고,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많은 분들의 생각도 수시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도 조금 더 생각이 바뀌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각 제시했던 작은 의견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그것이 바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됩니다.
그리고, 오만과 무지를 조금 경계하는 것
이 그림은 누가 그렸는지 혹시 아시나요?
바로 "고흐"입니다. 불과 10여 년 밖에 안되는 그의 짧은 화가로서의 삶에서 그의 그림색깔을 밝게 만들었던 막판 3년의 그림들은 동생 테오를 통한 안정된 생활과 인상파 화가들과의 만남 외에도, 당시 유행했던 일본풍 판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도쿄 에도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는, 고흐보다 조금 앞선 시대의 일본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적 그림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고 고흐가 떠올랐었습니다. 강렬한 붓터치와 밝은 원색을 사용한 이런 류의 그림들이 고흐의 그림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것도 고흐가 그린 겁니다.
좀 뜬금없는 사례지만, 남겨진 명작에도 그 속에는 혼자만의 천재적 해석이 아닌, 다양한 여러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게 마련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네요.
단 200명도 안되는 스페인 군을 너무 편히 대하다가 포로로 잡혀 쉽게 멸망해 버린, 수십만 군사의 잉카제국 황제 역시 오만과 무지가 그 패인이었다고 합니다.
스팀잇만이 좋은 시스템이라는 오만, 다른 시스템들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이네요. 물론 이 프로세스 속에는 과도한 어뷰징 방지 같은 시스템적인 부분 개선도 궁극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베타니깐요. 오만/무지를 조금 경계하면서, 많은 작가/투자자/개발자/증인들이 서로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결국은 명작으로 남게되길 바랍니다.
스팀잇, 그 오묘한 세계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이 오묘한 스팀잇 세계에서, 드리워진 구름들을 걷어내고 좀 더 밝고 빛나는 스팀잇으로 거듭나며 성장해 가는데 작은 기여를 하면서 지켜보고 싶네요.
다양한 글들을 통해 얻게되는 스팀잇의 집단지성의 힘이 유익하게 느껴집니다. 쏠림/편향은 조심해야겠지요.
한 번 정도 정제된 듯한 글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행복한 봄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