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밋 얘기를 자꾸 하게 되네요. 그냥 내 얘기를 해나가야지 하면서도, 블로그들을 한 바퀴 휘돌고 오면 또 우리 스티미언들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여기 스티밋에 몰려드는 지금의 스티미언들 중에는 나름 글 좀 써 봤다, 글 쓰기가 일상이었어.. 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뭐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우리라고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많이 기다렸습니다. 우리글의 가치를 알아줄 독자를, 또한 자본을 말이죠. 투고도 해보고, 기고도 해보고, 홀로 출판도 해 보고, 뭐 어떻게 어디다 이렇게 저렇게들 해 보며, 여지껏 글들을 써 오셨을 겁니다.
글 쓰는 일이란 벌거벗는 일 같아.. 충분치 않은 것.. 출렁이는 뱃살 같은 걸 사람들에게 내보이기도 뭣해서 말이죠.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공을 들였을 겁니다. 그러다 식스팩은 아니어도 똥배는 좀 들어간 것 같고, 어디 가서 삼각은 아니어도 트렁크 수영복쯤은 입어도 되겠다 싶어, 문단이든 블로그든 돌아다니셨을 겁니다.
근대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겁니다. '본사의 출간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 아쉽지만..' 이따위 소리 좀 들으셨을 겁니다. 심지어 뱃살 내놓고 다니는 인간들한테도 기회가 마구 주어지는 것 같은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오른 것들 후욱 훑어보면, 역겨울 것 같은 구토물 같은 것들이 촘촘히 꽂혀 있는 것 같은데.. 우리의 자식들은 빛도 못 보고 하드에서 먼지만 쌓여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졌을 겁니다.
개중에는 예민한 독자들 눈에 띄어 여기저기 링크도 되고 조회수도 올라가고, 덕분에 파워머시기 소리 듣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 뭐 한답니까. 보상이 제로에 수렴하는 데 말이죠. 허명입니다. 그냥 이름만 날라다녔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내 자식들의 결과물들 말이죠.
그러다 그러다 스티밋을 만난 거예요. 이거 이거 돈을 준다네.. 읽어도 주고, 댓글도 달아주고, 게다가 돈도 준다네. 흐어억.. 혹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언제나 착취당하던 우리들 아닙니까? 조심스레 포스팅을 날려 봅니다. 보팅이란 게 있네요. 7일이 지나면 가상이어도 화폐가 내 지갑에 딱하니 꽂힙니다. 야.. 이거.. 욕심이 납니다. 드디어 내 세상이 오는가 싶습니다.
그러다 그러다 고래가 후욱 곁을 지나갑니다. 은혜를 입어 보팅액이 초시계처럼 올라갈 때는, 뭔가 막 뭔가 세상이 막 변한 것 같습니다. 아 이런 게 세상이구나.. 이래서 살 만하구나.. 이러다 부자 되는 거 아니야.. 계산기를 막 두들겨 봅니다. 평균을 내보고 예상 수입을 따져 봅니다. 그런데 어째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합니다. 스티밋 시스템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야.. 뭐야 이거 자본주의자나..
누가 아니랩니까.. 그냥 쫌 뭔가 기능이 더 있는 암호화폐의 일종일 뿐입니다. 스티밋.. 우리 모두 기대가 넘 컸습니다. 그런다고 하던 블로그로 돌아가면 땡전 한 푼 생기는 것도 아니면서.. 기대가 실망이 되니 화도 좀 나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막 뭐..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냐. 막 불평과 불만.. 그리고 뭐 어떤 대안을 막 얘기하는 겁니다. 한국말로 말이죠.. 한국말로 막 외쳐보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 고래들이 듣고 마음을 바꿔 먹고 뭘 어떻게 바꿔 줄까요? 그걸 그렇게 하면 적폐가 막 청산이 되는 겁니까?
우리들.. 너무들 지쳤습니다. 보상 없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오랩니다. 저도 나름 글 좀 썼다 생각했는데 어떤 스티미언 님, 나름 파워블로거라 불리며 쓴 글이 만개가 넘는다는 소리에 입 닥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 쓰며 거쳐온 그 시간이,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만개의 화살이 되어 제 가슴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 기대와 절망, 위안과 실망, 반응과 무관심의 간극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을, 그대들의 순간순간들이 뿌리치기 힘든 아우성처럼 쏟아져 들려왔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이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아니면 사라지고 말거라는 암호화폐의 95%와 함께 없었던 일이 될지.. 그래도 그때에도 바라는 것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수만 시간을 공들여 해왔던 이 노릇이..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포기가 안돼서 붙들고 있던 이 노릇이.. 비록 쓸모없는 노릇이 된다 하여도.. 수백, 수천, 수만의 자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아직은 끝이 아니니까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