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나마인입니다. 오늘부터 저희 마나마인에 들어온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 콘텐츠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럼 먼저 인터뷰를 가장 처음 장식할 작가님부터 만나봐야겠죠. 이분은 영화, 문학, 음악, 종교,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으십니다. 그리고 영화나 음악같은 대중적 분야 역시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특별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십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자체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서 사람들이 이분을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분을 ‘제이미형’이라 부르면서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듯 어려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면서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는 @jamieinthedark 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Q: 먼저 인터뷰에 나갈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스팀잇에서 여러 종류의 글을 쓰고 있는 제이미입니다. 저는 외국에서 자랐고 전공은 역사학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Q: 전공을 역사학과 철학으로 하셨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리고 스팀잇에 역사나 철학 관련 글은 거의 올리지 않으셨는데 그에 대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사실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 음악, 문학에도 역사와 철학이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장르에는 그에 대한 배경과 철학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그런 장르들을 분석하는 틀로 역사와 철학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공을 그렇게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제가 좀 응용보다는 분석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문학작품도 읽다 보면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그런 것보다는 시대적 배경이나 저자의 인식 틀에 더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장 적합한 전공을 한 것 같아요.
스팀잇에 전공 관련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뭐랄까. 일부러 안 올리려 했던 것은 아니고 제가 학업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방감을 느끼고자 미뤄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영화나 음악관련 글을 보면 취향이 굉장히 개성있으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영화도 단순히 요즘 나오는 상업영화가 아니라 고전적이면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분야를 다루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문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취미를 들이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원래부터 고전문학을 많이 읽었습니다. 외국에 살게 되면서 되도록 책을 많이 가져왔지만 거의 읽었던 것들이다 보니까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지는 시점이 왔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말하기가 유창하지 않았던 초기 시절부터 영문으로 책을 구해서 무작정 읽었지만, 한글을 읽을 때처럼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처했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읽긴 했지만요. 그게 한 10세 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튼 이 무렵 별로 관심이 없었던 TV도 보게 되었는데 주로 흑백 영화 위주로 많이 나왔어요. 제 나이 또래가 볼만한 것 중에선 그냥 디즈니 영화라든가, 쇼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많았는데 별다른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전 영화, 무성 영화 이런 것들을 막 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그런 영화에 많이 나오는 재즈도 자연스레 많이 듣게 되었고, 올드팝이라든가 이런 것도 1960년대 영화 같은 것에서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 세대의 문화는 아니었지만 저한테는 어린 시절에 보고 듣고 자란 거라서 마치 실시간으로 겪고 자란 사람과 비슷한 취향을 갖게 되었죠.
Q: 원래부터 고전문학을 많이 읽으셨다니.. 비범하군요. 별다른 이유없이 원래부터 그런 취미가 있었던 것인가요, 아니면 가족이 원래 그런 분야를 좋아하는 분위기였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지금 하는 것과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학자이십니다. 그래서 집에 책이 많았고 분위기가 정적이었습니다. 두 분 다 영화는 관심이 없었지만 적어도 젊은 시절에 흥행하던 영화 같은 것은 알고 계시다 보니까 제가 그런 것들을 보게 되면서 대화가 많이 통하게 됐죠.
그리고 음악의 경우에는 좀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집에서 클래식만 듣는 분위기였습니다. 재즈 같은 것에 취미를 들인 건 일종의 일탈이나 마찬가지였죠. 일단 부모님이 시끄러운 것 자체를 싫어하셨던 것 같아요. 깊이 음악을 즐기시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조용한 음악을 평소에 듣는 편이었어요. 제 경우는 악기를 하면서 음악에 대해 좀 더 알고 듣게 됐고, 재즈나 영화는 저 혼자만의 취미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분위기를 아예 깨버리는 정도는 아니게 되었던 거죠.
Q: 영화, 음악 뿐만 아니라 문학도 다루고 계신데요. 심지어 소문에 의하면 경제학도보다 경제학을 더 잘 알고, 웹 페이지 제작도 직접 해보신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방면에 능한 사람이 될 수 있었나요?
A: 그건 좀 소문이 과장된 것 같습니다.(웃음) 경제학은 특별히 들여다 본 책도 없습니다. 다만 경제학자가 철학자로 기능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살펴본 적은 있죠. 웹 페이지 또한 제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개발자에게 의뢰를 한 것인데 소문이 부풀려진 것 같습니다.
Q: 웹 페이지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블로그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욕심이 있었습니다. 일단 연령대가 드러나지 않으니까 어린아이가 쓴 걸 최대한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작을 의뢰했을 때는 어린 나이였거든요. 욕심이 있었다면 약간 ‘강의록’의 컨셉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예컨대 ‘나는 이 작품을 봤고 역자는 이렇게 가설을 제기하는데 내 생각은 이것과 다르다’와 같은 컨셉이요. 그리고 대상이 되는 작품은 거의 유명한 고전이었으니까 그런 책에 대해 쓰면 누군가는 볼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그때의 자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르치는 것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나 할까요.
Q: 가르치는 것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A: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저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이나 생각을 글로 알리는 건 좋지만, 학점이나 졸업을 위해 듣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인간관계를 맺고 그런 것까지는 능력 밖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Q: 의뢰를 맡긴 웹 사이트는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만드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어떻게 보면 그 컨셉 자체는 시대적으로 좀 빨랐던 측면이 있습니다. 글만 써서 되는게 아니라 그걸 알리려면 이런저런 노력들이 지금보다 더 들어가잖아요. 지금이야 그런 기능들이 많이 간편해졌지만, 그때만해도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이후에는 대학준비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홀하게 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글이 효율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게 꼭 제 플랫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적인 것에 대해 신경쓰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하고, 플랫폼보다는 자기 브랜드를 단단히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Q: 하마터면 마나마인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뻔했군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셨다니 다행입니다.
A: 사실 마나마인 제안을 받기 이전에 웹진을 살짝 생각해보기는 했는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직접 만들면 여러 골칫거리가 생길 것 같아서 금세 생각을 접었습니다. 제가 원래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만큼 생활 속의 문제에 대해서는 참을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확실히 단점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뭐 어쩌겠어’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Q: 부풀려진 소문으로 말씀을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문들로 인해 제이미님을 우러러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글쎄요.(웃음) 제 글 자체는 어떻게 보면 남성의 글로 오인받을 여지도 있고요. 소재들 때문인지 연령대도 상당히 높은 걸로 오해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프로필 사진을 일부러 해두기도 했어요. 예전에 어릴때 사이트 만들때는 저를 감추려는 생각이 너무 컸던 반면에 지금은 뭐 개인정보 같은 것은 몰라도 최소한의 정체성은 감추고 싶지 않거든요. 좀 언밸런스하거나 보통 기대치와 좀 다르거나, 성격 중에서 글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을텐데요. 아무튼 그런 모든 것들을 일단 스팀잇에서는 다 여과없이 내보이고 있습니다. 특별히 호감이나 호응을 사려고 계산된 게 하나도 없고요. 그렇게 계산해서 내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매우 감사한 일이죠. 어떠한 반응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내보이는데도 잘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저를 잘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측면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Q: 출판관련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출판사에서 일을 하신 건지, 외국에서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한국 출판사에서 일을 한 적은 없고, 외국에서는 학위 마치기 직전에 교수님이 연결을 해주셔서 원고 교정/편집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한국에 들어와서까지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아까 ‘가르치는 것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뭔가 강단에 서려는 생각이 없어지고 나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문예창작 과정에 진학하는 동창들이 있었고, 그들이 제출하는 단편소설 같은 것을 고쳐주곤 했는데 그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제가 문학작품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봐주는 건 잘했습니다.(웃음)
Q: 일상 관련된 글에는 보통 고양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있으신가요?
A: 원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덜컥 키우게 된 아이가 너무 착하고 귀여워서 좋아하게 되었죠. 그리고 원래 그전에 강아지를 꾸준히 키워 왔기는 했는데요. 고양이의 경우 강아지에 비해 정말 키우기 손쉽기도 하고, 알아서 잘 놀기도 합니다. 또 강아지 한 마리에 비해 고양이 여러 마리가 더 키우기 쉬운 것 같습니다. 물론 화장실 청소나 밥 비치 같은 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기본이니까요.
Q: 요즘 SMT의 약자가 Sndbox, Manamine, Tasteem이라는 유머가 돌고 있는데요. 제이미님은 그 셋을 전부 맡아서 하고 계신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개의 조직에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각 조직의 특성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샌드박스의 경우에는 처음에 미술하는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프로젝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접 활동해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기존에 활동하시던 브리님도 서평/영어 교육 분야로 샌드박스 1기로 활동하셨었고요. 그런데 운영자분들이 건축 배경이라 그런지 미술, 건축쪽이 강한 것 같기는 합니다. 지금 2기에 40명이 뽑혔는데 디자인이나 미술을 하지 않는 회원은 거의 보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아트’적인 프로젝트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정의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해서 이것저것 익숙하게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해서 따라가고 있네요.
그리고 테이스팀의 경우에는 사업적으로 깊게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영문 일부를 도와주는 정도는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맛집 포스팅 자체에는 취미가 없어서요.(웃음) 아무튼 테이스팀도 스팀잇 본사에서 기대를 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나마인의 경우에는 필진 리스트를 쭉 보면서 어떤 기준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본적인 글의 퀄리티도 보지만 개인적 과거에 대해 반추하는 스타일보다는, 글에 취미나 실용성이 담겨있는 감각적인 면을 보시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뭔가 운영진이 생각하는 방향도 느껴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신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의 캐릭터가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고 보는데요. 그런 캐릭터에 대한 독자의 직접적인 관심이 앞으로는 더더욱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마나마인 취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Q: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좀 뜬금없는 질문일 수 있는데요. 제이미님은 ‘소통’을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소통.. 소통을 단순히 보면 한명 이상의 관계에서 하는 ‘대화’로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일단 자기실현이 소통의 첫 단계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또 누가 되어가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교감이 소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협의에 다다르기 위한 것...이런 건 좀 더 나중 단계라고 생각하고요.
Q: 사실 지금 질문은 마나마인이 가장 중요하게 삼는 가치가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이기 때문인데요. 제이미님은 향후에 그런 공간이 마련되었을 때 독자와 어떤 식의 소통을 꿈꾸시나요?
A: 마나마인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보통 온라인의 관계들 때문에 오프라인의 관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그런 비판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물론 옆에 있는 사람들을 소홀히 해선 안되겠지만, 결국 생각과 속마음을 가장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건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못했을 그런 종류의 친구같이 편안한 소통도 가능할 것 같고요. ‘저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떨 것 같다’는 편견을 넘어서 제 글을 보고 갖게 된 관심으로 다가와주는 독자가 있다면 소통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마지막으로 마나마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일단 설립하신 분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느껴져서 그 꿈 이상으로 더 성장하고 확장되길 바랍니다. 저도 마나마인 안에서 편하게 오래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스팀잇에서보다 더 실시간으로 더 직접적인 대화를 독자와 할 수 있는 기획을 하고 계신 점에는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무리 없이 서비스 되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