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클라우제비츠를 떠올리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그의 유고작인 전쟁론Vom Kriege에서 전쟁의 3요소로 정치적 합목적성, 폭력, 우연성을 꼽았습니다.

정치적 합목적성이란 국가나 정부의 결정 영역으로, 전쟁을 단순히 '적이라 규정한 세력에 대한 무제한적 폭력행위'가 아닌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을 위해 '자국(혹은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이성에 근거한 한정적인 전쟁 목적과 지도를 할 것'을 의미합니다.

폭력성은 '열정이 전쟁을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제한적 양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클라우제비츠가 주목한 영역입니다. 어떻게 보면 적대감의 극단적 표출이자, 열정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연성은 군부의 영역으로 규정했죠. 소위 말하는 '제복 입은 전문가'입니다.

이것은 보불전쟁과 1차대전의 참호전이라는 전쟁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됩니다. 전쟁은 모든 국력이 결집되어야 할 '총력전'이며, 상대의 전략적 핵심이 되는 종심에 궤멸적인 타격을 가하는 '종심 타격'을 목표로 한다는 두 가지의 대전제 속에서 움직이도록 말이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클라우제비츠는 결코 전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전쟁론은 전쟁이 벌어질 것 같거나, 전쟁을 벌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다룰 뿐입니다.

전쟁은 상대방에 대한 비동의적 폭력을 일방적으로 구사하여 정치적 합목적성을 거두고 거기에 상응하는 이득을 얻는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자신의 메시지를 투사하는 수단은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론의 본질을, 정치적 폭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확대해석하여 명분과 실리가 없는 전쟁을 일으킨 집단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폭력이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들에게 끝없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했죠.

심지어 그들은 어설프게나마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총력전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구사하기 위해 종심을 파악하려 하고, 뭉쳐서 하나의 혈맹을 형성했죠. 이쯤 하면 떠오르는게 하나쯤은 나옵니다.

네. 바로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제국, 일본 제국입니다. 흔히들 추축국Axis이라고 부르죠. 그들이 수백만의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들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알자스-로렌 지역과 식민지를 비롯한 모든 기반이 파괴당한데다, 어마어마한 전쟁배상금의 압박때문에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 필요했다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그 말은 맞는 말이었을까요? 1932년 로잔 협약에서 모든 전쟁 배상금을 지급중단 하기 전까지 매번 전쟁배상금은 삭감당했으며, 독일은 1/8에 해당하는 소량만 지급했습니다. 그 이전엔 오히려 독일의 경제는 호황상태였습니다. 얼마나 호황이냐고요? 세계 3위였습니다. 미국과 소련에 이어서요. 게다가 도스 플랜Dowes Plan에 의해 미국의 엄청난 차관까지 받아먹어왔습니다.

오히려 이 사태를 키운 건 미국발 대공황이 독일을 비롯한 세계를 휩쓸 때, 나치당이 독일이 망할거라고, 유태인이 독일을 무너트리고 있다고, 위대한 독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치며 세력을 규합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프레임 속에서 공포에 질린 독일인들은, 희대의 살인마인 아돌프 히틀러를 권좌에 앉히고 맙니다.

그렇게 시작된 2차 대전이 무엇을 낳았던가요? 클라우제비츠의 말은 어떻게 허공으로 사라졌으며, 그들은 그들이 발딛고 서 있던 세계에 얼마나 깊게 비수를 꽂아버렸던가요?

갑자기, 다시 전쟁론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클라우제비츠가 말년에 전쟁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은 것 까지도요.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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