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질서수립 과정과 인간의 경우

201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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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시작하고 나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그 문제의 과정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스팀잇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떠나가야 하는 이유로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 잘못된 점을 고쳐가기 위해 싸웠다. 많은 문제를 넘어왔지만 앞으로도 많은 문제로 서로 싸우고 갈등할 것이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스팀잇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이 정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도덕과 윤리의 수립과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홉스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국가라고 하는 기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는 기존의 수많은 기구들과 조직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윤리와 도덕을 만들어냈다. 어떤 경우에는 전제왕권국가가 공화국이 수립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 법과 원칙은 강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더 많은 힘을 가진 사람이 법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을 어기면 강자에 의해서 강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메카니즘은 큰 창이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군대와 총 칼이 힘을 상징했다면 지금은 돈이 권력을 상징할 뿐이다.

가상공간이든 현실공간이든 인간이 활동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은 차이가 있다. 현실공간은 물리적인 권력이 작동을 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가상적인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의 힘이 어디서 기반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분명한 것은 영향력이다.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총칼이나 돈과 같은 힘에만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상공간의 특징이다.

가상공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능력이 바로 권력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필자는 블로그 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경우는 잘 모른다. 1년 넘게 스팀잇 활동만 해왔다. 따라서 필자의 경험은 스팀잇 세계에 한정된다. 다른 블로그에서 활동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스팀잇에서 처럼 역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간 스팀잇은 정말로 많은 단계를 거쳐서 지금까지 왔다. 어떤 블로그나 SNS가 스팀잇과 같은 과정을 겪은 적이 있을까? 지금 스팀잇이 가는 길은 거의 전인미답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스팀잇이 겪은 경험은 가상세계에서 윤리와 질서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구축되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그간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스팀잇의 문제해결 방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 스팀잇의 윤리와 질서의 기본이 되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었다. 예를 들자면 표절과 같은 경우가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이 곪아 터질 때 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을 때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두고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세 번째 문제해결 방식이 혁명적이었다.
문제의 정도가 임계점에 도달하고 어떤 한사람이 문제를 지적하면 마치 둑 터진 저수지처럼 된다. 그리고 마치 혁명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가 해소된다. 통상 개량이나 개선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혁명과 같은 방식으로 대청소가 이루어진다.

스팀잇 동지 여러분들이 느끼셨는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보기에 가장 특징적인 것은 스팀잇의 문제해결 방식이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프랑스 혁명을 보는 것 같았다.

문제가 해소되면 다시 일상으로 편안하게 돌아 간다

네 번째, 스팀잇 동지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도덕률은 주로 공정성에 관한 문제였다. 다른 것은 대충 지나갈 수 있어도 공정성이 일정수준에서 훼손된다고 느낄 경우 그 반발은 매우 컸던 것 같다.

다섯 번째, 평상시 활동할 때는 스팀파워를 많이 가진 계정이 힘을 좀 쓰는 것 같지만 대청소의 와중에 스팀파워의 다과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상세계 특히 스팀잇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은 물론 현실세계의 법적 도덕적 기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기준이라는 것이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세계의 기준과 차이가 있다.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우나 본질적이고 근본적이며 생래적인 기준이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는 듯하다.

스팀잇과 현실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스팀잇에는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 현실세계보다 공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이가 스팀잇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는데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곳이 스팀잇이다. 거의 무제한적인 자유가 주어져 있는 곳이 스팀잇이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질서가 구축되고 윤리가 수립되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혹시 여기에 사회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재미있는 연구주제가 될 듯하다.

스팀잇 관찰을 통해서 인간이 초기에 어떻게 질서를 수립해나갔는지를 비추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칠까?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필자가 생각한 것은 적어도 스팀잇의 과정을 보자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본 홉스의 생각이 옳은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이 가지는 생래적 공통분모위에서 서로 갈등하는 관계가 아닌가 하는 것이 스팀잇을 통해본 필자의 지금까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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