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요즈음 코인시장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쫓고 있나를 생각해본다. 주변사람들이 암호화폐가 실재로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간단하게 대답한다. 당신의 돈도 실체가 없는 전자화된 기호에 불과하다고. 은행이 해킹당하면 당신 재산도 끝이 난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오히려 은행보다 안전하다. 당신이 실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만일 전자화된 기록을 화폐라고 생각한다면 암호화화폐는 실체가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난 암호화화폐의 실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통화를 지향하는 화폐를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화폐는 화폐라기 보다는 주식에 가깝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해놓고 발행한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화폐에서의 실체는 화폐가 존재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향하는 프로젝트가 구현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실체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블록체인 중에서 실재로 가동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스팀잇 밖에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나머지 프로젝트는 거의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실재 가동되고 있는 스팀잇의 가격은 바닥을 기고 있고 앞으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들은 고공행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생길까? 아들놈에게 물어보니 스팀은 실체가 있어서 그렇다는 답을 한다. 환상의 세계에서는 환상이 실체인데 실체가 있으니 소외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듯하다. 우리는 환상을 실체처럼 인식하도록 각인된 것이다. 환상의 세계는 환상이 가치이다. 어떤 꿈이냐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훌륭한 꿈일수록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그 꿈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꿈 그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꿈의 세계에서 실체란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전혀 동떨어진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수없이 많이 볼 수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많이들 인용하는 튜울립 버블이 대표적일 것이다. 환상에 길들여지면 실체는 하찮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나 꿈을 쫓게 되어 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의 진화매커니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꿈을 쫓는 경향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꿈속에서 무엇인가가 이루어지는 법이다. 꿈을 꾸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로서의 우리는 환상과 실체의 미묘한 경계를 잘 구분하지 않으면 안된다. 꿈과 실체는 다르다. 꿈은 꿈일 뿐이고 실체는 실체이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실체라는 존재이다.
대부분의 경우 투자는 꿈에서 실재로 내려와서 정착하는 곳에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끊임없이 꿈만 쫓다가는 쪽박을 차기가 쉽다.
시간이 지나면 실체는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지금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꿈에서 현실의 세계로 내려오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화폐중에서 화폐를 지향하는 대부분은 아직 꿈과 환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그런 곳에 많이 투자를 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 스팀의 문제는 환상의 세계에서 환상에 머물지 않고 너무 빨리 현실에 내려와 버렸다는 것이다. 환상의 세계에서 머물러 있어야 할 때 홀로 현실의 세계로 떨어져 나온 선녀와 같은 신세라고나 할까? 그러나 명심할 것은 항상 결실은 현실의 세계에서 맺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