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9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습니다. 커피를 갈아 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글을 쓸때면 항상 느끼는 약간의 긴장이 저를 즐겁게 만듭니다. 먼저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스티밋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예찬하는 포스팅을 보고 샀습니다. 정말 기계식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는 매혹적입니다.
요즘 매우 KR 코뮤니티가 매우 뜨겁습니다. 스달깡에 대한 논란이 여기저기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읽어보면 어느 쪽이 옳은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트랜잭션만 일으킬 뿐 스티밋 생태환경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옳은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스티밋이 이것 저것 가릴때냐 ? 어떻게 해서라도 많은 사람들 끌어 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 그리고 스달깡이 틀린 것이라면 마켓에서 보팅파워받아서 물건값 깍아주는 것도 똑같이 잘못된 것 아니냐? 등등 입니다.
저도 스팀아고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했던 만큼 이번 논쟁에 한번 참여해보려고 합니다. 논쟁은 자신의 입장이 어떻다는 것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제기되는 주장을 정리해보자면
한쪽은 스티밋의 생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스티밋에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스달깡과 스팀마켙은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상의 세가지 문제에 대한 저의 입장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총론적으로 저는 스달깡과 같은 방식은 스티밋의 장차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스티밋이라는 것이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SNS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티밋의 기본취지는 글을 써서 보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지않고 보상을 받겠다고 한다면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보상은 스팀파워에 따라 분배된 보팅파워를 합당하게 나누어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최초에 댄은 한사람이 하루에 네번이상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제생각에는 적어도 자신의 받은 보팅파워중 4번정도는 셀프 보팅을 하더라도 나머지 6번정도는 남을 위해 보팅하고 서로 관계를 가져라 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스달깡을 해버리면 어떻게 사회관계네트워크의 기능을 수행하겠습니까?
관계는 가치를 창출합니다. 제가 썼지만 멋있네요. 스티밋은 관계를 통해 가치를 창출합니다. 관계를 맺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냉정한 관계, 열정적 관계, 소극적 관계, 적극적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모두 나름대로 다 차이가 있습니다. 관계라고 해서 모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비교적 냉정하고 소극적인 관계가 편합니다. 너무 적극적일 경우 부담스럽습니다. 절제되고 소극적인 관계가 편합니다. 어떻게 되었든 관계를 통한 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점이 스티밋과 같은 SNS가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스달깡은 관계를 배제한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SNS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스달깡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회원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스팀가격이 올라가면 회원이 증가하더군요. 그리고 스팀가격이 내려가면 회원이 감소하더군요. 지금처럼 스팀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스달깡같은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회원 증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스달깡으로 이익을 보자면 자신이 얼마정도 스팀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스달깡해서 돌아오는 이익도 별로 없지요. 결국 그렇다면 스달깡으로 이익볼 수 있는 사람은 자본가가 되겠지요. 그런데 스팀파워가 많은 고래가 그런 서비스를 공공연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요? 연어님도 고래들이 스달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KR의 고래들은 스달깡 같은 푼돈보다는 오히려 SNS의 질적인 측면을 더 우선시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고래분들은 전 재산을 모두 임대주시고 정작 자신은 가난한 뉴비신세를 자처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것은 스티밋이 제대로된 블로그형 SNS로 자리잡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그래야 스팀가격이 오르고 그래야 돈이 됩니다. 한국의 여러 고래분들은 매우 이타적입니다. 이타심을 통해 이기심을 충족시킬 줄 아는 현명한 분들이 많으시지요.
스달깡 정도로 스티밋 계정이 늘어갈 정도라면 이미 스티밋은 망해야 했을 것입니다. 작년말 올해초인가요 스티밋 계정이 10만 남짓했습니다. 지금은 31만명이 넘었습니다. 올해 말에 50만명은 될 것 같습니다. 스티밋 계정이 늘지 않는 것이 스티밋의 가치가 떨어져서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스티밋 가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스티밋 본사에서 일부러 계정 늘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속도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보고요. 지금의 속도라면 충분할 정도로 계정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각하시는 것 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티밋 뉴비들의 활동이 줄어든다고 하는 것도 KR 코뮤니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스티밋의 계정증가와 KR코뮤니티의 계정증가간 비교를 해보면 의미있는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번째 스팀마켓에서 보팅한 만큼 값을 깍아주는 것과 스달깡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스달깡은 돈만 오가지만 스팀마켓은 물건이 오갑니다. 돈만 위해서 보팅을 하는 것과 물건을 매개로 보팅을 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스팀마켓은 SNS를 통한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달깡은 추가적인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다시말해서 스팀마켓은 여러사람들이 많이 와서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포스팅의 내용도 풍부해집니다. 물건팔기 위한 포스팅도 많아지고 사용기도 올라갑니다. 저는 스팀마켓을 통해 진정한 공유경제가 가능하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팀마켓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스팀마켓에 진출해보려 합니다. 언제가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스팀마켓에서 물건만 팔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도 팔 수 있지요. 대문을 그려주고 번역을 해주는 것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용역입니다. 당연히 비용이 지불되어야 할 것입니다. 돈이 없어도 재능만 있으면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스티밋입니다.
반대로 스달깡은 여러사람이 달려들면 문제가 됩니다. 앞으로 10명 정도가 스달깡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스팀마켓은 10명아니라 100명이 달려들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관계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느냐 못하느냐는 상당히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세가지 이유로 인해 저는 스달깡이 스티밋의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쟁거리를 제공하신 연어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해주신 콘님, 논쟁의 자리를 마련해주신 마진숏님 그리고 논쟁에 참석하셔서 기꺼이 자신의 의견을 말씀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스달깡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해서 연어님께서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언제가 스티밋이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연어님께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글이 길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