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역사산책) 논산 쌍계사 이야기 1

20172024

일전에 논산 쌍계사에 관한 사진을 두어장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주변에서 절이 멋있는 것 같은데 우리말로도 포스팅을 해보라고 한다. 언젠가 우리의 문화재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포스팅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를 한번 가져보려고 한다. @slowwalker에서는 언어의 제약이 있어서 사진을 중심으로 포스팅을 했다. 역시 우리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즐겁다. 모국어로 글을 쓴 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논산 쌍계사가 어떤 곳인지는 전혀 몰랐다. 은진 미륵불상 보러 갔다가 쌍계사가 있다는 도로 표지판만 보았을 뿐이다. 관촉사에서 문화해설사 하시는 분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쌍계사가 보통절이 아니라는 것을 들었다. 관촉사의 대웅전 문살 문양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쌍계사의 문살 문양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쌍계사로 갔다. 관촉사에서 20분정도 거리였다.

쌍계사가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길이었다. 차들도 별로 다니지 않았다. 가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 들판에 벼들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여름에 그리 기승을 부리던 잡초들도 말라가고 있다. 세상에 절기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시간을 이길 수 없다.

쌍계사 초입에 도착했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쌍계사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것에 감동을 받는다. 쌍계사 입구의 길가에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물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옥빛을 머금은 저수지는 주변의 산과 나무를 오롯이 품고 있었다. 저수지 옆으로 난 길은 채 200미터도 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그 길을 홀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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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부도상들이 정리되어 있다. 한문으로 절의 역사가 씌여져 있었다. 보아하니 고려시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고려시대에 세워진 듯하다. 논산 주변의 절들 상당수가 고려초기에 만들어졌다. 아마 쌍계사도 그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도상들은 오래되었다. 부도상들을 볼 때마다 저기에 한사람의 삶이 머물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인생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결국은 한줌 흙이나 먼지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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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는 넓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은진 미륵사가 있는 관촉사나 다른 절들이 산비틀에 아슬아슬하게 있는 것과 달리 쌍계사는 널찍한 곳에 있었다. 원래 고려시대에는 절이 군사기관의 역할도 했다고 한다. 절에 승려들이 머물면서 유사시에는 승병의 역할도 한 것이다. 단순히 도만 닦은 것이 아니라 군대의 역할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전통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온 것같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승병들과 자주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에서 호국불교라고 하는 것이 괜히 나온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쌍계사의 넓은 터를 보면서 고려시대에는 여기가 이지역의 중심지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쌍계사는 대웅전만 남아있다. 다른 건물들은 모두 불에 탔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남아 있는 하나가 모든 이야기를 다 해준다. 대웅전은 그냥 압도적이다.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대웅전보다 더 웅장하다. 다른 배경과 주변의 부속 건물이 없어도 대웅전 단 하나만으로도 전체를 압도한다. 감동이 밀려온다. 논산 깊은 곳 찾아 오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 곳에 이렇게 수백년의 세월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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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기둥의 아름다움은 어떤 다른 절의 기둥과도 비할바가 되지 못한다. 나무들이 있는 그대로 기둥을 세웠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들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있는 그대로 구부러진 나무는 구부러진데로 바른 나무는 바른대로 기둥을 쓰고 대들보를 삼은 쌍계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공이 어찌 자연의 멋을 따라 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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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에는 칡나무로 만든 기둥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처마 밑에 있는 장식에는 용이 새겨져 있었다. 처마밑 장식에 이렇게 멋있는 용들이 새겨진 것은 다른 절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적당하게 색이 바랜 단청은 논산 쌍계사의 풍미를 더욱 돋구어 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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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안에는 제대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한참을 절 주변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그만하라는 사람이 없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맛있는 것 앞에 놓고 어쩔줄 몰라하는 어린아이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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