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살며 사랑하며) 9월과 어머니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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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한 장이 넘어갔다. 이제 9월이다. 아침저녁으로 점점 더 선선해지고 있다. 이제 창문을 열고 잠을 잘 수 없다. 세상의 변화란 이렇게 빠른 것이다. 그렇고 보면 무상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정말 옳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의 삶이란 항상 변화한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변화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하는 것이 세상의 본질이다. 그래서 물에 출렁이는 달의 모습이 진정한 달의 모습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사의 변화도 엄청나다. 요즘 TV를 보면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뉴스도 많고 변화도 빠르다. 내가 도데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한평생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사람의 사주 중에서 영웅호걸 되는 것보다 더 좋은 팔자는 조금 부족하지만 일생 편안하게 살다가 가족들 모인데서 눈을 감는 것이라고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TV를 시끄럽게 하는 뉴스 중 가장 큰 것은 논란의 여지없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다. 원래 TV를 잘보지 않지만 노모가 계셔서 가끔 본다. 그런데 그러다가 어머니랑 싸운다. 나이든 분들이 대충 그렇듯이 어머니는 박근혜가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하신다. 어릴때 부모를 잃어버리고 못된 년 최순실이 때문에 감방에 가있다고. 가만 있으면 되는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박근혜 나이가 몇살인데 부모 돌아가신것 아직까지 이야기 하냐고. 그리고 최순실이보다 더 나쁜 사람은 박근혜라고. 지도자가 그 정도 분별 능력이 없으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죄악이며 그것이 범죄라고.

어머니는 내말에 대꾸는 하지 않으신다. 그런데 뉴스에서 박근혜만 나오면 똑 같은 소리를 하신다. 그러면 나도 절대로 지지않고 똑 같이 이야기한다. 어머니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어머니의 생각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택한 방법중의 하나는 뉴스를 보지말고 건강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그랬더니 어머니의 잔소리가 더 심해졌다. 우리 어머니는 잔소리 대마왕이시다. 운동해라. 뱃살빼라. 등등.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식단을 몸소 챙겨주신다. 계시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 중이어서 잠시 내가 있는 지방에 오신 어머니는 나와 있는 것이 좋으신 모양이다. 하기야 20살 남짓 집을 떠나서 장가가고 지금껏 어머니와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는 것은 처음이다.

어릴때는 어머니와 같이 음악을 즐겨 듣곤했다. 가곡을 좋아 하셨던 어머니와 카세트 테입으로 그 화려한 목소리의 목련화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덕분에 난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는 음악을 잘 듣지 못하신다. 귀가 잘 안들리시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신다. 그런 어머니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그러다 보니 같이 있어도 같이 할 것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같이 걷는다. 어머니는 걷는 것을 좋아하시고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공기가 좋고 걷기가 딱 좋다. 주말에 내가 시간이 나면 어머니 모시고 여기저기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 이것 저것 구경하고 맛있는 것 사먹는다. 80대 중반이 지난 연세에 한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걸으시는 어머니가 정말 다행스럽다.

어머니는 젊을때 부터 많이 걸어서 그렇다고 하신다. 어머니 친구중에서 당신처럼 제대로 걷는 사람이 없다고 하신다. 대부분 젊을때 마님 소리 듣던 사람들이어서 주로 차를 타고 다녔단다.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이다. 어머니는 버스값 아끼느라고 하루 10킬로 이상을 걸으셨는데 지금껏 제대로 걷고 다니신다. 어머니 친구들은 젊을 때 부터 자가용 타도 다녔는데 지금도 차타지 않으면 아무데도 못간다고 한다.

오늘 어머니가 집으로 가시겠다고 한다. 아파트에 있는 나무며 식물들 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동생한테 맡기라고 해도 기어이 가신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어머니 나이 될 날이 얼마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어머니는 갈수록 어린이같이 되시는 것 같다. 얼굴도 그렇게 변하시고 생각도 그렇다.

내가 앞으로 어머니를 얼마나 모실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건강하시니 오래오래 계시면 좋겠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모시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내 어머니는 내가 모셔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마누라가 내어머니를 얼마나 잘 봉양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내 중년 이후의 삶은 어머니 잘 모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사실 어머니와 전혀 상관없는 정치와 관련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거 참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 어머니 생각이 많이 차있었나 보다. 그냥 가는데로 가는 글을 쓰다 보면 마음에 차있는 것이 먼저 튀어 나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제목을 9월과 어머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글를 쓸 생각이 아니어서 제목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상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다들 부모님 잘 해드리세요. 살다 보니 돈도 명예도 다 물거품 같은 것 같습니다. 인생 별것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전화한번이면 됩니다. 스팀잇에서 열심히 글올리는 것보다 어머니 아버지께 전화한번 하는 것이 훨씬 더 남는 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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