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무엇을 위해 사는가?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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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하나 붙잡는 것이 수양이고 구도이다. 삼보일배하면서 평생을 떠도는 것도 자기마음 하나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마지막 목표인 듯 하다. 특히 성리학에 들어와서는 모든 것이 마음이란 것으로 촛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다. 성리학이라는 것 자체가 불교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니 당연할 것이다.

성삼문이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발각이 되어 문초를 당했을때 일이다. 성삼문 앞에서 아버지를 쳐죽였다. 그래도 성삼문은 눈썹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자 돌도 안된 아이를 절구에 넣고 쳐 죽였다. 성삼문은 대성통곡을 했다.

세조가 힐문을 했다. 지애비 죽을때는 눈썹하나 깜짝않다가 제자식 죽으니 슬피우는 것을 보니 너는 효도를 모르는 짐승같은 놈이다라고 말이다. 성삼문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애비는 자기가 의로운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을 아니 무엇이 안타깝겠는가? 그러나 아이는 자기가 왜 죽는 것도 모르고 죽으니 그것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라고 말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름도 희미해지고 있지만 조지훈은 이시대의 마지막 유학자였다. 그가 천주교 주교이던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서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손톱밑에 가시가 있어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조지훈은 인간은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다. 인간의 의지는 강철같을 수도 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손등에 성냥불을 그어서 올려놓았다.

성냥불은 동탁의 손등위에서 타고 있었다. 나무로된 성냥이 동탁의 손등에 있는 기름까지 녹이면서 지글지글타고 있었다. 그런데 동탁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주교라는 양반하고 술을 마셨다. 인간의 의지는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동탁의 왼손등에 퍼런 상처는 그때 생겼다고 한다.

인간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인이 될 수도 있고 악인이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되고 악인이 되는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잘 살다가 한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평생 개같이 살다가 마지막에 한번 잘살고 가는 수도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관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너무 한꺼번에 뜨겁게 달아 오르면 급하게 식어갈 수도 있다. 평생동안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지켜온 사람은 본적이 있다. 그사람은 힘들게 살았지만 결코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지 않았고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조를 굽히고 이익을 위해 신념을 팔았던 사람들은 잘먹고 잘 살았다. 올바르게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은 제대로 대우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만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나는 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하루살이 같이 신념을 이리저리 옮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마지막까지 정의에 헌신했던 사람에 의해서 유지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제대로 된 사회나 국가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고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사람인지를 잘 구분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 사람의 삶의 내용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었고 지위에 있었는가에 따라 대우한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잠재적 범죄자 임에도 말이다.

어제 평생을 헌신과 봉사와 애국으로 살았던 분의 장례에 다녀왔다. 난 직업의 성격상 많은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기회가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훌륭하다고하는 그 많고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교활하고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적인지 많이 보아왔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되었지만 단연코 그런 분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목수가 먹줄을 튀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똑바로 선이 그어진다. 그분은 삶을 그렇게 살았다. 그런 분이 쓸쓸하게 이승을 하직했다. 그분이 돌아가신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아픈 것은 마땅이 받아야 할 예우와 존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이런 사회와 국가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내평생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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