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매창의 이화우(梨花雨)중에서
조선시대 3대 기생이자 부안 출신의 여류시인인 매창이 연인 유희경을 떠나보내며 지었다는 '이화우(梨花雨)'는 비가 오는 것처럼 떨어지는 배꽃을 말합니다.
비록 배꽃은 아니지만 전북 부안의 개암사를 찾아가는 길에는 이화우와 버금가는 봄꽃의 여왕인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죠. 운이 좋아 살랑살랑 바람이 불기라도 한다면 꽃비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부안 개암동 개암사 가는 길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벚꽃길입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봄이면 아껴두고 찾던 곳인데 개암동 주민들이 벚꽃축제를 한다고 장터를 만들어 축제를 피해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개암사 들어가는 길은 이렇게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입니다.
꽃 구경하시려면 자동차는 마을 입구에 버려놓고 잠시 걸으셔도 후회없는 길입니다. 국도에서 개암사까지 2.3km, 30분정도면 충분히 닿을 수 있습니다.
꽃 구경하며 사진찍고 저수지를 왼쪽에 끼고 굽이길을 돌다보면 어느새 개암사 입구에 닿습니다.
개암사가 있는 변산은 국립공원이라 자연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입장료 같은거 없습니다.
저 산위에 우뚝솟은 바위가 울금바위입니다.
천혜의 요새로 백제가 멸망하고 마지막 저항군이 저곳에서 끝까지 당나라 군대에 저항했다고 합니다.
원효방이라 불리는 굴도 있는데 원효가 해골물을 마신곳도 저곳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개암사 일주문을 지나면 전나무가 길옆으로 줄지어 서있는데 몇걸음만 들어서면 신선한 공기 차이를 느낄수 있습니다. 사진을 못찍어 아쉽습니다.
산 비탈의 녹차밭이 펼쳐지는 것은 덤입니다.
절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고 녹차를 만듭니다.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나라면, 개암사에 살고 싶다.
적막함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 곳에서라면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닌
원래의 내가 될 수 있고,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고 했습니다.
속세의 찌든 때 녹여내고 벚꽃의 풍광에 취해
시 한수 읊어 보세요
세상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미칠까 못 미칠까?
세상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정극인 <상춘곡>
이 봄에 아니더라도 허실삼아 다녀오세요.
이번 주말(4월7~8일)에 개암동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아래마을에 주차하면 셔틀버스가 운행합니다.
부안읍내 당산마루라는 식당 백합죽이 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