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심리학 이야기] 내가 지난 3개월간 코인 투자한게 원숭이가 한것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이유가 뭘까?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코인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투자 행위들 중에서 심리학과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해 볼까 합니다. 뭐 제가 심리학에 전문성을 둔 사람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지금까지 약 반년간 코린이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행했던 수 많은 바보같은 패턴들이 어느정도 심리학에서 그 근본을 찾을 수 있었던 행동들이더군요. 그래서 이걸 잘 정리해서 공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해 봅니다.


1_ 장투를 방해하는 처분효과 (Disposition Effect)


코린이는 지난주에 A, B 코인을 각각 10만원씩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친 생일인데 선물비가 부족해서 부득이하게 코인에 들어간 돈을 어느정도 처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늘 보니 A 코인은 5만원으로 떨어져있고, B 코인은 15만원이 되어있네요. 코린이는 과연 어느 코인을 처분해서 돈을 마련할까요??

위와같은 상황에서 2개 중 하나의 코인을 처분한다면 당신은 어떤 코인을 처분할 것 같나요? 더 글을 내려가기 전에 일단 한번 생각해 보고 계속 글을 읽어주세요.


.
.
.
.
.
.
.
.
.

Hersh Shefrin과 Meir Statman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1985년에 발표한 아주 유명한 논문이 있습니다. 바로 "The Disposition to Sell Winners Too Early and Ride Losers Too Long: Theory and Evidence"라는 논문인데요, 실제 주식시장에서 사람들이 매수, 매도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특수한 상황들을 제거하고 (패닉셀/패닉바잉 등이 발생하는 시기) 순수 매수, 매도들만 중심으로 어떤 종목들을 더 매수하고 더 매도하게 되는지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바로 다음과 같아요.

"사람들은 위와같이 두가지 선택지가 있을때 오른 종목을 처분하고, 이미 손실을 본 종목을 보유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즉, 위에서 거의 대부분의 코린이는 이미 손실을 본 A코인은 놔두고 이득을 이미 본 B코인을 처분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뭐, 얼핏 보면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오히려 더 논리적인 선택을 한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셰프린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히려 B코인을 계속 끝까지 보유하는 사람들이 종국에는 더 큰 이득을 보게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즉, 가격이 계속 오르는 주식은 어차피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계속 유지시키는 비전이나 호재가 계속 발생하는 주식이기 때문에 계속 보유하면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주지만, 이미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계속 보유해 봤자 장기적으로 더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입니다.

이걸 코인판에 직접적으로 대입하는건 좀 무리가 있지만, 아무리 전체적으로 펌핑받는 코인판이더라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가격대가 점프하는 코인이 있는 반면, 상승-하락을 반복하면서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이는 코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위와같은 처분 상황에서 코린이는 이익을 보고 있는 B가 아닌 손실을 본 A를 처분하고 B는 장기적으로 계속 "존버" 하고 있는게 확률적으로 더 이득을 보게된다는 뜻입니다.


2_ 큰돈 버는걸 방해하는 프로스펙트 이론 (Prospect Theory)


코린이는 오늘 연말 보너스 100만원을 받아 기분이 좋네요. 여친 선물은 이미 했고, 백만원으로 뭐 딱히 사고싶은것도 없고... 그래서 백만원을 모두 코인판에 쏟아넣기로 결정했어요. 사실 이 백만원은 어차피 보너스라서 잃어도 그만이라 크게 리스크는 없는 돈이예요. 그래서 우리 코린이는 저 백만원을 과감하게 들어보지도 못한 알트코인들에 나눠서 넣기로 결정했어요. 총 시총 200위권에도 못들어가는 5개 코인에 20만원씩 나눠서 넣어놨죠. 그런데 오늘 일어나서 시세를 확인하니 이런 젠장.. 100만원 투자한게 90만원으로 줄어들어 있어요. "하루만 더 존버 타자!" 하며 하루 더 지나니 80만원으로 줄어들어 있네요... 어차피 다 잃어도 그만인 100만원이였지만 이러다가 이 돈을 다 잃을것 같은 불안감에 그냥 손절해 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5개 코인을 고르는데 이번에는 나름 백서도 다 읽어보고 차트도 보면서 아직 저평가 됐다고 판단된 코인을 정말 신중하게 고릅니다. 이렇게 다시 5개 코인을 넣어놓고 내일 잃어났는데 이게 왠걸... 70만원으로 줄어들어 있어요... 하루 더 지나니 65만원... 또 못참고 손절해 버립니다. 다시 5개 코인을 골라요... 불쌍한 우리 코린이는 이 짓을 한 5번 반복하니 100만원이 다 날라갔네요... 그 사이 코린이가 한번씩 골랐던 코인들중 반 이상이 일주일 후에 30퍼씩 오르고 있어요...

뭐,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위와 비슷한 경험을 코인판 초반에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지금와서는 과거를 돌이켜보면 도대체 저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어차피 리스크 없는 돈이였고, 큰돈 벌기위한 목적인건데 왜 고작 몇일동안 돈이 까이는걸 보는게 너무도 가슴 아픈걸까요?

이건 1992년에 Daniel Kahneman 교수에 의해 밝혀진 아주 유명한 심리효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스펙트 이론이죠. 아마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분은 이 연구로 노벨상까지 탔을 정도로 이 심리효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금액의 손실과 이득이 있을때, 손실회피 경향이 2 ~ 2.5배정도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똑같이 10만원을 잃거나 따는 경험이 심리적으로는 10만원의 이득 대비 손실 금액은 20~25만원을 잃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거죠.

즉, 저 위의 코린이는 100 -> 90 -> 80 이렇게 10만원씩 줄어들때 그 아픔이 거의 20~25만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10만원이 오를까? 이걸 생각했을때의 기쁨보다는 여기서 10만원이 더 떨어질 경우 느낄 슬픔이 2배 이상 크기 때문에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거죠. 위의 처분효과와는 방향이 반대이죠? 근데 작용한 방향은 반대여도 처분효과 역시 그 기저에는 손실회피성향이 존재합니다. 손실을 보고 있는 코인을 처분할 경우 그 손실은 현실이 되죠. 그 아픔이 같은 케이스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두려워서 이득을 보고 있는 코인을 처분하게 됩니다. 이렇게 처분효과와 손실회피성향은 하루에도 여러번씩 우리 머리속을 교란하면서 잘못된 투자 선택으로 우리를 유도합니다.

만일 코린이가 처음 고른 5개 코인을 그냥 놔두고 3개월간 존버 탔으면 지금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물론 지금부터 존버타는거랑은 또 다른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3개월쯤 전인 10월 1일에 Top 500에 있던 코인들을 기준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시점 (1월 7일)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숫자는 coinmaketcap의 스냅샷 데이터 2017100120180107을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1. 시총 규모로 Top500 코인은 3개월동안 무려 459.13%가 증가했습니다. 비트코인 시총은 같은 기간동안 301.25%가 증가했고,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시총은 609.6%가 증가했습니다.
  2. 단순 가격으로 비교해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3개월동안 $4,318.34 -> $17,131.27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인 1월 7일 가격입니다) 즉, 296.71% 상승하는동안 다른 알트코인들은 가격이 평균 8265.07%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상장 전 잡코인시절 가격들이 반영되있어서 뻥튀기가 많이 섞인 숫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마무시합니다)
  3. 3개월전 top500개 코인중 현재 top1000에도 남아있지 못한 코인은 24개, 즉 95% 이상은 아직도 잘 살아 있는 중이며, 이 살아있는 코인들 중 비트코인 가격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이 상승한 코인은 54.52%인 199개나 되며, 가격이 떨어진 코인은 단 16개 밖에 없습니다. (3.36%)

즉, 정리하면 코린이가 존버를 탔을 때 존버 탄 코인에서 돈을 까먹을 확률은 증발한 코인 + 마이너스가 된 코인 합해서 고작 8.16%, 비트코인보다 더 크게 먹었을 확률은 무려 54.52%나 됩니다. 지난 3개월은 원숭이가 투자해도 먹는 시장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인가 봅니다. 만일 운좋게 코린이가 구입한 코인중 하나가 리플같은 코인이였으면 1512.68%, 이오스였으면 1691.32%, 뭐 그럴 확률은 적겠지만 Mercatox같은 듣보거래소에서 운좋게 레이블락을 구매했었다면 무려 35858.77%... 300백배 이상의 수익을 봤겠지요.

jared-rice-388266.jpg
(내가 너보단 잘할것 같아 끼끼끼~~~!!!)

이 글은 예전에 끄적여 놨다가 오늘 포스팅하려다 보니 하필 한국발 규제로 장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중이군요 ㅎㅎ 이런 하락장이 오면 위의 코린이처럼 어설프게, 어설픈 시점에서, 여러번 손절하다 보면 원금이 금새 반으로 줄어들어 저 위의 멍키보다 못한 투자자가 되는거 정말 한순간입니다. 아무쪼록 내 머리속의 장난에 휘둘리지 마시고 1) 본인이 판단한 코인을, 2) 잃어도 삶에 큰 지장 없을 만큼만, 3) 적당히 존버 할 수 있는 멘탈을 기원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