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민경이가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영훈이 말로는 수호와 다투고
서울로 먼저 올라갔다는 거다.
싸운 이유가 뭔지는 모른다고..
근데 난 왠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수호 녀석..
여자 친구까지 먼저 올려보내고
본격적으로 수작이라도 걸려는 속셈인가?
어젯밤 까만콩과 나의 모습을 목격하고도
미련을 못 버렸다는 건가?
민경이와 완전히 결별한 건가?
머릿속이 복잡하다.
민경이가 없는 수호는
확실히 자유로워 보인다.
까만콩과 더 많은 장난을 친다.
바다 수영도 하는 둥 마는 둥..
모래밭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신나게 파도를 즐기던 까만콩이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왜 앉아만 있어? 파도 타기 재밌는데"
"......"
까만콩은 날 가만히 쳐다본다.
질세라 수호도 달려와 까만콩 옆에 앉는다.
까만콩이 입을 연다.
"두 사람이랑 함께 있는 거 힘들어.
난 한 사람하고만 있고 싶어"
까만콩이 나와 눈을 맞춘다.
이 세상에 둘만 있는 듯 우린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수호가 일어선다.
"축하해. 둘이 잘 사귀어"
내 맘은 신나게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데이트 세부 계획을 만들었다.
데이트 방식은 대입 시험을 앞두고 있는 재수생인
나의 생활계획표에 맞춰졌다.
- 매일 매일 만나기
- 데이트 소요 시간은 두 시간을 넘기지 않기
- 짧은 만남을 길게 갖기 위해 편지를 쓰기
- 전화는 따로 하지 않고 매 홀수 시간에 (11시, 1시,
3시..) 내 2층 방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그녀가
보이면 곧장 뛰어내려오기 - 너무 많이 기다리기 없기 (홀수 시간에 딱 10분만
기다리다가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공부하러 가기) - 헤어지기 전에는 의식을 거행하기 (뽀뽀..)
.....................
세부 내용은 주로 까만콩이 정했다.
난 두 시간 넘게도 만날 수 있는데..
창가에 서서 온종일 기다릴 수도 있는데..
하지만..
까만콩 경선이의 말은 다 들어야 한다.
그녀가 하는 말은 다 옳으니까..
아니 설령 틀리다 해도
무조건 다 들어주고 싶으니까..
다음 회에 계속...
사진의 꽃은 앵두꽃...꽃말은 '오직 하나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