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랑이야기 #제6화

아침 식사 때까지만 해도 있었던 민경이가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영훈이 말로는 수호와 다투고
서울로 먼저 올라갔다는 거다.
싸운 이유가 뭔지는 모른다고..
근데 난 왠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수호 녀석..
여자 친구까지 먼저 올려보내고
본격적으로 수작이라도 걸려는 속셈인가?
어젯밤 까만콩과 나의 모습을 목격하고도
미련을 못 버렸다는 건가?
민경이와 완전히 결별한 건가?
머릿속이 복잡하다.
민경이가 없는 수호는
확실히 자유로워 보인다.
까만콩과 더 많은 장난을 친다.

바다 수영도 하는 둥 마는 둥..
모래밭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신나게 파도를 즐기던 까만콩이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왜 앉아만 있어? 파도 타기 재밌는데"
"......"
까만콩은 날 가만히 쳐다본다.
질세라 수호도 달려와 까만콩 옆에 앉는다.
까만콩이 입을 연다.
"두 사람이랑 함께 있는 거 힘들어.
난 한 사람하고만 있고 싶어"
까만콩이 나와 눈을 맞춘다.
이 세상에 둘만 있는 듯 우린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수호가 일어선다.
"축하해. 둘이 잘 사귀어"
내 맘은 신나게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데이트 세부 계획을 만들었다.
데이트 방식은 대입 시험을 앞두고 있는 재수생인
나의 생활계획표에 맞춰졌다.

  1. 매일 매일 만나기
  2. 데이트 소요 시간은 두 시간을 넘기지 않기
  3. 짧은 만남을 길게 갖기 위해 편지를 쓰기
  4. 전화는 따로 하지 않고 매 홀수 시간에 (11시, 1시,
    3시..) 내 2층 방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그녀가
    보이면 곧장 뛰어내려오기
  5. 너무 많이 기다리기 없기 (홀수 시간에 딱 10분만
    기다리다가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공부하러 가기)
  6. 헤어지기 전에는 의식을 거행하기 (뽀뽀..)
    .....................

세부 내용은 주로 까만콩이 정했다.
난 두 시간 넘게도 만날 수 있는데..
창가에 서서 온종일 기다릴 수도 있는데..
하지만..
까만콩 경선이의 말은 다 들어야 한다.
그녀가 하는 말은 다 옳으니까..
아니 설령 틀리다 해도
무조건 다 들어주고 싶으니까..

다음 회에 계속...

사진의 꽃은 앵두꽃...꽃말은 '오직 하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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