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콩과 나,
우리 둘만의 첫 데이트가 있는 날..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사실은..
밤중에도 몇 번씩이나 잠에서 깨어
시계를 확인했다.
왜 이리 아침은 더디게 오는지..
드디어 해가 밝았다.
다섯 시부터 치장(?)을 시작했다.
샤워하고..
면도하고..
알통도 만들어보고..
이 티셔츠..저 남방..갈아입어 보고..
거울 보며 인상도 써보고..웃어도 보고..
정말 시간이 안 간다.
9시가 되려면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았다.
까만콩과의 첫 데이트..
생각만 해도 기분이 붕~ 뜬다.
어제는 데이트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너무 들떠서 미처 못 물어봤던 거..
오늘은 꼭 물어봐야지..
집은 어디인지..
전화번호는 뭔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나마나 나같은 남자겠지? 헤헤)
9시 정각..
까만콩이 올까?
아직은 안 보인다.
10분까지는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담배를 문다.
10분이 넘었다.
안 오나 보다.
다시 책상으로 향한다.
재수생은 공부를 해야 되니까..
학력고사가 3개월밖에 안 남았으니까
열심히 해야지.
근데 그 생각도 잠깐..
자꾸만 창가로 가서 얼쩡거린다.
11시가 채 되기 전..
다시 창문가로 갔다.
아! 그녀가 걸어오고 있다.
상큼하고 귀엽고 빛나는 모습으로..
2층에서 1층까지
어떻게 뛰어내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문을 열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가 나를 보고 웃는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예쁘게 입었다.
그녀가 점점 가까워진다.
내 사랑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난 구름 위를 걸어 그녀에게 다가간다.
다음 회에 계속..
사진의 꽃은 해바라기....꽃말은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