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죽은 원조는 갔다. 우리가 달리는 새로운 길> #3

어느 RUN Korea 멤버의 우간다 방문 후기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저희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피부색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다름을 넘어선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로 온전히 표현할 순 없겠지만 그것은 바로 사람 대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정, 유대감, 소중한 인연과 같은 느낌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저희가 우간다에 다시 방문했을 때, 불과 얼마 전까지 겨우 걸음을 떼던 아이가 어느덧 성장하여 저희에게 다가와 익살스러운 얼굴로 장난을 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를 보면서 저희 또한 현재는 어엿한 대학생이고 성인이 되었지만 지난 5년 전 과연 저희의 모습은 어땠나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던 것입니다.


< 2014년 당시 페페(Pepe)>


<2017년, 더욱 성장한 페페(Pepe)>

로날드, 고아원에 오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로날드는 이번 우간다 방문 전까지는 노트북 화면 속 사진 혹은 화상 전화 상으로만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 우간다 방문을 계기로 직접 만나보니 너무나도 마음씨가 따뜻하고, 축구도 잘 하고, 특히 그림에 재주가 많은 그런 친구였습니다.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로날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로날드(뒷모습)>


<아이들의 양치를 도와주는 양준혁 군(RUN 대표)>

‘밥을 먹고 난 후에는 꼭 양치질을 해야 해.’
저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양치질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희 나이 평균 23살, ‘밥 먹고 난 뒤에는 양치질을 하라.’ 저희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부모님으로부터 듣던 잔소리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마냥 잔소리라고만 여겼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저희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씩 칫솔을 나눠주고, 치약을 짜주고, 직접 양치질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말입니다.

‘Benco Family Foundation’이라는 기관으로부터 약 1년 치의 양치 도구들을 기부받아 아이들에게 선물한 저희는 다음 날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양치질은 잘 했니~?’

이제는 저희가 45명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었나 봅니다.


<치약, 칫솔을 기부받은 아이들>

한국에서 현지 스태프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RUN 고아원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소설책, 놀이 도구 등이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모금된 후원금은 대부분 아이들의 기본 생활비나 학비로 조달되기 때문에 놀이 도구, 미술 도구 등 의식주를 제외한 어린이들의 발달에 좋은 부차적인 교육 도구들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매번 우간다를 방문할 때마다 아이들을 위한 옷, 책, 게임 등을 구매해 가지만 그 마저도 역동적인 아이들 속에서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저희는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겸 동화책을 구매하거나 지인들로부터 몇 권의 책을 기부받아 약 40권의 책을 아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40권 정도에 달하는 책을 각 연령에 맞게 분류하여 아이들에게 나눠주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함께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큰 아이들은 소설 속 모르는 단어는 저희에게 물어보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고 어린아이들은 큰 소리로 함께 글자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거나 그림책 속 그림에 흥미를 가지며 이를 하얀 도화지 위에 따라 그리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저희에게 이 단어가 무엇인지, 어떤 뜻인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림 사전에서 찾아봐가며 책을 읽었고 이렇게 더 넓은 세상을 접하는 듯했습니다.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동화책 속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는 아이들>

책을 나눠준 다음 날, 저희가 업무상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고아원 마당에서 쉴 겸 앉아 책을 펼쳐 읽으니 아이들은 하나둘씩 책을 가져와 옆에서 함께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는 저희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따라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희는 보호자와 같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언니, 오빠들이었습니다.


<소설책을 읽고 있는 (왼쪽부터) 아디, 사무엘, 사하디>

저희가 가져온 책을 읽고, 또 읽고, 한 권이라도 같이 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혹은 고아원 내에 작은 서재라도 유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고아원 옆에 도서관을 지어 그곳에서 문맹자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사라져 가는 아프리카의 언어들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곳이 우간다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장의 역할을 하며 우간다의 문화가 이곳에서 다시 꽃피울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그런 망상을 말입니다.

훌쩍 성장한 아이들을 직접 보면서
저희는 어쩌면 저희가 45명의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보호자일 수도,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언니 오빠들일 수도,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는 삶의 멘토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저희 또한 이 아이들과 계속해서 함께 성장해 나가겠구나를 느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과 삶의 동반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참조: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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