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간의 게임잼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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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또 부천으로!


지난 주말 서울로, 그리고 부천으로 무려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차를 타고가서

제 인생 두번째로 맞는 게임잼을 하러 갔습니다.

시골사람이라 지하철 역 타느라 식은땀 좀 흘렸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른 역에 갈일이 있게 되어서

매번 당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게임잼이 뭐냐구요?


게임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사운드, 기획 등 다양한 파트의 게임 제작자들이 모여서

팀을 꾸려서 단기간에 게임을 만드는 행사입니다.

보통은 수십명의 개발자를 모아놓고 적당히 3~4명씩 팀을 짜서 게임을 개발 하는 행사입니다만.

제가 참가한 게임잼은 좀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느낌이 듭니다.

왜냐햐면 1회 게임잼에 참가한 사람들끼리 다시 보여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그리고 1회 게임잼은 3인 1조 하나밖에 없는...

뭐랄까요. 그들만의. 우리들만의 리그 같은 거였습니다.

1회의 결과


1회 게임잼은 제가 좋아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유사하게 하되 약간 변조를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Buried Bones라는 일본산 로그라이크 게임이었죠.

이 게임에서 제가 충격을 먹었던 것은 로그라이트 특유의 탑뷰 방식 (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방식에 )

격자형 맵칩을 늘어노는 맵이 아닌 바이너리 서치 트리처럼

항상 두 갈래 길이 나오는 것으로 랜덤한 맵 생성을 때워버린 제작자의 기발함 이었습니다.

이 방법으로 모바일에서 (화면이 좁기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운, 바위, 길, 물웅덩이등 다양한 RPG용 맵칩을

안써도 되고 큼직 큼직한 갈랫길과 방 2개로 사용자가 어디로 갈지 선택하는 재미를 주다니 정말 충격이었죠.

적어도 이 방 선택만큼은 짝퉁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완성


게임잼은 각 참여자가 사실 기획부분도 어느정도 다 참여하게 되는데 각자의 취향을 적절히 살려주면서

시간 내에 불가능 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포기하거나, 재미가 없는 부분은 직설적으로 말을 해서

빠르게 재미있는 부분만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번 1회는 모두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코딩과 도트를 찍었는데

어느덧 9시 반이 되고 촌놈인 제가 전주로 내려와야 됐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아예 계획부터 하루짜리 행사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기도 했구요.

그때 작업량으로 봐서는 프로토타입의 한 60%정도는 완성한 상태였지만

가벼운 전투나 이동 화면도 실제 돌아가는지 확인을 못하고.

게임용 데이터

( 무기는 스탯이 어떻고, 몹은 레벨당 스탯이 어떻게 오르며, 스킬 데이터는 힘기반으로 공격한다! 등등 )

데이터를 만드는 부분이나 게임으로 불러오기 하는 부분에 너무 집착해서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전투 한번도 돌려보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뒷풀이 술자리에서요.

그리고 데이터에 집착한 사람은 저였죠.

그래서 세명이서 시간의 부족함과, 메카닉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아주! 아주 후회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간을 넉넉히 잡기로 했습니다.

( 메카닉 : 게임 디자인 ( 게임의 룰과 방식을 만드는 것으로 한국에선 기획이라고 부른다 )에서 재미의 주요요소를 무엇인지 대강 뭉뚱그려서 메카닉이라고 부른다 )

( 예: 슈퍼마리오는 점프의 활공감을 극대화 플레이어에게 마치 나는 듯한 기분을 주는 게 중심 메카닉이야! )

2회 1일차


금요일 저녁에 올라갔기 때문에 막상 게임을 만들 시간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전날에 잠깐 생각났던 하늘에서부터 지옥까지 추락하는 게임을 말했는데...

이상하게도 이게 통과가 되서 게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치킨과 함께하는 맥주가 졸음을 불러일으켜서 새벽 2~3시쯤 잠이 들었고 남은 참가인원 2명은

개발을 했습니다.

3회 2일차

자고일어나보니 이 친구들이 무언가 만들어놨는데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천사였습니다.

끝없이 떨어지는데 뭔가 진행된다, 추락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아서.

주변의 지형물이 하늘로 빨려올라가면 좋겠다 싶어서 코드를 짜서 특정 블록 같은게 위로 흐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추락한다는 기분이 줄어들고 엄청 답답한 느낌이 나는 프로토타입이 완성됐습니다.

하하!

찡찡이 아버지의 게임은 언제나 답답하다고!

팍팍한 데이터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오후가 되고 점심 식사를 맛있는 곳에서 하고 나서 보니

게임이 좋지 않아보인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습니다.

팀원 중 하나는 만든게 아까워서인지 블록이 없었을때는 재미있어 보였다고 말을 했는데.

블록을 치우고 해도 뭔가 재미있는게 나올까 싶어서 ( 마치 제가 싸놓은 똥처럼 보여서 )

이걸 접고 새로운 것을 하자고 종용했습니다.

새 게임


다행히 다음 게임 브레인 스토밍이 이어졌습니다.

조금 만들어 본 게임이 접히자 모두 기분이 착잡해졌습니다.

브레인 스토밍이 이어지는데 뭔가 다 짝퉁이거나 너무 멋지게 나온 비슷한 게임이 있거나

데이터나 컨텐츠의 양으로 승부해서 시간내에 다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반성


이 때쯤 저는 아이디어를 좀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게임이 돌아가기만 하면 데이터와 스토리를 갈아넣어서

'당신은 판타지 세계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항해사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이라는 느낌을 주게 하는 것은 좋아하고 잘하지만

조작감이나 게임의 메카닉에는 젬병이거든요.

할렐루야! 그를 숭배하라


그러다 다른 팀원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몬스터가 건물을 부시는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결국 그는 이 게임을 관철시켰습니다.

저도 다른 팀원도

'될 법도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디어를 낸 팀원이 빠르게 프로토를 만들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뭔가 만들어서 굴러가는 걸 봐야 재미있는지 없는지 알 거 같았어.'

어라?

게임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풀 집중을 해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시작해서, 점심먹고, 일하고 저녁먹고, 일하고

잤습니다.

스팀잇도, 카톡도 아마 10시간에 한번 봤던 것 같습니다.

노트북을 가리는 찡찡이도 없고, 정말 오랜만에 집중을 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3일차


3일차도 마찬가지로 초집중 상태로 작업을 했습니다.

약간 슬럼프가 온 것 같다는 팀원1도, 말은 안하지만 슬럼프가 좀 있는 것 같은 팀원2도

몇 달간 게임 제작에 손을 대지 않은 저도 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각자의 파트는 잘 나뉘어있었고. 집중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게임 제작으로 이렇게 집중해서 해본 것이 오랜만 이었습니다.

얼핏 만들어진 게임을 테스트하려고 플레이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테스트 할 내용 말고도 계속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뭔지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게임은 재밌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시간을 좀 흐릿하게 잡아서 3일이 게임잼 끝인 줄 알았던 그래픽 팀원은

남은 건 집에서 가기로 하고 다른 약속 때문에 돌아갔습니다.

팀원1에 의하면 마지막엔 웃는 것이 게임이 잘빠져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랬죠.

4일차


둘이서 더럽게 게임만 만드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아지트를 제공한 이 친구는 손이 엄청 빨랐습니다.

저는 나름 코딩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쁘고 정교하게 짜는 코드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빠르게 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 친구를 빠른 코딩으로 이기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햇어요.

인디게임 개발자라 그런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부분도 배울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웹개발 공부를 해서 그런지 UI상에 여백이나 각이 서로 안 맞물리면

기능 개발을 앞으로 진행을 못하는데, 이 친구는 그냥 여백이 똥처럼 생겨도 그냥 훅훅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디자이너가 하겠지 하는 믿음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어요.

이런게 팀작업을 해본 사람의 장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대로 집으로 돌아간 친구는 엄청 많은 참고용 게임 ( 레퍼런스 )와

그 해당 게임들의 재미요소가 무엇인지 메카닉에 대한 분석력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림러지만 사실 그림보다 그 부분을 레벨 99찍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그러면 그림러한테 실례가 아니냐구요?

그림러는 당연히 그림 예쁘게 그리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

그림을 알지 못하는 저는 대강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

5일차


왠지 늦장을 부린 것처럼 작업분이 남았고

아지트 제공한 팀원은 뭔가 당떨어진 다이어트 맨과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사람은 3일만 초집중 할 수 있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집중이 잘 안되었기 때문에 5일차는 게임 관련 대화나,

이 친구가 게임 유튜버를 보면서 게임 분석하는 것을 보고 대화를 하는 식으로 보냈습니다.

네...

논거 같아요.

마지막 3~4시간은 게임잼이 끝나고 다음 작업할 게임이 생각나서 살짝 코드를 두들기다가 왔습니다.

게임잼의 결과


우선 2주간의 다이어트로 80.0 kg으로 빼놨던 살이 82.7kg까지 쪘습니다.

단 5일만에요.

누구든 살이 안찌는 체질이 있다면 파워-게임잼을 추천합니다.

당신을 파워 쿰척쿰척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아마 근처에 맛집을 소개해 준 팀원의 영향이 컷을 것으로 보입니다.

맛있는 집을 많이 알려줘서 사진도 찍어왔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에 하기로 하죠.

게임은 90% 정도 완성 되었습니다.

출시는 목요일에 하기로 했는데 살짝 늦어졌고, 아마 주말 중에는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차비도 식비도 많이 썼지만 게임잼 하러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 굳이 게임잼이 아니더라도

전문가가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를 배우면

전문가의 능력을 반쯤 배웠거나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적어도 두 명의 관점에 보고 배울만한 게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 있었고 좋았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게임잼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그때는 다른 팀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게임 개발자가 되어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은?

  1. 부천의 맛있는 녀석들.
  2. 스팀잇은 다단계다
  3. 찡찡! 무릎냥이 금지야!
  4. 게임 홍보
  5. 불법의 온상이 된 스팀잇

5개 정도 예정되어있는데 어느 것을 먼저 쓸지 모르겠네요.

ㅎㅎ

추천 받습니다. 댓글이 많이 달린 글부터 포스팅 하겠습니다.

다음번 게임잼 게임 홍보때 많이 쓰려고 게임 스샷을 하나도 안 붙였는데.

재밌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 글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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