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논란이 지나가는 가운데

언제부턴가 논란이나 분쟁이 생기면 관련된 글을 안 쓰고는 다음 포스팅을 할 수 없는 아주 짜증나는 증상이 생겼다.
이번에도 글을 안 쓰고 싶어서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다음 포스팅을 쓸 수가 없다. 이슈가 생겼을 때 그냥 모른척 내 포스팅만 하는 것이 어느샌가 민망하고 뻘쭘한 일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포스팅은 단지 내일부터 내 글을 쓰기 위한 절차일 뿐이다. 심각하게 읽지 마시길. 그리고 만일 최근 뮤트를 풀고 내가 이 사안에 관해 주절거리길 기다리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을 먹고 다시 뮤트를해 주시길.

뭔가 지금 전국의 어뷰저들이 일제 봉기한 느낌이다. 이렇게 된 연유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상당히 유명한 몇 분이 쓰신 두어개의 글이 나온다. 논란의 본질은 어뷰징이다. '증인' 혹은 '증인제도'가 거론될 필요가 없다. 물론 증인제도에 몇가지 문제점은 있지만 논외다.

근데 또 나왔다. 왜일까? 어뷰징을 검나 하고 싶은데 한 증인과 그와 친한, 혹은 그의 스팀파워를 '무상(꼭 무상을 붙이더라)'임대 받은 사람들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증인제도가 불만이 아니라 @clayop 등이 불만인 거다. 외국 증인들 곁다리로 끼워 넣어 점잖게 제도를 지적하는 것 같지만, 영어로 안 적었잖은가. 논란의 본질은 너무 쉽다. 그리 고차원적이지 않은 프레임 때문에 증인, 곧 클레이옵이 입길에 또 오르내리는 거다. 착한척, 논리적인 척을 아직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 일부는 그냥 대놓고 클레이옵님을 욕하고 조롱하고 있다.

참 매번 똑같은 소리들을 하시기 때문에 한두번 본 사람이면 '또 시작이네' 그러고 말 수 있다. 불길이 일어날 필요도 없는 문제인데 번진 건 뉴비들 때문이다. 탓하는 건 아니다. 명성 높고 신망 두터운 고래님들이 "증인이 문제"라면서 이런저런 얘길 하니까 잘 모르는 입장에선 동요할 수밖에 없다. 증인 프레임을 얘기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프레임에 들어가 잠시만 얘길 해야겠다.

뮤트를 했는데 이상하게 남이 리스팀 한 글은 보이나보다. 보기 싫은 글을 몇 개 봐 버렸는데, 말들 속에 그리 교묘하지도 않은 눈속임이 숨어있다.

"클레이옵님은 처음에 증인이 될 때부터 KR의 증인이 아니었다."
"KR 커뮤니티에서 증인 선출에 관한 제대로 된 절차가 있어야 한다."
"클레이옵님이 @asbear님을 증인으로 올린 것이 문제다. 애즈베어님이 KR을 대표하는 증인으로 추천됐다면 먼저 그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먼저 KR를 대표하는 증인이라는 건 없다. US나 JP에도 커뮤니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에도 그 나라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증인은 없다. 그래서 KR 커뮤니티에서 증인 선출에 관해 절차를 밟을 권한도, 필요도 없다. 당연히 KR의 동의나 합의도 필요 없다.

클레이옵은 그냥 한국인 증인일 뿐이고 한국인 증인을 한 명 더 늘려 보려는 거다. 새 한국인 증인이 누가 되느냐에도 KR 커뮤니티의 동의 같은 건 필요없다. 클레이옵님은 프록시 설정을 통해 위임받은 투표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투표권을 원하는 곳에 행사하면 된다. 클레이옵이 마음에 안 들면 프록시 설정을 취소하고 원하는 30명에게 투표하면 된다. 애즈베어가 한국인 증인이 되는 것도 싫으면 안 찍으면 된다.

글을 읽어보면 결국 클레이옵이 싫은 거고 클레이옵과 친하고 똑같이 어뷰징 잡으러다니는 애즈베어가 또다른 한국인 증인이 되는 게 싫은 거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거다. 복잡할 것 하나 없다.

"자신은 스팀을 사는데 돈을 하나도 투자하지 않고 한달에 꼬박 꼬박 8000개 이상의 스팀을 받으면서, 돈주고 사서 씩씩 거리는 사람에게 셀프보팅이나 팀보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것"

이런 말까지 일일이 짚고 넘어가는 게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증인이 매월 받는 스팀 8000개(맞는지 모르겠다)를 '공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좀 많이 어처구니없다. 그건 증인 월급이다. 스팀이 동전코인이었을 때부터 받던 월급이다. 고액일 때도 있고 쥐꼬리가 될 때도 있는 금액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스티밋에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글만 써서 아이 기저귓값이나 생활비나 벌려는 사람들'을 적군으로 간주하던 어떤 분이 생각났다. 물론 이분들 모두 같은 생각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사람일수록 그가 어뷰징을 할 경우 남들에게 돌아갈 파이는 더 크게 줄어든다.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데에 돈을 투자했다고 자격이 있고 없고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본의 아니게 정치부 생활을 조금 했더니 그닥 쓸 데 없는 스킬이 생겼다. 누가 말을 하면 그 말 내용보다 먼저 이런 말을 왜 했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말은 내용보다 발화 이유를 더 깊이 생각해 봐야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래서 오래 출입하며 정치인들의 지나 온 과정을 많이 아는 기자가 잘쓴다.

스티밋에서 유명한 이분들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마찬가지로 왜 지금일까, 왜 증인일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정말 명료한 몇개 문장으로 추려진다. 스팀이 떨어져 수익이 줄어들어 열심히 어뷰징을 해보려는데 클레이옵이 자꾸 못하게 하니까 증인 자격을 들먹이는 거다. 증인이 꼬우면 증인을 하거나 누굴 세우면 된다. 스파도 많고 글 하나 쓰면 "좋은 글 감사하다"고 하는 추종자들도 많은데 직접 증인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뭘까.

클레이옵은 사실 증인으로서 KR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냥 스티미언들 대신 채굴만 하고 월급으로 스팀만 받아가면 된다. 다른나라 증인들은 그러고 있다. 오히려 자기 수익 늘리는 일에 열중하기도 할 거다. 그는 KR 자정운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거다. 개인의 고집인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진 나도 모르겠다. KR 잘 된다고 본인에게 돌아가는 것도 없다.

KR 태그 떼고 살아보면 금방 알 거다. 문 밖에 나가 보면 KR만큼 풍족한 곳도 없다. 그래서 KR 태그가 남용되기도 한다. KR이 여기까지 오는 데 기여한 게 누구고 자기 배불린 게 누군지 생각해보자. 간단한데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논란이 지나가는 가운데 길기만 한 구문(舊文)으로 다시 타임라인을 어지럽힐까봐 걱정돼, 긴 글을 다 지우고 짧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다시 길어졌다. 죄송하다.

나도 클레이옵의 스파 무상임대 명단에 들어 있다. 조용히 보팅이나 하면서 눈에 띄지 않고 싶었는데 디씨에서 누구글에 보팅한 것까지 의미부여하더라. ㅋㅋ

최근 백서를 읽고 풀이한 @menerva님의 을 읽고 안티 어뷰저의 임대를 받은 입장에서 너무 게으르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스팀파워로 감당할 수 있는 어뷰저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44 Comments